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1 23:40
-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2시간 3분. 장르는... 진지하게 제목에 적어 놓은 저대로라고 생각하구요. ㅋㅋ 스포일러는 없겠죠.
(한국 개봉 제목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이었죠. 뭐... 나름 수입사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 제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 1960년대 미국입니다. 주인공은 무슨 극비 과학 실험 시설 같은 곳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언어 장애인 샐리 호킨스님이시구요. 시절이 시절이니 장애만 해도 힘들 텐데 고아라서 가족도 없고 대체로 인생이 외롭습니다만, 그래도 퇴근해선 이웃 사는 동병상련 고독 아저씨와 옆방 가족마냥 가깝게 지내고, 출근해선 수화도 할 줄 알고 맘도 넓은 직장 동료 아줌마와의 우정 덕에 아주 극단적으로 외롭진 않게 그냥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시설에 무슨 정글인지 어딘지에서 잡아왔다는 양서류 인간이 끌려 오고. 샐리 호킨스가 이 양반에게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다 급기야 호감을 품게 되네요. 하지만 시설에선 우주 진출 계획을 위해(?) 이 양서류를 해부해버리기로 결정하고, 그걸 알게 된 주인공은 이 양반을 빼돌릴 계획을 세우는데...
(솔직히 끝까지 보고서도 끝내 정은 안 가던 양서류맨. 그래도 좀 멀리서 보면 폼은 나기도 하구요...)
- 제목에 변태... 라고 적어 놓았는데요. 표현이 좀 과할 수도 있긴 하지만 뭐 기예르모 델 토로가 본인 취향, 본인 페티쉬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괴물 좋아하고 로봇 좋아하고 뒤틀리고 괴상한 이미지를 폼나고 예쁘게 만들어내는 게 주특기구요. 그리고 역시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에선 평소보다 한 발짝 더 나가기도 했구요. 괴물과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는 흔했지만 괴물과 '섹스'하는 사람 이야기는 그리 흔치는 않으니까요. 하물며 본인이 적극적으로 괴물을 유혹해서 연애하고 섹스하는 이야기는... 하하.
(그 어려운 일을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캐릭터님. 저 차림새랑 머리띠까지 샐리 호킨스랑 너무 찰떡이지 않습니까.)
- 근데 뭐 따지고 보면 결국 미녀랑 야수랑 연애하는 그거랑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랑에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는 매우 진부한 테마를 그냥 극단까지 밀어 붙인 거고, 그걸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뿐이죠. 그리고 그 수위 조절도 상당히 절묘합니다. 19금 수준인 건 맞는데 과하지는 않게, 그리고 그림도 참 예쁘게 둘의 사랑을 보여주고, 그 다음엔 너무나 한 점 티 없이 해맑게 그 경험에 대해 친구와 행복한 수다를 떠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줘요. 마치 감독이 관객들에게 '너 방금 그게 변태같다고 생각했니? ㅉㅉ 그런 니가 변태야!' 라고 히죽거리며 훈계하는 듯한 기분이... ㅋㅋ
(사랑에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며? ㅋㅋㅋㅋ <- 뭐 대략 이런 느낌?)
- 그리고 영화 전체의 톤이 그런 이야기에 딱 맞춰져 있습니다. 역시 제목에 적은대로 아주 노골적인 동화톤이거든요.
1960년대 미국이라고 했지만 그 역시 그런 동화톤에 맞추기 위한 선택인 것 같구요. 그 1960년대 미국의 모습도 역시 굉장히 페티시스럽달까. 현실성은 거의 1도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 머릿속의 '60년대 미국'의 팬시한 느낌만 와장창 가져다가 짜맞춰서 예쁘게, 어둡고 음침해도 예쁘게 꾸며놨습니다.
거기에 캐릭터들 성격도 그래요. 정말 전형적인 '가난하고 힘들지만 착하고 용기있는 사람들'과 전형적인 '온갖 악덕들은 다 갖다 붙인 악당들'의 대결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뻔해도 되는 거야? 싶은데 애초에 영화가 동화톤이기도 하고, 또 그 캐릭터들을 맡은 배우들이 컨셉을 찰떡같이 이해하고 완벽하게 연기를 해주니 그냥 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좋더군요.
(우중충하고 칙칙한 모습을 이렇게 예쁘게 살리는 것도 참 드문 재주가 아닌가 싶구요.)
- 마지막으로... 또 매우 21세기스럽게도, 사회적 소수자들이 똘똘 뭉쳐 자신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두들겨 패고 엿먹이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주인공 팀만 봐도 고아에 장애인 & 동성애자 & 흑인 여성으로 조합이 노골적이구요. 악당은 당연히 백인 남성에다가 성차별적,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놈으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악당을 때려잡는 클라이막스 직전에 굳이 옥타비아 스펜서의 남편 모습을 보여주는 센스도 참 노골적이면서 적절했구요. 다른 괴물&여성 연애담들과 다르게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괴물에게 구애한다는 식의 전개 역시 '우리들의 21세기!'를 잘 반영한 부분이었습니다.
