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_ 아무래도 저에게도 듀게를 떠나야 할 운명이 다가오나봅니다. 사람은 죽어서 더 이상 변하지 못하거나, 변하지 못해서 죽은 바와 다를 바 없거나 둘 중 하나의 결말을 언젠가는 만날 수 밖에 없는데 글을 쓰면 쓸수록 듀게에서의 [잔인한오후]의 정체성 확립이 강해지고 더 이상 과거의 행적에 자유롭게 글을 쓰지 못 하는 그런 불편부담이 있군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맥락의 글을 쓴다는 것은, 남이 부끄럽게 바라봐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일 터인테, 즉 오롯이 개인적인 편견에 의한 것일텐데 언제까지 빡빡하게 굳어버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글을 아껴 써야 할텐데요.


1_ 듀게에 다문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집단 소속감이 어떠한 의미를 가졌는지 아직도 전 잘 모르겠지만, 제 기억에는 다중국적이 허용되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밝히고 싶은 분들은 그다지 없을겁니다. 저도 듀게 말고도 다른 가상 모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그 곳의 글을 여기로 끌고 오거나 하진 않을 것이며, 남이 그에 대해 밝히는 것도 별로 즐거운 일만은 아닐겁니다. 지금도 궁금한데 인터넷에서 올린 글 각각을 다른 게시판으로 날라서 그 사람의 총체적인 정체성을 커밍아웃 시키는 것이 법적이나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는 자신에 정체에 대한 정보의 대위법을 피해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가상 세계로 잠시 휴가를 온게 아니었습니까? 일상과 비일상 이분법이 싫다면, 색다른 정체성으로 일상을 지내기 위해 자꾸만 새로운 가상 집단에 소속하는게 아니었나요? 그러니까 커뮤니티 자체에 애착이나 애증을 가지는 것이구요.


인터넷에서 특정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게 주민등록번호나 비밀번호 등의 사적인 정보라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개인이 누구나 접촉 가능한 가상 공간에 정보를 올렸다면, 그 정보를 올린 것 만으로 타협한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 글들을 퍼와서 글을 새로 쓴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 위반으로요. 인터넷에 그 글을 올린 사람이 자기 자신이란 것을 증명 할 수는 있어야 겠지만 [펌글] 형태는 분명 법적 제제가 가능하죠. 그렇다면, 링크를 거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쓴 글이에요.]하고 링크를 걸면 그건 법적 분쟁 문제를 피해서 개인에 대한 가상 정체성 공개가 가능하죠. 그게 윤리적인가 아닌가는 차치하고서라도요.


어쨌거나, 현재의 듀게에는 이중가상 활동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두 분이 활동하고 계시죠. 사케르에서 활동하셨던 손소리님과, 일베와 디시에서 활동하시는 것으로 추정되는 키리노님이요. 전자는 자신이 거기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뚜렷히 밝히고 그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쾌념치 않은 듯 합니다. 후자는 전면 부정하시고 부정하는게 우연히도 사실일 가능성도 있죠. 거짓일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까지는 아니더라도 짜증날만한 일이긴 할 겁니다. 아니, 그걸 떠나서 공연된 정보라고 하더라도 개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 공개는 비윤리적이지 않을까요? 전 이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상 세계에서의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만 수고해도 다 드러나는 그것들에 대해 정보의 불균형 형태의 집단에게 타자가 공개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저도 제 인터넷 활동들이 작은 집단에서 공개되서 새로운 정체성을 쌓아올리는데 방해된다면 매우 슬플것 같긴 합니다. 다른 것보다, 그 언급되는 글들은 [현재]보다는 [과거]의 글들이잖아요. [타자로서의 자신] 말이죠. 에, 뭐 현재진행형으로 양쪽에서 동시에 글이 올라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고, 과거라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대로의 타자]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없어지는 상황은 꽤 불편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연 이는 정당한가?


2_ 개인의 타자에 의한 가상 정체성 공개에 대해서는 이 쯤 다루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손소리님과 키리노님이 다른 가상 집단에 소속해서 함께 지냈던 분들이실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것이 그 분들에게 예의없이 굴어야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듀게고, 그 분들도 여기에 글을 올리는 이상 적어도 듀게 사람이니까요. 저에게도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지만, 분명 (비꼬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의무로 주어진 등업 고시를 했을 것이며 듀나님께서 그걸 통과시켰을 겁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글을 쓰고 있을 수 있겠죠. 말하자면 등업고시를 통과한 이상, 가상 통과의례를 통과함과 동시에 운영자와 상징적 계약을 이뤘다는 것이죠. 좀 과다하게 말하면 운영자가 여기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허락한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우리는 듀게의 방식(또는 문화)로 듀게 사람들을 대할 .. 대할 .. 무엇이 있을까요, 의무? 권리? 필요? 공정함을 위해서는 다른 듀게인을 대하는 것과 달리 대할 수는 없습니다, 정도군요. 하, 공정함이라. 저는 의사소통에 있어 비아냥, 비꼼, 무의미함, 일방 등을 다 싫어합니다. 아, 저도 가끔 정신을 잃으면 비아냥 거리거나 비꼬긴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런 짓을 했다는 것에 대해 무지 부끄러워지고 이불을 발로 빵빵 차게 되죠. 그리고 가끔 비아냥거리거나 비꼬았던 댓글들을 다시 보며 부끄러움을 잊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그건 정말이지 부끄러운 일이죠.


