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7 01:11
아래 '롤라런' 글을 보고 저도 이런저런 옛날 생각이 나네요.
비디오로 영화 보던 시절 추억, 다들 하나쯤은 있으시겠지요.
(나름 야한 영화랍시고 비장하게 모여보던 초등학교 5학년 당시 '투캅스2'의 추억같은;;)
저희 엄마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진 영화잡지 스크린을 십년 가까이 모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셨어요.
밤엔 항상 비디오로 영화 한 편씩 보고 주무셨던 기억이 나는데 가장 또렷하게 기억나는게 어느날 밤 엄마가
영화를 보고 계시길래 나도 보겠다며 자려다 말고 고개를 들었더니 화들짝 놀라며
'안돼! 이 영화는 너 나이에 보는 거 아냐' 이러시더라구요.
아니 이건....헐벗은 어른들의 세계를 다룬 영화일까..하는 무한한 호기심을 가슴에 품고 결국 그냥 잠들었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튀어나온 비디오를 보니 제목은 '필.라.델.피.아'....
보지말라시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날 보게 해주셨어도 제 나이엔 이해를 못했을 거 같긴 해요.
이 영화는 대학가서야 봤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예요.
'필라델피아'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엄마가 지금이나 예전이나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고어,슬래쉬,공포,스릴러,피의 축제.....이런 것들입니다;ㅎ
가끔 엄마 보고싶은 영화있으면 저장시켜 줄께, 하면서 인터넷 영화제공 사이트에서 영화를 고르다가
'멕시코 살인마 실화' '1달간 90명을 살해한 살인집단의 잔혹한 범죄' '유럽을 놀래킨 진짜 슬래쉬 무비' 이런 문구 나오면 흥분하심...ㄷㄷ
저희 아빤 영화같은 거 공짜로 TV에서 해주는 것도 안보는 보편적인(이진 않을지도..) 중년남이신데.
아빠랑 영화와 관련되서 기억나는 건 제가 브루스 윌리스를 워낙 좋아해서 초딩4학년이었나 그 쯤
브루스 나오는 영화라면 다 빌려봤었거든요. 아무거나 다. 어느날은 아빠랑 같이 누워 제가 빌려온 브루스 영화 중 하나인
'컬러 오브 나이트'를 틀었는데 얼마 안가 훌러덩 벗고 나체에 앞치마를 두르고 나오기 시작하는 '제인 마치' ㄷㄷ
저보다 더 놀란 아빠는 '어익후' 라는 외마디 외침을 남기시고는, 그대로 자는 척 해주셨어요; 그러다 진짜로 잠드시고...
전 그대로 영화를 다 봤는데 내용은 하나도 이해가 안갔어요.흑;
전 어릴때 영화를 많이 본 거 같아요.
주로 초등학교.중학교 때. 이해하든 못하든 닥치는 대로 많이 봤었는데 지금은 거의 한달에 한편 볼까말까 한 것과 정반대;
그 때 정말 좋아했던 영화가 '열혈남아'였는데 너무너무 좋아해서 마침 아무도 안빌려가는 인기없는 비디오라길래 거의 세 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제가도 너무 좋아서 따라부르다가 다 외우고(심오한 중국어의 세계)....나중에는 비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워크맨에다
두 시간 가량되는 대사를 녹음해서 한 두 달동안 듣고 다녔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영화는 거의 다 더빙이라서 진짜 유덕화와 장학우 목소리가
아니라고 하길래 좀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도 나네요. 커서는 한번도 안봤어요. 그 때 좋아했던 그 느낌이 아닐까봐 무섭더라고요.
잠들기 싫은 새벽이라 그런지 수다가 길어지네요...연휴 전 하루남은 근무일수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2010.09.1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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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09:29
2010.09.17 10:23
제 방에서 <하우스 오브 왁스> 보고 있으면 한 숨 쉬고 방문 닫아 주시던 울 어무니..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