(스펜서님의 저 똘망똘망 눈망울!!!!)
- 배우들 뭐 다 잘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섀넌이 맡은 빌런 아저씨가 너무 재밌었어요. 여성분들 보기엔 정말 극혐 스탯만 섬세하게 골라내서 만렙으로 채워 놓은 캐릭터라 '재밌다'는 표현이 좀 위험하긴 합니다만. 근데 너무 웃기잖아요. 특히 처음에 그 화장실 장면은... ㅋㅋㅋㅋ 그리고 이 양반 은근슬쩍 좀 입체적이기도 합니다. 진짜 나쁜 놈인 건 맞는데, 아주 미묘하게 '시대를 그렇게 만나 태어나 너무 열심히 살아 버린 탓'이란 느낌 같은 걸 심어주는 게 있더라구요.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양반이 울트라 극 비호감이긴 하지만 영화의 주요 사건들만 놓고 보면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한 사람일 뿐이기도 하고... 사실 주인공들이 잘못한 겁니다. <-
(제가 이렇게 성실하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만?)
샐리 호킨스는 그냥 완벽합니다. 이건 뭐 설명을 덧붙이기도 뭐할 정도인데. 마치 델 토로가 예전부터 샐리 호킨스의 열성 팬이어서 이 분을 위한 이야기에 이 분을 위한 맞춤 캐릭터를 열과 성을 다 해서 짜 넣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더라구요. 제가 본 이 분 영화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고 또 매력적이었으며 동시에 다채로운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여우 주연상을 못 받았다니 안타까운 기분까지!
- 정리하자면요.
그러니까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21세기 버전으로 개작하면서 거기에 기예르모 델 토로의 취향과 개성을 마구 때려 박은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사실성 같은 건 내다 버린 대놓고 완전한 동화 이야기이지만 거기에 현실 반영 요소들을 넣어서 무게도 잡아 주고.
또 주인공들이든 빌런이든 할 것 없이 캐릭터들이 다 매력적이고 귀엽게 잘 짜여져서 뭐라 투덜거릴 틈을 안 주더군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영화 보고 나서 '아, 이건 이 사람 인생작일 것 같아'라는 기분이 드는. 딱 그런 영화였어요. 아주 재밌게 잘 봤습니다.
(델 토로와 호킨스의 파안대소도, 마이클 섀넌의 새침한 자세와 표정도 다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ㅋㅋㅋ)
+ 근데 전 요즘 이런 영화들을 볼 때마다 늘 등장 인물들의 기본적인 생리 문제 해결에 신경이 쓰이는 해괴한 습관이 생겼단 말이죠. 우리 양서류맨께선 호킨스네 집 욕조 생활 시절에 도대체 볼일을 어떻게 해결하셨... (쿨럭;)
++ 기예르모 얘길 하면서 계속 페티쉬, 취향 집착, 변태... 같은 표현들을 적어 놓았는데. 이 다음에 본 영화는 이 양반보다 더한 변태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세상엔 참 성공한 능력자 오타쿠들이 많죠. ㅋㅋ
2022.03.21 23:46
2022.03.21 23:51
뭔가 지나치게 예쁘고 쉽고 희망찬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그냥 애초에 그러려고 작정한 영화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하며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
2022.03.22 00:56
2022.03.22 08:27
네 그냥 대놓고 동화입니다. ㅋㅋㅋ 침침한 배경들을 다 예쁘게 꾸며 놓고 분위기도 우울한 척하면서 되게 희망찬 영화에요. 편하게 볼만 합니다.
2022.03.22 02:38
2022.03.22 08:32
아... 그렇네요? 듣고 보니 정말 비슷하네요. 스플래쉬를 너무 옛날에 봐서 그런지 보면서 전혀 생각을 못 했는데 지금 나보코프님 댓글 보고 생각해보니 정말 기예르모 버전 매운 맛 스플래쉬네요. ㅋㅋㅋㅋ 마무리 장면도 상당히 비슷하구요. 갑자기 스플래쉬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데 볼 수 있는 곳이...
2022.03.22 08:36
2022.03.22 09:36
아, 이런 눈 뜬 장님 같으니라고.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2022.03.22 10:09
샐리 호킨스 연기 좋죠..
기예르모 델 토로 정말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너무 착하고 좀 뻔했어요. 그래도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2022.03.22 12:57
'헬보이' 처럼 악동스럽거나 '판의 미로' 처럼 묵직한 걸 기대했다면 저도 실망했을 것 같아요. 그냥 애초에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본 게 감상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하하.
