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0 17:41
- 그러니까 시즌 5를 다 봤단 얘기겠죠. 에피소드는 10개인데 마지막 것이 1시간 30분이고 나머진 한 시간 정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이번엔 언론이다!! 라는 느낌의 포스터이긴 한데, 뭐 주인공들 말로 때려잡느라 바빠서 그렇게까지 본격적이진 않습니다.)
- 시즌 4의 결말에서 1년 정도 지난 걸로 하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새로 취임한 시장님은 금방 현실 벽에 부딪혀서 성질 부리고 짜증내고 그러다 결국 전임 시장보다 딱히 나을 게 없는 시정을 펼치시구요. 그 과정에서 학교보다 예산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경찰 쪽이 크리티컬을 맞죠. 초과 근무 수당도 안 주고 업무용 차량을 확 줄여 버리고 가능한 거의 모든 부서에서 인원을 줄이고... 당연히 지미네 특별 수사팀도 오만 수모를 다 당하다 급기야는 또 해체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 상황은 우리 우주적 진상남 지미 맥널티의 진상력을 3배로 파워업 시킬 뿐이었고. 결국 이 분은 정말 황당무계한 만행을 시전하면서 '아무튼 말로만 잡으면 됨!!!' 모드로 폭주를 시작하구요. 그 폭주는 본인 주변 사람들은 물론 시 전체를 끌고 들어가 혼돈의 도가니탕으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니들이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라는 생각이 한 시즌 내내 새록새록...)
- 시즌 5의 특징이라면, 마지막 시즌답게 원래 주인공들... 그러니까 특별 수사팀 멤버들이 주인공 자리를 되찾고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겁니다. 사실 이 분들은 시즌 1 이후로 실질적 주인공 포지션에 섰던 적이 없어요. 시즌마다 다른 주제를 갖고 전개되는 시리즈였고 그 '다른 주제'를 대표하는 실질적 주인공들이 따로 나오는 식이었는데. 이번 시즌에도 새 떡밥으로 언론의 문제가 등장하고 그걸 대표하기 위해 기자 캐릭터들이 좀 나오긴 합니다만, 얘들은 그냥 조연 역할에 머물러요.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완전히 맺고 끝내는 역할은 다시 주인공들에게 주는구나... 했구요. ㅋㅋ
(언론사 풍경 묘사도 좋고 캐릭터들 설정도 좋은데, 다른 시즌들의 중심 소재들에 비해 이번엔 그렇게 깊이 팠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 근데 사실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들에 비해 좀 덜 재밌게 봤어요. 왜냐면... 수사팀이 다시 주인공이 되었다지만 팀 멤버들 중 진짜 주인공급의 비중을 보여주는 건 맥널티와 레스터 할배 둘 뿐이고 나머진 지분이 적어요. 게다가 이 분들이 스토리상 사방팔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 데 모여 시너지를 보여주는 장면도 별로 없구요. 그냥 맥널티와 레스터가 합심해서 대형 사고를 치고, 나머지는 거기 휘말려서 고생하는 정도?
그리고 그 맥널티랑 레스터가 좀 문젭니다. 이 둘이서 말로를 잡기 위해, 정확히는 잡을 예산과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저지르는 사고가 넘나 격하고 안 상식적이고 또 스케일이 너무 큽니다. 저럴 거면 그냥 둘이서 특수부대 장비 훔쳐들고 뛰쳐 나가 말로를 쏴 죽여 버리는 게 편하고 또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ㅋㅋㅋ 맨날 예산 절감의 최우선 대상이면서 실적의 압박만 죽어라고 받는 미국 경찰들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시종일관 좀 몰입이 덜 되더라구요.
새로 추가된 신문사 이야기가 이전 시즌들의 그 시즌 전용 떡밥들에 비해 좀 덜 재밌었던 것도 있구요.
(그나마 카버 너라도 개념차게 잘 성장해서 다행이었다... 라는 생각을 하며 봤네요.)
- 정치인 아저씨 파트는 이전보다 괜찮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양반이 원래 참 보기 드물게 순수하고 열정적인 인물로 시작을 했는데요. 마지막 시즌이다 보니 이제 닳고 닳아서 자기가 그렇게 진심으로 비난하던 정치인들이랑 별 다를 게 없어진 행태를 보이며 맥널티랑 레스터가 사고를 치도록 몰거든요.
