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에고에는 비가 내립니다

2010.09.11 23:47

허튼가락 조회 수:3708

산티에고에는 비가 내립니다

It's Raining On Santiago

이 번이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는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곧 마가야네스 라디오도 침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용기를 주고자 했던 나의 목소리도 닿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계속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내가 이제 박해 받게 될 모든 사람들을 향해 말하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내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민중의 충실한 마음에 대해 내 생명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나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운명과 그 운명에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승리를 거둘 것이고, 곧 가로수 길들이 다시 개방되어 시민들이 걸어 다니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보다 나은 사회가 건설될 것입니다. 칠레 만세! 민중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입니다. 나의 희생을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머지않아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위대한 길을 열 것이라고 여러분과 함께 믿습니다. 그들은 힘으로 우리를, 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력이나 범죄행위로는 사회변혁 행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이며, 인민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자유롭게 걷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역사의 큰 길을 인민의 손으로 열게 될 것입니다

- 살바도르 아옌데, 1973년 9월 11일, 국영 라디오 방송에 연결된 전화를 통해 한 마지막 연설 -




말하지 말고 잊어버리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우리는 잊어버려야 한다. 과거의 일을 들추고, 사람들을 감옥에 보낸다고 해서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잊-어-버-려-라, 말 그대로 잊어버려라.

- 피노체트, 1995년 9월 13일, 쿠데타 22주년 기념일 이틀 뒤에 한 연설 -





뱀 다리 1. 1973년 9월 11일, 칠레의 수도 산티에고는 맑은 날씨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라디오 뉴스들은 모두 “산티에고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It's Raining On Santiago)”란 뉴스를 내보냈다고 하지요. 쿠데타를 알리는 신호였다고 합니다. (이를 제목으로 삼은 영화 <It's Raining On Santiago>가 있습니다. 혹, 보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Torrent 파일을 첨부합니다.)
산티아고에 비는 내리고.torrent


뱀 다리 2. 아옌데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끝난 후, 대통령 궁은 선회 비행하는 폭격기와 탱크에 포위당하고, (해외 망명을 권하는 쿠데타군의 제안을 뿌리치고) 총을 들고 마지막까지 싸우던 아옌데는 죽음을 당합니다. 머리를 관통한 총상이 사망원인(COD)였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쿠데타군의 공식 발표는 자살입니다. (혹, 위 연설의 ‘인민’이란 단어가 거슬리는 분들에게 붙이자면, 인민은 영어표현 People의 번역입니다. 인민을 국민으로 바꾼 번역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노동절”이 거슬린다고 “근로자의 날”을 만들던 그 시절이 떠오르게 만듭니다.)

뱀다리 3. 칠레와 우리나라는 지구의 (정확히) 반대편에 있다고 합니다. 그 반대편 나라의 역사를 읽으며, 우리나라 역사를 생각합니다. 수도에 국민들을 버리고, 다리를 폭파시키면서 도망쳐서는, 자신은 수도를 지킬거라고 거짓방송 하던 대통령 (이분을 국부를 추앙하자는 사람들이 있지요. 헐~), 쿠데타군을 피해 수도원으로 도피, 상황이 모두 종료될 때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총리. (쿠데타군의) 총소리를 듣고는 미군 벙커로 도망쳤던 국방부장관, 등등…

뱀 다리 4. 피노체트는 이야기합니다. “잊어버리라”고… 지구의 반바퀴를 날아온 이곳에서도 “잊어버려라”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제에 협력하여 나라를 팔아먹고, 동족을 학살한 것을... 빨갱이란 이름표를 달아 10살도 안된 아이부터 여든 노인들까지 구덩이에 파묻은 것을… 정권을 잡기 위해 자국민에 가슴에 총을 쏘아댄 것을… 모두 모두 잊어버리라고 이야기합니다.

뱀다리 5. 그들이 얼마나 잘 잊었는지, 집권당의 원내대표라는 분의 말씀에서, 그 일단을 봅니다. “일본의 독도소유권 망언에 대응하지 말자. 일본 관광객이 줄어든다.”

뱀다리 6. 서울에는 비가 내립니다. (It's Raining On Seoul)

뱀다리 7. 그렇게 쿠데타로 잡은 정권이라도 경제발전을 시켜으니, 좋은 것 아니냐는 분들께 한 사람의 평을 인용합니다. - " 이 사람이 권력을 잡기 전만 해도 이 나라는 주변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고, 오랜 내전의 상처로 허덕이고 있었다. 또한 여러 정파들간의 소모적인 정쟁으로 정부도 비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그는 확고한 미래 발전 비전을 가지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였으며, 소모적인 정파들을 정리하였고, 이러한 개혁과 발전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소탕하였다. 마침내 20년만에 이 나라는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었다." 기대하신 박정희에 대한 평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쓴 스탈린에 대한 평입니다.

뱀다리 8. 나를 몽상가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나만 이런 꿈을 꾸는게 아니랍니다. 그대 언젠가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랄께요. 그러면 우리의 세상은 하나가 될 거예요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one) –닐 영 형님의 목소리를 하나 올립니다.

Neil Young - 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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