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9 17:07
10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나오자 마자 주문해서 지금 도착했어요. 시리즈가 끝난 아쉬움이 큽니다.
바로 읽어야 할까요. 아꼈다 읽어야 할까요. 주저주저...
아래 모 인사의 추천사를 그대로 옮겨 봅니다. 이분처럼 완결의 아쉬움을 '첫 권부터 다시 읽을 생각을 하니 새로 발견할 재미를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로 전환시킬 수 있으면 좋겠네요. 나올 때마다 사 읽은 아홉 권 플러스 요 책까지 잘 모아 놨으니 가능한 일이기도 한데 다시 읽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래 추천사 속에 마르틴 베크가 가진 매력과 특장점에 대한 지적을 읽으니 사람들 보는 눈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명인에 슬쩍 묻어 가려는 건 아니지만요.
자, 아래 세 문단의 추천사 읽어 보시고 이 유명 인사가 누구인지 맞춰 보시죠. 책 찾아 보기 없습니다.
' 『테러리스트』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가장 아이디어가 풍부한 작품이다. 세 편으로 나누어 발표했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한 편에 다 넣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따로여도 좋았을 아이디어들이 하나로 얽히니 얼마나 교묘한가. 시리즈 마지막답게 야심적이고 총체적이고 풍부하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번역되어 있던 『웃는 경관』을 내가 읽은 지 사십 년이 훌쩍 넘었다. 엘릭시르에서 전집 출간 계획을 발표하고 그 첫 권인 『로재나』를 내놓은 지도 칠 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다 끝났구나, 나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싶지만 밝은 면을 보기로 한다. 새 책 왜 안 나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던 시간이 끝났으니 세상 맘 편하고, 이제 첫 권부터 다시 읽을 생각을 하니 새로 발견할 재미를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오래 사귄 친구와 처음 만났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겠나. 그때는 이해 안 됐던 언행도 이제는 다 고개가 끄덕여질 테니 얼마나 정이 더 깊어지겠나.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나는 김명남 씨의 번역에서 사랑을 느꼈다. 인물들을 향한 연민과 관심 말이다. 한 역자에게 시리즈 전체를 맡겨준 출판사도 고맙다. 그리고 당연히 셰발과 발뢰가 고맙다. 마르틴 베크와 그의 주변 인물들, 범죄자와 희생자들을 그렇게 창조해주어서. 그런 살인들을 마련해주어서.
인간에 의해 창조된 인물 중 마르틴 베크만큼 내가 마음 깊이 공감한 이는 없다. 내가 베크처럼 평범한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평범한 사람’처럼 이 시리즈에 안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 셰발과 발뢰는 열 권의 책에 등장하는 수백 명의 인물 누구도 평범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거리 순찰하는 무신경한 순경의 눈에 평범해 보일 수는 있어도 베크의 눈에는 아무도 평범하지 않다. 다만 베크가 남에게 자기를 소개하면서 평범한 경찰관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겠다. 그때 그가 하려는 말은 그저 상식에 근거해 수사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테러리스트』에서 마르틴 베크는 경찰관에게 필요한 자질로 ‘체계적 사고, 상식, 성실성’을 꼽는다. 한편 셰발과 발뢰는 같은 책에서 마르틴 베크가 뛰어난 경찰관이 된 이유로 ‘기억력, 끈기, 논리적 사고 능력, 그리고 나중에 무의미한 사실로 밝혀지고 마는 하찮은 일이라도 반드시 시간을 내어 확인하고 넘어간다는 점’을 들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베크의 미덕 쪽이 확실히 구체적이다. 다만 이쪽 어느 분야에서도 베크는 일등은 아니다. 기억력은 멜란데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끈기라면 스카케를 못 당한다. 논리적 사고의 측면에서는 베크조차 콜베리에게 의지하곤 하지 않나. 그러나 마지막 항목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마르틴 베크는 앞에 세 가지를 최고는 아니어도 골고루 잘하는 사람이고 네 번째 것은 유독 잘하는 사람이다. 특히 이 마지막 미덕이 그동안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베크가 그렇게 해서 해결한 사건들이 몇이던가. 하찮은 것을 일일이 확인한다는 일. 하찮은 사람과 하찮은 일들을 중시하는 사람. 중시한다는 태도 자체로 이미 그것을 하찮지 않게 만든다는 뜻. 내가 마르틴 베크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평범해서가 아니라 세상 그 어떤 것도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다. '
2023.12.10 00:03
2023.12.10 00:32
전 비겁하게 본문의 추천사 중 일부를 구글로 검색해서 찾았는데. 대단하십니다! 박찬욱 맞네요. 하하.