근데 그렇게 이 양반이 때가 묻고 망가져 가는 모습을 나름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줘요. 나름 좋은 의도로 열정적으로 정치를 시작하던 인물이 어쩌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기성 정치인'이 되어가는가... 를 차분히 단계별로 보여주는데. 그래서 그런가, 이 아저씨 이야기의 끝맺음을 보고 나면 뭔가 좀 혼난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니들 생각하기엔 니가 직접 정치하면 막 정의롭게 잘 할 것 같지? 니들이 맨날 욕하는 그 정치인들도 원래 그랬던 게 아니란다. 너라면 여기서 정신줄 붙들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뭐 이런 느낌이... ㅋㅋㅋ
(신인 시절엔 그리도 열정적이고 괜찮아 보이던 정치인이 왜 뜨고 나면 다 맛이 가는가... 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달까요.)
- 그리고 마지막 시즌이다 보니 팬서비스가 아주 성실하게 들어갑니다. 지난 시즌들의 비중 있던 등장 인물들 중에 안 죽은 사람들은 거의 다 나와요. 어떤 사람은 잠깐 나오고 어떤 사람은 꽤 중요하게 나오고. 어떤 사람은 꽤 큰 드라마를 맡아서 멋진 모습도 보여주고요. 다만 끝까지 멍청멍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허크찡에겐 애도를... ㅠㅜ 담당 배우의 일상 사진을 보면 인상이 확 다르던데. 이 드라마에선 정말 무뇌 캐릭터로 나와서 무뇌 모습만 보여주다 가네요. 허허.
(시즌 2의 조카님도 정말 잠깐 나오시는데, 아니 이 분이 아마존 프라임 '아메리칸 갓'의 그 분이었군요. 인상이 너무 다름. ㅋㅋㅋㅋ)
- 결말은 뭐, 드라마 성격상 그렇게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당연히 아니구요. 그 많은 캐릭터들이 전부 각자의 엔딩을 맞는데. 대체로 이치에 맞습니다. 잘 좀 풀리길 바랐던 캐릭터 몇몇의 끝이 아주 좋지 않고, 제발 좀 망했으면 했던 캐릭터들 몇몇의 끝이 너무 현실적(?)이고... 그러니 엔딩이 남기는 감정이 마냥 즐겁진 않지만 그래도 드라마 톤에 맞게 적절하게 잘 끝맺은 것 같았어요. 더 이상의 시즌은 절대로 없도록 확고하게 못 땅땅 박아 버리는 태도도 맘에 들었구요.
(볼티모어의 승냥이, 오마의 마지막은 어떻게 될 것인가!!!)
- 뭔가 좀 시큰둥한 톤으로 적었는데. 뭐 이전 시즌들 대비 좀 덜 재밌었다는 거지 역시 집중해서 우다다다 한 번에 잘 달렸습니다. 매번 그렇지만 마지막 에피소드 셋 정도 남겨 두니 그만 보고 자야 하는데 멈출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90분인 걸 보고 기겁했지만... ㅋㅋㅋ
사실 할 얘긴 엄청 많은데 스포일러 피하자니 적기가 힘들어서 그냥 이 글은 이렇게 빠르게 종료하고. 나중에 스포일러 가득한 잡담 글이나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암튼 아주 세세한 사회 분석, 비판, 풍자에 엄청 강렬한 드라마가 가미된 '재밌는' 시리즈였습니다. 보고나서 생각할만한 부분도 많이 던져줘서 더 좋았구요.
아직 안 보셨고 웨이브 회원인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호불호가 갈릴 구석이 은근 큽니다만, 전설의 드라마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 느꼈네요.
+ 사실 이번 시즌의 숨은 주인공은 이 분이 아니었나 싶구요.
근데 자꾸만 손창민 & 실베스타 스탤론 생각이 나서 괜히 웃겼습니다. 권투를 배워보시죠 버블스 아저씨.
