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7 16:53
최근 2년간 해외에 있었던 상황과 코로나19로 인해 조문을 가는 일이 거의 없다가
어제 오랜만에 장례식장을 갈 일이 생겼어요.
장례식장 입구에 마련된 체온측정기와 손소독제 그리고 입출입 등록을 위한 단말기 등등은 담당자 없이 그냥 방치되어 있었죠.
마치 이미 지나간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처럼 보였습니다.
아마도 불과 몇주전이었다면 이렇게 장례식장에 오지도 못했을거 같군요.
함께간 일행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우리 그룹은 식사도 피하면서 모두 마스크를 거의 벗지 않고 있었는데
상당수의 그룹들이 마스크를 벗고 식사와 음주를 하며 떠들고 있더군요.
한쪽의 사람들은 폭등하는 확진자수에 맞춰 (방역 완화기조와 별개로) 더욱 조심을 하는데
그보다 또 많은 수의 사람들은 마치 역병이란 없는 것처럼 놀고 있는 풍경이 만나고 있더군요.
그 사람들 모두 다 백신은 맞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상해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단 한명의 확진자 혹은 밀접접촉자가 나와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통째로 격리하는 통에
상당수의 시민들이 사실상 락다운을 당하고 있는데
2년전과 조금 다른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전에는 우한의 상황과 맞물려 다들 힘내서 극복하자며 적극적으로 방역당국의 지시를 따르며 협조를 하는데
일부지만 공권력의 틈새를 비집고 반항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군요.
아파트 단지 밖으로 못나가지만 아파트 단지내에서는 자유롭게 활보를 하는거죠.
어떤 주민들은 식량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단지안의 공지에 밭을 일구어 파종을 하는데
친구왈, 마치 중세시대의 성으로 아파트 단지가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군요.
펜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시민들의 방역 피로도가 증가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현상들인데
어제 장례식장의 상황을 보면서 닭이 먼저나 달걀이 먼저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방역완화 기조에 편승하여 시민들이 나사가 풀리는 것이냐 아니면 나사가 풀려 더 이상 조일 수 없는 상황에서 실행 불가능한 강한 방역조치를 현실화 하는 것이냐
둘 다 일수도 있겠죠.
어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새로운 일상을 잘 받아 들이고 있지만 또 어떤 이들은 강력히 저항하고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려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방역정책은 그 어디즘에서 균형을 맞춰야겠죠. 그것은 모두에게 욕을 먹고 인기가 없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새정부가 그런 정책을 지혜롭게 잘 추진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매우 회의적이지만 한가지 현정부보다 유리한 부분은 있습니다.
언론이 현정부에 비해 새정부에 대해 꽤 협조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요.
일본의 방역대응이 수치적으로는 그럭저럭 한것처럼 보이는건 통제되고 왜곡된 온갖 불투명한 방역통계들이 사회적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집권세력의 정치적 위기도 초래하지 않았던 데에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할 언론의 협조 혹은 방조가 큰 역할을 했지요.
한국의 보수적이며 저널리즘 수준이 쓰레기급인 언론사들이 새정부 집권 초기에는 현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대신 일본주류언론같은 처신을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예상입니다.
장례식장에는 대부분 최소 5년에서 10년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았는데
그 중 상당수는 이제 좋은 일보다는 이렇게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보게 될거에요.
다음은 누구일까? 그런데 그 다음 차례는 어제의 자리에서 뵌 어르신들 중 한분일텐데 그 당사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할까요.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가움 그리고 다음에 대한 불안이 교차했던 서너시간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어두운 길은 왜 그렇게 쓸쓸하기만 한지
당신의 지금이 바로 당신들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입니다.
2022.04.07 17:24
2022.04.07 17:45
작년부터 장례식 상황은 이미 많이 풀렸었나 보군요. 결혼식은 안가도 장례식은 꼭 가려 노력하는 편인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례식이란 다들 삶의 한복판에서 잠시나마 각자의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는 그래도 반년간 못 일어 나고 지내시다 왠지 편해지신거 같았던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이었는데…. 남은 어르신들은 모두 건강하게 지내시다 조금만 고생 하시고 가시면 좋겠어요.
고령화 사회에서 이젠 잘 사는 것 만큼이나 잘 죽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집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4.07 18:06
2022.04.07 18:08
바람을 얼굴에 느끼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젠 바람만 불어도 쓸쓸해요.
그리고 저녁은 항상 쓸쓸해요.
2022.04.07 20:52
2022.04.08 00:23
가까운 어르신 장례식이었든가봐요. 쓸쓸함이 글에서 묻어나오네요.
저도 작년 초에 할머니 돌아가셔서 장례식 치른 적이 있는데 수도권이 아니라서 기준이 조금은 헐거웠습니다. 공간 안에 인원이 50인 이하면 뭘 해도 ok. 코로나 한참 심할 때라 누가 와서 음식 먹나 했는데 사람들마다 반반이더라고요. 그래도 왔는데 먹어야지 하는 분들이랑 조문만 하고 바로 돌아가는 분들이랑. 정산할 때 보니 음식 장만 비용이 적게 나오진 않았어요.
그 뒤에는 친구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이때는 수도권이었고 거리두기 바짝 조일 때라 괜찮나 했는데 또 한 공간 안에 모이는 인원만 좀 조절하는 정도로 크게 문제는 없더라고요. 요즘 부고 소식이 전달될 때마다(코로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는 분들 중에 50-60대이신 분들 부모상이 부쩍 많아지긴 했습니다ㅠ) 코로나로 조문 사절한다는 안내가 꼭 따라붙던데 그냥 한국식 인사치레 표현 아닌가 싶어요.
2022.04.08 20:25
화장장이 만원이라 3일장할거 5일장하게 되어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제사지내는게 힘들었다고
저는 2020년 이후 세 번 다녀왔어요.
2020년 6월초,8월말 에 이모님과 사촌 장례식이었고 21년 10월에 삼촌이 돌아가셨죠.
20년 여름이면 확진자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을 때였는데 한 팀 들어가면 한 팀 나올 정도였고 검사도 철저했어요. 삼촌 때는 델타 유행할 때였고 확진자가 제법 됐는데 규제는 오히려 좀 풀린 때라 사람이 판데믹 전만큼 왔죠. 사실 그러면 안 되는데 올 사람은 다 왔다 간다고 하더군요. 결혼식장처럼 한 번에 인원 파악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이때는 술 마시는 분도 좀 계셨어요.
조문객 수는 아무래도 각 가정 사정 영향을 많이 받는 거라 단순히 규제가 풀려서라고만은 할 수 없고, 이런 식으로 방역 구멍이 생기는군 했죠.
세 번 다 대학병원이었는데 입구에서 체온 재고 큐알 찍는 건 확실하게 했고요.
최근엔 사돈쪽 어르신이 장례식장이 없어서 일주일 뒤에 장례를 치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작년 가을 삼촌 장례식장에서 나오면서 사촌들이랑 다음엔 좋은 일로 만나자고 하면서 헤어졌는데 사촌의 아이들이 서른 가까이 됐죠. 진짜 다음 모임은 좋은 일로 만나게 될지도요.
마지막 말씀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