2023.12.10 10:52
저도 오래 전 동서에서 나온 [웃는 경관]으로 두 작가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나오고 계속 접하게 되었어요. 이 작가들 덕분에 60년대이긴 하지만 스웨덴 사회도 좀 접한 기분이 듭니다.
2023.12.10 00:34
솔직히 이런 시리즈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웃는 경관'이라고 하시니 퍼득 뭔가 떠올라서 확인해보니 저도 갖고만 있고 안 읽었네요 허허(...)
박찬욱 글빨도 있겠지만 소개하는 내용을 보니 저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엄... 게으름... ㅋㅋㅋ 그래도 확실히 기억해 두겠습니다!
2023.12.10 10:59
완결 편이라 여러 인사들의 추천사와 소회가 책 소개에 덧붙여 있어요. 아래 주인장의 글도 옮겨 봅니다.
얼핏 보기에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스웨덴 경찰이나 스톡홀름 시가 홍보용으로 고용할 법한 커플은 아니다. 두 사람이 십 년 동안 ‘마르틴 베크’ 시리즈라는 경찰소설의 틀을 통해 그린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스웨덴은 가혹하기 짝이 없으며, 후반으로 갈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그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은 엉뚱하게도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유머다. 분노가 너무 심해지다 보니 허탈한 웃음의 빈도가 잦아진달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얄팍하게 미화된 포장은 결코 위대한 도시 이야기의 재료가 된 적이 없다. 도시 이야기의 위대함은 이야기꾼이 도시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바라보고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 셰발과 발뢰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통해 그 위대함을 쟁취했고 1960~1970년대 스톡홀름에 셜록 홈스 시대의 런던에 견줄 만한 신화적 무게를 부여했다.
2023.12.11 09:58
저도 박찬욱과 헤어질 결심 덕에 읽게된 시리즈인데요. 덕분에 도서관에서 차례대로 9권까지 빌려서 읽었는데 드디어 마지막 권이 나왔군요.
소식 감사합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좋았던 시리즈지만 일단 나온지 얼마 안돼 깨끗하고 디자인도 깔끔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번역이나 깔끔한 디자인 탓도 있겠지만 출판 후 50년 이상 된 책인데도 올드한 느낌이 안 나서 좋더군요.
2023.12.11 11:41
말씀대로 여러가지 면이 좋았던 시리즈입니다. 베크 비롯해서 중심 인물들 형상화나 내용 전개 방식이 과하지 않으면서 재미있지요.
위에 박찬욱 감독도 지적하고 있는 것인데 무엇보다 김명남 역자의 능력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인물들 특징을 살린 대사도 좋고 단어 선택 같은 거 보면 번역의 공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박 감독님 지적으로 깨달은 것인데 시간은 오래 걸렸으나 한 번역자에게 전체 시리즈를 맡긴 출판사도 참 잘한 부분이네요.
글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세로 조판이던 시절 '동서추리문고'로 <웃는 경관> 샀는데 아직 못읽었네요. 언젠가 말씀 드린 '난독증'은 인터넷 등 하다가 독서가 우선순위에서 밀렸어요. 그러다 다시 읽으려니 속도가 안나고 그 다음은 악순환이죠.
정답은 박찬욱 같아요. 글 스타일이 그래요. 이게 힌트여요.
"...박찬욱 감독은 지난해 〈헤어질 결심〉(2022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 초청, 감독상 수상작)의 주인공 캐릭터를 조형하는 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김혜리의 콘택트 https://youtu.be/9RdNY19MtSw?t=718) 차분하고 유능한 경찰인 장해준(박해일 분)은 차근차근 단서를 수집하고 사건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생각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의 수사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천재적인 추리력을 뽐내는 독보적이고 영웅적인 탐정이 아니라, 정해진 일과와 절차를 따르는 지극히 현실적인 경찰로 그려진다."
테러리스트 | 마이 셰발, 페르 발뢰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