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혐오 사이

2022.02.08 19:03

Sonny 조회 수:470

어제 쇼트트랙에서 한국 및 다른 국가 선수들이 줄줄이 실격당하는 소식을 보면서 육성으로 욕이 터져나왔습니다. 급속도로 찌워진 움짤들을 보니 이건 애매한 수준도 아니고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인 반칙이더군요. 이게 올림픽 국대인지 런닝맨 이광수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습니다. 후자였다면 웃음이라도 챙겼을텐데... 그리고 광수는 반칙을 하지만 늘 그 배로 제재를 당하고 딱히 챙기는 것도 없으니 올바른 비교는 아니겠죠. 런닝맨 만큼의 공정(...!)만 살아있어도 중국측 선수들은 떡대들에게 멱살이 잡혀 끌려나가거나 딱밤을 맞은 채로 퇴장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들끓어오르는 짜증과 그래도 이성의 끈을 놓지 말자는 자제력을 동시에 발휘하면서 좀 복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욕먹어 싼 짓을 적나라하게 저지르는 상대를 보면서 울분의 리미트가 모조리 사라져버리는 느낌? 국가적 행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경우에는 내편 네편 따질 필요도 없이 중국측의 반칙과 눈감아주기가 너무 심해서...

이런 차별과 혐오의 이슈에서 중국은 미묘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부당한 폄하와 서구적 시선에 의한 편견에 시달리지만 대외적으로 중국의 국수주의적인 행보는 계속해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중국의 이런 공작의 대표적인 희생자일텐데, 한푸 논란이나 김치 논란도 그렇고 중국이 뭐든지 원조이고 그 주변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역사의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중화사상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화가 나게 됩니다. 홍콩이나 다른 국가들을 향한 반민주적인 행보도 비판적으로 볼 수 밖에 없고요. 국가적으로는 정말 싫어할만 합니다. 어느 국가든 위선적이고 상대적으로 약한 주변국에 패권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중국의 경우 유난히도 뻔뻔스러운 느낌이 든달까요. 어제도 이런 저런 혐오발언들을 막 교정하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그럼에도 중국 비판에 열을 올리다가 혼자 식히는 건 그 유탄들이 엄한 개개인에게 너무 많이 쏟아지기 때문이겠지요. 국내 거주 중국인들부터 툭하면 머리채잡히는 조선족들까지, 한국 사회안에서 어떤 책임도 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반감을 마구 표시하는 건 좀 비겁하고 부정확한 감정 표현 같기도 합니다. 중국인 대다수에게는 외교적인 권한도 입장도 없고 설령 중국의 국가적 행패를 지지한다 해도 그걸 이 한국 땅에서 한국인으로 비판하는 건 횡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극우보수들의 혐오발언에 휩쓸리기 싫은 기분도 들고요.

이럴 때 분노에 정확해지는 건 예리한 표현과 타겟 설정도 있겠지만, 균형을 생각해보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는 나지만 그래도 중국인 개인과 국가를 구분해보기, 부당한 공격에 시달리는 국내의 해외 거주자들을 생각해보기, 집단의 분노 속에서 혼자 싸해져보는 훈련을 해보는 중입니다. 저에게 가장 가까운 중국인이란 식당에서 그냥 마주치는 조선족 중년 여성들이기도 하니까요. 릴랙스 릴랙스... (그래도 역시 화는 나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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