뭐 뜬금없는 글이지만 듀게는 원래 뜬금없이 글쓰는 곳이라서요.

 

 

 원래 저에겐 계획이 있었어요. 왜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보지 못하고 사는걸까 하면서 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고 노력했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소시민적인 우월감도 느끼고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진행하는 계획은 돈을 안쓰고 끝까지 버티는 거였죠.

 

 왜냐면 불멸의 삶도 얻어보고 싶었고 미래도 한번 보고 싶었거든요. 2010년 정도만 되어도 이렇게 많이 발전했는데 한 2100년만 된다면 얼마나 대단하고 좋은 것들을 비교적 싼 가격에 즐길 수 있을까 하고 가슴이 뛰었죠. 그런데 2100년에 설령 살아 있더라도 그때 할아버지라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래서

 

 인간을 냉동시키는 기술이 완전히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돈을 안썼어요. 그리고 아마 제 계산으로 인간을 냉동시키는 기술이 아마 큰 사업이 될 거 같아서요. 그야 내는 비용에 따라 10년 후 해동, 20년 후 해동 또는 100년 후 해동 프로그램이 있겠죠.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먼 미래로 갈 수 있는거죠. 그런데 문제는, 저는 부자가 아니거든요. vip들이야 돈을 펑펑 쓰며 즐기다가 인간냉동기술이 개발되면 만세를 외치며 캡슐에 들어가면 되겠지만 저는 가능한 오래 냉동되기 위해 돈을 아끼면서 할 수 있는 한 계속 자산을 불리려 했어요.

 

 그런데 계산할 게 하나 더있었어요. 2100년쯤에 깨어났을 때 아무리 좋은 세상이 되어 있더라도 내가 개털이면 안 되거든요. 어느 정도의 돈은 있어야 해요. 그래서 냉동인간이 되는 데에 모든 비용을 쏟아선 안 되고 어느 정도는 남겨놓고 냉동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계산을 세웠죠.

 

 그러면 당연히 그걸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투자해 놓고 냉동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그래서 늘 대체 무엇에 투자하고 냉동인간이 되어야, 2100년에 깨어났을 때 개털이 아닐 수 있을까? 하는 계산을 했어요. 빛나는 태양과 바뀌는 계절과 지나가는 바람들이 근처에 있었는데 그런것들은 전혀 신경쓰지도 못하고 그런 계산만 늘 했죠.

 

 삼성 주식을 사야 할까? 하지만 삼성이 꼭 수십년 갈 거라는 보장은 없고 그렇다고 해서 국채에 투자하거나 국민은행에 넣을 수도 없고 금이나 은을 사둘까 했지만 그건 냉동인간이 되려는 모두가 할 계산이니까 안 통할 거 같고...냉동인간이 되어 있는 동안에 돈이 가루가 되지 않고 수백배 수익을 낼 수 있을 게 무엇일까 하고 몇년 동안 냉동인간이 되는 것만 계산하고 살았죠. 아니면 차라리 단기 프로그램으로 10년씩 냉동인간이 되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게 좋을까 하는 옵션도 고려해 보고요.

 

 그런데 그러다가 정신차려보니 그 계산을 때리느라 이미 인생의 좋은시절을 몇년 낭비했다는 걸 알았죠. 그리고 사실 냉동인간 기술이 언제 완성될지, 비용은 얼마일지 한순간 전기가 끊어지는 사고가 나서 잘못될 확률도 있으니까 일단은 냉동인간 계획에 올인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신나게 돈을 쓰면서 살고 있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6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0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448
119379 지금 텐트치는거 구경갑니다 ㅋㅋ [14] 사람 2012.09.08 4806
119378 그냥 토르를 보지 말았어야 했어요.. [19] 제주감귤 2011.05.05 4806
119377 악마를 보았다 메인 포스터. [18] 매카트니 2010.07.20 4806
119376 부천영화제 - 괜찮은 찜질방 좀 알려주세요. [6] 풀빛 2010.06.29 4806
119375 겨울왕국의 동심을 깨는 희대의 섹드립 [14] eltee 2014.06.27 4805
119374 암튼 카톡은 문자의 로맨틱함이 없어요 [13] 사람 2013.03.10 4805
119373 통진당사태 - 속이 다 후련하네요. [17] soboo 2012.05.05 4805
119372 수아레스의 파리채 블로킹 [39] GREY 2010.07.04 4805
119371 AV 이야기 - 모리시타 쿠루미, 자서전 <모든 것은 벗는 것으로 시작됐다> [17] catgotmy 2015.09.24 4804
119370 무한도전 저 8명중에 뽑긴 하는거죠? [14] 달빛처럼 2015.03.28 4804
119369 동아일보가 전효성을 완전히 보낼 작정인가봅니다. [5] ELMAC 2013.05.15 4804
119368 제이미 올리버의 15분 요리, 어떤 퍼포먼스보다 재밌네요 [12] 겨울3 2013.02.06 4804
119367 남초 게시판 이용자로서 느끼는 메갈풍(?)의 가장 큰 영향은 [14] 홀짝 2016.07.26 4803
119366 PMS 잡는 약도 듣지 않는 PMS [12] 롤리롤리오롤리팝 2014.05.12 4803
119365 [바낭] 에바 Q 만큼이나 보고 싶은 이 주의 개봉작 [12] 로이배티 2013.04.08 4803
119364 루져들도 자기가 루져라는 걸 알까요.. [22] 바낭익명 2013.03.13 4803
119363 오늘의 승자는 박근혜인 것처럼 보여도 [14] 알랭 2012.12.04 4803
119362 임신을 하면 철분이 부족해지니 철분을 보충해줘야 하죠? [46] 오맹달 2012.11.04 4803
119361 그것이 알고싶다-신정역 살인사건 [6] 표정연습 2015.10.18 4803
119360 안철수 화이팅!! [25] protagonist 2011.09.05 48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