2022.03.22 10:11
2022.03.22 12:58
저는 영화제 수상 내역을 다 까먹어 버리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틀고 봤거든요. 오히려 다 보고난 다음에 이게 그렇게 상을 잘 받은 걸 알고 놀랐습니다. ㅋㅋ 맞아요,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분위기는 정말 예뻤죠. 델 토로는 로맨틱 변태인가 봅니다.
2022.03.22 12:05
아..2017년 정말 좋은 해였어요. 상당수의 감독들의 "인생작"들이 쏟아진, 아래 리뷰하신 쓰리 빌보드 정도가 평균처럼 느껴질 정도로 풍족한 해였지요. 정말 속을 뒤집어놓다가 깔깔 웃기다가 눈물짓게 만든 레이디버드도 있었고 일상적인 시선으로 가슴을 후벼파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있었고...스필버그같은 거장도 더 포스트같은 작품을 내놓았고 놀란은 (제가 본 놀란영화 중 최고였던) 덩케르크를 발표했지요. PTA는 다니엘데이루이스의 마지막 불꽃을 담은 팬텀스레드를 그냥 키앤필의 필인줄로만 알았던 조던필이 엄청난 감독/작가였음을 세상에 드러낸 겟아웃도 나왔어요. 좀 순서가 엉켜서 뒤늦게 국내에는 들어왔지만 루카과디아노의 콜바넴이나 란티모스의 킬링디어도 17년 영화일 겁니다. 블레이드러너2017이나 월요일이 사라졌다, 로건같이 흥미진진한 영화들도 좋았고요...(프리코로나 시절의 황금기였던것도 같네요.) 이렇게 풍족한 리스트에서 저는 레이디버드와 셰이프 오브 워터를 가장 좋아해요. 말씀하셨듯이 모든 배우들이 다 좋았지만 샐리 호킨스가 너무 매력적이지요. 저는 이 영화 덕에 이양반에게 홀딱 빠져서 아이들영화인 줄 알고 그냥 패스했던 패딩턴시리즈를 찾아보기도했어요. 안봤으면 큰일날뻔했지요. 벤위쇼 목소리의 CG패딩턴도 좋았지만 샐리님은 여기서도 너무나도 따뜻하고 매력적입니다!!
2022.03.22 13:01
이렇게 줄줄이 적어주시니 정말 훌륭한 해였던 것 같네요. ㅋㅋ 적어주신 영화들 중에서 '언젠간 봐야지' 하면서 아직도 안 보고 있는 게 레이디버드... 언제나 그렇듯 이유는 없습니다. 이러다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재생 버튼 누르고 보겠죠. (까지 적고 넷플릭스 앱 켜서 확인해봤습니다. 아직 있군요. ㅋㅋㅋ)
패딩턴은 몇 년 전에 애들 보여준다고 네이버에서 구입해놨는데, 더빙이 아닌 걸 구입하는 바람에 못 보여주고 저도 아직 안 봤어요. 이것도 조만간 봐야겠네요.
2022.03.23 11:32
레이디버드는 내려갔다가 이번에 다시 올라온 듯 합니다.
2022.03.22 12:12
2022.03.22 13:03
그 시절에 나오는 무슨 광고 전단지 같은 데서 튀어 나온 듯한 비주얼과 분위기였죠. 사실 캐딜락 사는 장면 때문에 스트릭랜드에게 일말의 짠함을 아직도 느끼고 있습니다. ㅋㅋ
2022.03.22 12:35
2022.03.22 13:05
제가 아카데미 분위기를 몰라서... 까지 적고 확인해보니 지난 12년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중에 본 영화가 네 편 밖에 안 되네요. ㅋㅋ
델 토로는 뭔가 피터 잭슨과 비슷한 테크 트리를 타는 느낌인데, 올 연말에 넷플릭스에서 내놓는다는 '피노키오'는 다시 다크하고 기괴한 분위기로 갈 것 같으니 그것까지 보고 판단하려구요. 저도 초창기 델 토로가 더 좋긴 합니다.