여기에 대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사실, 제 이 글은 오지랖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대하든 그에 대해 완장을 차고 "하지 마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죠. 심지어 듀게에서 금지되어 있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서로 싸우지 않고 즐겁게 놀기 위해"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즐겁게 놀지 않으려고 그런 것들을 언급한다면 그 가치가 훼손 수준이 아니라 음의 수준으로 하락하는 거죠. 어쨌거나 그런 오지랖을 무릅쓰고 이야기하자면, 상대가 내 자신에게 눈을 찌르든 이를 뽑든, 내가 상대의 눈을 찌르고 이를 뽑을 필요도 없고 그 것이 논리적으로 옳아보이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듀게에서 다른 가상 집단에 소속을 두신 분들에 대해서 비난하려면, "그" 집단의 논리를 따라서 비난하시는게 아니라 듀게의 방식으로 비난을 하셔야죠. 굳이 그 집단 식으로 비난하고 싶으시다면, 그 쪽 집단에 가입하셔서 그 쪽의 룰을 따르며 비난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둘 다 윈윈이잖아요. 듀게의 의사소통 문화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도 주는대로 받을 수 있죠. 지푸라기 님께서는 사케르에 가입하셔서 거하게 그 쪽 룰을 따라 한탕 하시더군요. 그 글은 이미 지워졌습니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애꿎게 듀게의 자장 안에 있는, 즉 듀게의 문화를 따르고 있는, 듀게에 올라온 글에서 다른 문화를 시연하는 것보다 그 쪽에 가서 그 쪽의 문화를 따르는게 논리적으로도 맞아 보입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 법을 따라야죠. 단, 로마인들이 로마 법으로 로마에 온 사람들을 대우하고 있을 때에만요. 그래야 로마가 로마로 유지 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비난 받기 때문이 아닌, 내부에서 비난 받기 때문에 그러한 일들을 멈춰주셨으면 해요. 점심식사 어떠냐고 묻는 다던가, 글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 없는 글로 댓글을 채운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아, 이런 것들은 그저 제 오지랖일 뿐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일들이 일베에서나 사케르에서 일어나고 있는게 아니라 듀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라는 거죠. 듀게 문화의 총체적인 양상을 파악할 때, 듀게의 글에서 일어난 것들만 다루지 않고 댓글에서 일어난 것들도 다루거든요. 그리고 그 총체적인 양상이 변화하여 갈 때 듀게 이용자 중에서 맘에 들지 않는 분들이 떠나가겠죠. 네, 글이 올라오는 것 때문에 떠나는게 아니라 글과 댓글의 의사소통 양상 때문에 떠난다구요. 아, 떠나는 것에 별 관심 없으시면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누가 그거 언제부터 신경이나 썼었나요.


3_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 진 모르겠는데, 개인의 소속이 어떻게 되든 그를 대하는 태도가 예의가 없다면 그의 소속과 상관 없이 그건 그냥 예의가 없는 겁니다. 아뇨, 소속에 따라 예의를 바꿔나가면 그게 더 나빠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걸 잊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일베가 욕을 먹는 이유는, 일베가 일베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베 내에서 통용되는 논리가 일반 집단에서 통용할 수 없는 논리이기 때문이라는 거 말이에요. 그런 논리는 듀게 뿐만 아니라 어디에 가서도 통용된다면 잘못 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 그 자체로 감정을 가질 게 아니라는 거죠. 아, 감정을 대리 표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게 보진 않지만, 그 논리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자는 당연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키리노님이 듀게에서 쓴 글과 댓글에서 그렇게 썩 타당하지 않는 논리들을 주장하는 것은 많이 봤지만, 예의 없는 글을 쓴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가상 공간에서 개개인에 대해 판단하는 정보는 [바로 그 곳에서 즉시 볼 수 있는 정보들] 내에서 추측하는 것 뿐이고 그 바깥의 연장선에 있는 정보들은 [굳이 힘을 들여] 찾아야 한다는 걸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반적인 무례는 당연스럽게도 일방적인 무례로 보일 뿐이거든요. 그리고 손소리님은 키리노님과 달리 일부러 무례하게 보이는 단어들을 취사선택하셔서 글을 쓰셨죠. 그에 대해서 대답하는 사람도 같이 무례해보이는 단어들을 따로 찾아서 달 필요 없어요. 그냥 그 단어들에 대해 지적하면 되는거잖아요. 듀게 내에서는 그런 단어들을 쓰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니까요. 아, 혹시 반대 안 하시고 함께 쓰시련다면 제가 생각하는 듀게와 현재의 듀게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면 되는거겠죠? 그러니까 제 말은 이겁니다. 누군가 무례하거나 과다추측한다고 해서 함께 무례하거나 과다추측할 필요 없다는 거죠.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편하고 간단한 대응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문화의 배제보다는 문화의 수용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4_ 이 글 전체는 제 입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논쟁에서 저는 온건파더라구요. 어떤 문제에 대해 박멸시키거나 소멸시켜버리자는 것에 대해서 저는 변용시켜 수용하자는 입장이라 제 의견과 다른 분들도 많을꺼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게 있어서 듀게는 최소한의 예의를 차려주는 문화 공간이죠. 그게 허식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말이죠. 최소한의 예의 필요 없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듀게는 또 그런 곳이 되겠죠. 그렇다면 슬슬 떠날 채비를 해야겠지만.


+_ [그렇다면 슬슬 떠날 채비를 해야겠지만.] <- 이건 제 흑역사의 일면이 될 문장이에요! 죄송합니다!! 생각 없이 마지막 문장을 가다듬다 이런 불필요한 정보 제공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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