2022.02.10 18:24
2022.02.10 19:36
대단한 잉여라는 건가요!! ㅋㅋㅋ
2022.02.10 18:38
2022.02.10 19:36
웨이브 계정 빌려쓰는 게 내일까지라 뭘 더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파고'를 시즌 3까진 볼 생각이었는데 하루만에 두 시즌을 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 걍 오늘로 웨이브 접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2022.02.10 19:37
아무리 사용기간이 있다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전 절대 이렇게 총 5시즌이나 되는 시리즈를 빨리 못달릴 것 같네요. 막 킬링타임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소화할 시간도 필요한 작품인데 진짜 대단하십니다 ㅋㅋ
말씀대로 이번엔 언론을 끌어오긴 했는데 역대급이었던 전시즌의 완성도에 비하면 좀 아쉽긴 했죠. 아무래도 마지막 시즌이라 주인공들 이야기를 마무리 하다보니 분량과 비중의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언론쪽 스토리와 엮기 위해서 맥널티와 레스터가 벌이는 일도 막장성이 너무 심했구요. 아무리 원래 무대뽀 주인공이었다지만;;
어쨌든 엔딩은 잘 지어준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의 마지막을 쭈욱 보여주는 시퀀스는 정말 좋았어요. 이야기의 끝이면서 다시 모든 것이 반복됨을 보여주는듯 했죠.
저널리스트 스캇 역으로 출연한 톰 맥카시는 나중에 언론영화 스포트라이트로 오스카를 휩쓸게 되죠. 원래 감독이 본업이신 분이니 ㅎ
2022.02.10 19:58
단순하게, 소화가 안 되는데도 그냥 막 달린 것이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맥널티야 원래 막장이었다지만 레스터가 거기 동참, 심지어 리드하는 게 좀 무리수였죠. 팀에서 '어른스러움'을 맡고 있던 캐릭터였는데 갑자기 화르륵 불타올라가지고선...
등장인물들 마지막 죽 보여주는 장면은 참... 좋기도 한데 씁쓸한 게 너무 많아서 심경 복잡해지더라구요. 특히 소년들 중 비리비리를 맡고 있던 그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은 '아니 작가님들아 제발 쫌!!!' 이란 기분이었습니다. ㅠㅜ
2022.02.10 19:39
시리즈 전체에서 제일 유명한 씬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어 하나로만 전체 대사를 처리한 ㅋㅋ 역대 TV 시리즈 연출 중에서도 손꼽힌다고 하죠.
2022.02.10 19:54
클릭 안 해보고도 뭔지 알았어요. 확인차 클릭. ㅋㅋㅋㅋ 진짜 웃기면서 절묘했죠. 제가 지미는 진상이라 좀 싫어했지만 벙크는 너무 좋았어요. 현실적인 척하는 환타지 캐릭터라고 해야 하나. 모자란 구석도 분명히 많은데 넘나 매력적이었던...
2022.02.10 20:05
2022.02.10 22:54
아니 어디서 이런 짤들을 바로바로 찾아내시는지. ㅋㅋㅋㅋ
2022.02.10 21:29
사실 접미사er은 대충 하나라 쳐도 mother가 한번 찬조출연하기는 합니다. 눈치없는 맥널티때문에.
2022.02.10 21:19
와 축하합니다. 정말 빠르시네요. 약간 평이 처지기는 해도 깔끔하고 멋진 피날리 시즌이었지요. 로이배티님 따라 엉겁결에 저도 1시즌부터 다시 보고있습니다. 디 어페어 나왔을 무렵에 보고 안봤으니 한 8년만에 복습을 하는 것같네요.ㅎㅎ 역시 훌륭한 드라마예요. 워낙 상찬을 많이 받아서 뭐라 더 얹기도 그렇고.. 다만 저도 몇몇 좋아하던 캐릭터의 운명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 있긴합니다. ㅋㅋ
2022.02.10 22:56
저는 살면서 자발적으로 복습을 한 드라마가 거의 없네요. 가끔 생각해보면 Lunagazer님이 저보다 뭘 훨씬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복습까지 하시면서 최신작도 챙기시고! ㅋㅋ 뭐 정든 캐릭터들 퇴장 대접에 대해선 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드라마 성격상 그래도 대략은 납득해주게 되네요. 어차피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얘길 하는 드라마는 아니니까요.
2022.02.10 22:07
먼 훗날 '아빠가 하루에 한 시즌을 끝내던 시절이 있었지'라고 회상할 때 증거로 듀게가 남아 있어얄 텐데 말입니다.
암튼 훌륭한 거 같습니다. 드라마도 ㅎ 로이배티님도 ㅎ.
2022.02.10 22:58
아들에겐 그런 얘길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빠를 능가하는 잉여 폐인이 될까 두렵습니다. ㅋㅋㅋ
이 드라마는 참 훌륭한 것 같아요. 시즌마다 소재 뿐만 아니라 드라마 성격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그렇구요. 세상엔 잘 만든 이야기들이 정말로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