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30 16:59
'사고' 얘기를 하니 예전에 겪은 일이 생각이 나네요.
잠시 집을 나와 혼자 자취를 하고 있을 때인데, 동네가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유흥가, 시장 -> 취객과 삐기 등 출몰)
큰 길을 지나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는데 오른쪽 귀에 '바앙~'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군요.
'오토바이가 지나가나보다' 생각하고 길 왼쪽으로 걸으려는 순간, 오토바이에 앉은 사람이 어깨에 맨 가방을 낚아 챘습니다.
평소에 운동 신경이라고는 회사 체육대회의 피구 게임도 힘들 정도 인데, 무슨 힘인지 순간적으로 낚아챈 가방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았어요.
앞을 보니 낚아 챈 가방은 오토바이 뒷 좌석에 앉은 놈이 잡고 있고, 앞에 운전하는 놈까지 2인조 더군요.
오토바이는 스쿠터 보다는 조금 큰 정도의 기종이고, 빨간 박스 같은게 뒤에 달린 것이 배달용 같았습니다.
가방을 놓치 않고 매달리는데, 그 놈들도 오토바이를 멈추지 않더라구요.
그러니 제 포즈는... 웨이크 보드 타는 것 처럼 몸은 낮춘 상태로 두 팔로는 가방을 꽉 붙잡고 있고
발은... 오토바이 속도를 따라가느라 미친듯이 빠르게 뜀박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큰 오토바이는 아닌지라 한 사람이 힘껏 매달리니 속력은 좀 늦춰지더구만요;)
그리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팔 다리에 온 힘이 가 있으니 큰 소리도 안나오고, 쉰 것 마냥 찢어지고 카랑한 목소리가 나데요. "야!!! 놔!!!! 놔!!!!!"
그렇게 골목 하나를 다 지나갈 즘, 좌회전을 하면서 가방을 놓더라구요. 저는 뒤로 나동그러졌습니다.
한 2-3분은 그냥 학학대고 앉아 있었던 것 같아요. 멍~한게, 머릿속이 하얗더라구요.
정신이 좀 드니, 어깨의 통증과....... 구두의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만화에서 빨리 달리면서 발에 불이 붙는 장면 있죠? 그냥 만화적인 표현인 줄 알았는데, 진짜 불이 나기 직전이 되더구만요.
구두를 벗어 뒤집어 보니, 구두창에 칠이 죄다 벗겨져서 까만 고무가 탄내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혼자 자기가 무서워서, 친구네 집에 가서 신세를 지고 다음 날 출근을 했는데 일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ㅅㄲ들 오늘 내 얘기 하고 있겠구나. 독한ㄴ이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살면서 한 행동 중에 가장 위험한 짓이었습니다. (자랑한 거 아닙니다. 절~~~대!!)
그 때 가방안에 든 것도 별로 없었거든요. 제 기억으론... 만...4천원? ;;;
그 뒤로 며칠 어깨 통증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은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만 들리면 소스라치게 놀라고요.
이젠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그냥 가방 놓아버릴겁니다. 근력도 예전 같지 않고 말입니다.;;;
2011.03.30 17:01
2011.03.30 17:03
2011.03.30 17:05
2011.03.30 17:27
2011.03.30 20:52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32909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51964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62369 |
11 | 답 없으신 Lunagazer 님 보셔요 (하청노동자 죽음, 교과서 인종차별자 발언) [30] | Tomof | 2022.02.20 | 947 |
10 | 배민원, 쿠팡이츠 수수료+배달비 상향 및 담합, "나 그냥 라이더 할래" [6] | Tomof | 2022.02.17 | 956 |
9 | 배달 안내 책자를 뒤져보다가... | 닥호 | 2012.07.09 | 1103 |
8 | 이것이 가위눌림인지 긴가민가 [4] | 나나당당 | 2012.07.15 | 1771 |
7 | [바낭] 옷수선집에 갔더니 연락처를 달래서... [1] | 가라 | 2013.09.25 | 1980 |
6 | 이효리 가짜 단골집 소동의 진실? [1] | soboo | 2012.02.04 | 2387 |
5 | 기사 펌. 제천, 채석장에서 나온 석면 먼지로 뒤덮여, 4대강에도 쓰인다고..ㅜㅜ [2] | 검은머리 | 2010.07.15 | 2524 |
» | 날치기 오토바이에 끌려간 뇨자 [5] | sweet-amnesia | 2011.03.30 | 2579 |
3 | [+궁금] 개랑 살면서 바뀐 것 . [16] | 그냥저냥 | 2010.12.12 | 3286 |
2 | 각하 왈, "내가 치킨 좀 먹어봐서 아는데" [18] | chobo | 2010.12.16 | 4243 |
1 | [야옹] 광어광 고양이, 회 어떻게 드십니까? [29] | gloo | 2011.10.19 | 44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