2022.03.22 14:10
작품 내용이나 메시지에 관해서는 전체적으로 다 동감이고 쓰리, 빌보드 못지않게 앙상블 출연진이 화려하고 그만큼 제 몫을 해주니 생각날 때마다 반복 감상하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마이클 스털버그가 연기한 예전 8~90년대 냉전영화였다면 불가능했을 양심적인(?) 소련 과학자 캐릭터가 애정이 갑니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여주수상에 큰 이견은 없지만 샐리 호킨스를 응원했었어요. 정말 최고 ㅎㅎ
델 토로 본인의 일관적인 취향에서 전혀 벗어나지도 않았고 그만큼 그동안의 내공이 쌓여서 가장 성숙하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어요. 완전 막나가진 않고 내가 조금 얌전하면 이정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할까요. 작년 개봉한 나이트메어 앨리 같은 경우는 아예 크리쳐가 등장하지 않는 정통 고전 느와르물을 만들기도 했죠. 비슷한 존재가 있긴 합니다만... 이 작품은 셰이프 오브 워터에 비해선 좀 아쉬웠지만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촬영은 역시나 탑급이었고 더욱 후덜덜해진 초호화 출연진을 자랑하니 이것도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자가격리하시는 동안에 디플로 엄청 달리시는 모양이에요. 프렌치 디스패치 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최근에 올라온 픽사의 "메이의 새빨간 비밀"도 놓치지 마시구요.
2022.03.23 01:21
맞아요 그 과학자 캐릭터도 좋았어요. 세상이 PC해졌다지만 여전히 그렇게 좋은 역할은 잘 맡지 못하는 설정의 인물인데요. ㅋㅋ 덕택에 이 동화 같은 이야기에 신선한 느낌이 좀 더 들어갔던 듯.
'나이트메어 엘리'는 흥행이 워낙 안 돼서 그런지 존재 조차 몰랐습니다(...) 이 영화 보고 검색한 후에야 존재를 알았네요. 캐스팅만 해도 장난이 아니던데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궁금해서라도 나중에 한 번 보려구요. ㅋㅋ
이제 자가 격리는 끝났지만 그래도 하던 일(?)은 최대한 계속해 보려구요. 출퇴근은 해도 앞으로 며칠은 자식들 피하느라 집에선 방구석에 갇혀 있을 것 같으니 영화 몇 편 더 몰아서 보려고 합니다. 하하.
2022.03.23 11:16
나이트메어 앨리는 개봉시기가 노웨이홈이랑 겹친 것도 있었구요. 비슷하게 개봉해서 나란히 망한 스필버그의 웨사스는 그나마 영화팬들 사이에서 언급이라도 많이 됐고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등 소기의 성과는 있었는데 이건 평가가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었지만 작년 최고작들이랑 경쟁할 수준은 아니어서 이도저도 아니게 묻혀버렸죠.
셰이프 오브 워터처럼 수인과 인간의 로맨스라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설정도 없고 그냥 고전 느와르물이라 초호화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는 철저히 무시당했습니다 ㅠㅠ
2022.03.23 20:39
으악 메이의 새빨간 비밀 너무너무 재밌네요 ㅎㅎ 픽사 애니 중에 최고!라고 말하기는 좀 뭐해도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 으로는 확실히 꼽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깔깔 포인트도 정말 많고 공감되는 구석도 정말 많고 눈물콧물빼게 만드는 결말부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레이디버드+데리걸스+카프카의 변신(희망버전)+쁘띠마망 등이 떠오르는 영화였어요. 미술적으로는 아드만 스튜디오 클레이메이션이나 재페니메이션의 요소들을 전혀 위화감없게 집어넣은 것이 감탄스러웠고요. 성우들도 정말 좋네요. 엄마인 밍 캐릭터에게 완벽한 어센티시티와 생명력을 불어넣은 샌드라 오는 뭐 두말하면 잔소리고 메이 역 맡은 로잘리 치앙이 정말 잘했어요. 성인 배우가 연기했다면 정말 그맘때 아이같은 느낌이 안났을 것 같아요. 아시안 문화를 재밌게 변형시켜서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가는 각본과 연출이 정말 훌륭하네요. 구석구석 빼곡하게 들어있는 코미디들도 정말 웃겨서 여러번 소리내서 웃었어요. kpop의 위엄이 시대착오적으로 반영된것도 흥미로웠고요. 한국계 친구(데리걸스에서는 클레어가 떠오르는)가 중간중간 느닷없이 한국어를 뱉는 것도 재밌었어요. 무엇보다도 여자아이들의 모습들이 너무 귀엽고 공감이 가서 즐거웠습니다.
2022.03.24 00:58
진짜 너무 재밌어서 벌써 세번 봤네요 ㅋㅋ 캐릭터가 역대 디즈니, 픽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귀엽고 사랑스럽게 뽑혔어요. 2000년 초반 당시 절정이었던 보이밴드를 그대로 재현한 4타운과 팬질하며 우정을 더욱 키우는 절친들도 잘 살렸구요. 그 한국계 친구는 작년 소울에서 뜬금없이 "내 바지 어디갔어?"라고 한국어 대사 치신 분이라고 하더군요. 원래 픽사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하다가 점점 성우로 투잡을 뛰나봐요 ㅋ
2022.03.27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