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3 13:52
아버지> 올해 니 나이가 몇이지?
나> (뭐지?) 서른은 넘었고 마흔은 안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니 나이에 하늘의 별도 따고 달도 딴 인물들을 알고 있냐?
나>모릅니다. 다만 어릴 때 아부지가 제게 절대 박사학위 따위 딸 생각 말고 데모 따위 할 생각 말고 탱자탱자 놀멘놀멘 즐기며 살거라 한 충고는 기억납니다. 제가 충실하게 따랐죠.
아버지> 삼십 년 전의 너와 지금의 너를 비교해보면 어떤 기분이 드냐?
나> 그런 비교질 안 해봐서 아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버지> 나를 닮고자 했든 아니든 넌 날 닮았구나 후후
나> (속으로 혹시 치매오신 건가 신경쓰이는 중)
(정작 쓰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건 까묵했습니다. ㅋ.)
2022.03.23 14:58
2022.03.23 15:17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네요. 매울 신.
2022.03.23 16:15
이런 댓글 받는 맛에 게시판질 하는 거죠. 헤헤
좀전에 업무 보고 오면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앞에 있는 포켓을 살펴보라는 거예요.
손을 넣어보니 '마케팅'이라는 제목의 영문 책이 들어 있더군요. 대충 넘겨보니 시장을 관리하는 방법. 상품을 파는 방법이 쓰여 있는 책이더군요.
'왜 제게 이 책을?'
"가져가서 읽어요. 재미있게 읽을 것 같아서...."
'(으흠) 운전하시기 전에 책 만드는 일을 하셨나요?'
"아니 그저 그런 회사다니다가 밀려났소. 실업자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편한 게 영업운전이라 하고 있는 거고"
뭐랄까, 상처입은 생명체를 대하는 것 같았어요.
잘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요금을 현금으로 냈다는 것. 지갑에 오만원 권밖에 없어서 잽싸게 드리곤 잔돈 안 받고 그냥 줄행랑 쳤다는 것. ㅋ
2022.03.23 16:31
재미있네요 ^^ 아버님이 흐뭇해하시는게 마구 느껴집니다.
2022.03.23 18:22
아버지가 카톡으로 중딩 때 사용했던 가족일기 <Le cahier petit 작은 일기> 표지를 보여주시네요.
기수장은 제가 쓰고 우수장은 대개 아버지가 쓴 공동일기장입니다.
서문을 짠~ 펼쳐보였는데, "어리석음에 신이 있다."는 같잖은 문장을 제가 써놓았네요.
저런 아이디어 문장이 과연 제게서 나왔을까요? 아닐텐데.... ㅋ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