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유어 맨'을 봤습니다.

2022.03.03 17:50

thoma 조회 수:334

아임 유어 맨(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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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슈라더 감독작이죠. 저는 웨이브에 있는 포인트를 써서 봤어요.

주인공 알마는 연구비를 지원 받으려고 인간형 로봇과 3주를 보내며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가합니다. 로봇 톰은 알마의 취향에 맞춘 연애 상대로 셋팅되어 있어요. 함께 지내면서 알마에 대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알마의 기대와 욕구를 정확하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되고 더욱 큰 만족감을 주는 상대가 되어 가는 식입니다.

톰은 오로지 업그레이드를 향해 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게 안 된다면, 기계에 불량이 생긴다면 수리의 대상이 되고 수리가 안 되는 경우엔 당연히 존재 가치가 없어지겠죠. 

완벽한 파트너가 되어가는 톰을 보며 알마는 인간의 부실함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간은 남의 사소한 실수나 실패를 보며 재미있어 하고 자신의 커다란 실수나 실패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할 뿐만 아니라 벗어나기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행복과 완벽을 바라는 것 같지만 사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실수나 실패가 아닌가 생각해 보기를 제안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너의 실수 땜에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런 종류의 말이 아니라 실수나 실패, 결핍이 인간의 기본 조건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잊을 수 없는 것들은 기대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고 예상을 배반당한 충격이나 실패고 그로인해 생긴 마음의 얼룩이고 그런 것들로 각자의 인생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알마의 마지막 대사처럼 '네가 없는 인생은 네가 없는 인생이 되는 것'이겠지요.

톰이 이런 것을 이해하려면 얼마만큼의 풍부한 자료가 더 필요할까요. 톰에게 알고리즘이 충분하지 않아서일까요? 무한정의 풍부한 자료가 있음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해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먼훗날 진화한 인공지능이나 고등 외계인이 인간을 향해 이해할 가치가 없는 것에 매달려 시간 낭비나 하는 시시한 종이다, 라고 할지도. 실패를 사랑하다니!

이 영화의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연기자들도 무척 침착하고 베를린의 밤거리도 좋더구만요. 특히 음악이 과하지 않으면서 아름답게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마무리로 영화의 내용과 상당히 닿아있다 싶어 다음 구절을 옮깁니다. 

'돈키호테는 패배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함도 없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삶이 패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있다.'(밀란 쿤데라 '커튼'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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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여기 없기를 바랐다.(예상대로 여기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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