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9 21:44
전 살면서 단 한 번도 딱히 코어 뭐뭐뭐였던 적이 없던 사람이라.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엔드 크레딧에 흘러나오던 이 곡으로 이 밴드의 존재를 알게 됐었죠.
솔직히 이게 그 영화랑 어울리는 곡이었는진 그때도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곡이 좋은데. 이승열 목소리도 끝내주고요.
'엄마에게 물어보았지 설거지같이 쉬운 인생은 없을까'라는 가사가 독특해서 확 꽂혔던 것도 있어요. 군대 가서 매일 30인분 설거지를 하면서 이 노래가 떠올라서 투덜거렸었죠. 설거지가 쉽긴 뭐가 쉬워 이 양반들아! ㅋㅋ 이 생각은 가사 분담상 집의 설거지를 도맡고 있는 지금도 변함 없구요.
이렇게 훌륭한 밴드가 있었다니! 하고 주변에 영업을 하려고 했는데... 보니깐 U2 짭이네 뭐네 하면서 오히려 욕을 먹고 있더군요(...)
제가 막 U2 열성팬이 아니었기도 했지만, 어쨌든 아까웠죠. 표절도 아니고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것 같은데 뭘. 곡만 좋구먼.
(사운드가 좀 이상(?)한 건 의도적인 겁니다. 앨범에 가짜로 라이브인 척하는 곡들이 몇 개 실려 있었어요.)
이것도 그 앨범에서 좋아했던 곡인데.
'그대 영혼에'랑 풍이 워낙 달라서 보컬이 방준석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걍 이승열이 창법을 좀 달리해서 부른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 지만 방준석이 맞겠죠. 그런 걸로. ㅋㅋㅋ
왜 헷갈리게 둘 다 메인 보컬급으로 노래를 잘 해서 제게 이런 고난을(...)
암튼 워낙 망한 밴드라 그런지 나중에 재결성도 하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라이브 영상 하나 찾기 참 힘드네요.
그나마 몇 개 있는 건 이 앨범 곡들이 아니고 해서 이렇게 걍 라이브 음원이라도 올려보구요.
아실 분들은 이미 알고 클릭하셨겠지만, 2인조 밴드였던 이 팀에서 이승열은 다들 아시다시피 솔로로 활동했고. 방준석은 영화 음악 감독 쪽으로 길을 트셨죠. 워낙 능력자들이라 두 분 다 이름 께나 날리셨지만 특히 방준석은 이 영화 저 영화에 종횡무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셨구요. 작년까지도 '모가디슈'를 비롯해 세 편의 영화 음악에 참여하신 후. 사흘 전에 병으로 세상을 뜨셨습니다.
그 소식을 보니 그 많던 영화 음악들 다 제끼고 20여년 전에 꽂혀서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앨범 생각부터 나더라구요. 그래서 글 제목이 저렇습니다. 저게 앨범 제목이었죠.
한 곡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한 게 방준석씨였죠. 참 좋아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그 앨범 곡들을 다시 듣다가 이렇게 깨작거려봤습니다.
방준석씨의 명복을 빌며, 이 분의 영화 음악들 중 가장 히트곡이었던 이 노래의 작곡가 본인 버전을 올려보며 마무리합니다.
2022.03.30 00:27
2022.03.30 12:43
20여년전 기억이라 확실하진 않지만 인터뷰에서 '설거지'라는 단어의 어감이 맘에 들어서 적었다든가 뭐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유학파들치곤 한국어 사랑하는 분들이구나... 했습니다. 아예 영어곡도 있었지만요.
2022.03.30 00:46
2022.03.30 13:21
이승열 히트곡이 담긴 '...ing' 음악도 이 분이 하시고 그랬죠. 이준익 감독과 자주 작업하기도 했고...
암튼 너무 일찍 가셨네요.
2022.03.30 01:21
2022.03.30 13:22
맞아요 멜랑꼴리가 강했죠. 하하. 참 좋은 곡들 많이 담겨 있던 앨범인데 희한할 정도로 당시에 반응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저도 뉴스 보고 깜짝 놀랐어요. 가실 때가 된 분이 아닌데 왜... 아쉽고 안타까워요. ㅠㅜ
2022.03.30 10:00
영화음악으로만 아는데 기사는 며칠 전 봤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설거지는 손가락, 팔꿈치 관절과 힘줄 손상의 주요 원인입니다. 손가락에 수십 년 지속적으로 힘을 주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사로인한 직업병이지요. 조심하셔요.
2022.03.30 13:24
저는 뭐 퇴근 후에만 하니까요. 전업으로 가사 하시는 분들과 비교할 건 아닌 것 같구요. ㅋㅋ 최대한 게으르게 해보겠습니다!!
2022.03.30 15:13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듣게되리란 생각을 못했지만 그러고보면 나도, 우리 모두들 나이를 엄청 먹었네요.
2022.03.30 18:40
저 앨범 들으며 나른하게 집에 늘어져 있던 게 어언...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