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1 00:30
soboo님이 파악 못 하신 다른 부류가 있어요. soboo님의 여건상 파악하기 힘든 계열일 것 같고, 듀게 유저 중에도 다른 곳에서 그 분위기를 좀 느낀 분들도 계실 거고, 반대로 거기 전직 듀게 유저들도 가끔 있었던 걸로 알기 때문에 글만 읽고 가는 유저 분들 중에는 지금도 그쪽 계열인 분들도 여전히 있을 수도 있지만^^ 듀나님도 너무 궁금해 하시고 해서 누군가는 아는 사람이 이야기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제가 아는 선에서 글 남겨봅니다.
오타쿠 사이트로 시작했다가 몇 번의 부침을 겪고 여성만 가입할 수 있게 된 익명사이트가 있었는데(과거형!), 거기 유저들이 문재인을 대선 후보 때부터 지지해왔습니다. 유저 수가 엄청 많지는 않은데 넷 상에서의 활동성이 높고 인터넷 문화 돌아가는 거에 워낙 빠삭한 편이라 작정하고 소위 작업질 해서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주변부 여성 커뮤니티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쿠나 82쿡 같은 데는 다 영향권이고요. 본 사이트가 여러가지 이유로 없어졌기 때문에 더더욱 주변의 여초 커뮤니티에 붙어 있으면서 정치질 하는 듯 합니다.
좀 더 설명을 붙이자면 기본적으로 여성 오타쿠들 덕질+개그 사이트였긴 한데 신규 가입은 안 받고 기존 유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정떨어져서 조금씩 빠져나가는 소위 고인물 커뮤가 되다보니 전부터 여러 서브컬쳐 분야에서 마이너스 방향에서의 활동(소위 안티질)으로 더 악명을 떨쳤던 곳이죠. 제가 잘 아는 이유는 꽤 오래 거기 유저였기 때문에 ^^ 물론 저는 정치 성향이 안 맞아서 주류 유저들한테 부애질 하다가 중간에 짤렸기 때문에 그 유저들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었는지까지는 솔직히 잘 몰라요. 근데 제가 짤리기 전에도 정치적 요소랑 별개로 사이트 유지가 여러모로 위태위태 했기 때문에 그 뒤로 아마 사이트가 없어지고 그만큼 다른 커뮤니티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거 아닌가 짐작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원래는 지난 대선 전부터 있던 사이트였는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로 페미니즘 기류를 강하게 맞은 여초 커뮤니티 중 하나였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에 추모 방문도 하고 페미니스트 선언도 했던 것을 계기로 적극 지지하는 성향의 사이트로 변모하게 되었었죠. 일전에 무슨 아이돌 생일 축하듯이 문재인 생일 축하 광고를 지하철에 크게 내보내서 사람들이 아이구 대단하네 하고 웃기도 하고 일부는 그래도 정치인에 팬질이라니 하고 좀 걱정도 하고 그래도 그때는 문재인 정권 초기라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넘어간 적이 있었지요. 그 광고 주동하고 모금했던 곳이 여기였거든요. 그 정도로, 다른 덕질 관두고 문재인 덕질을 시작한 거죠 말 하자면.
이 커뮤 유저들 특징은 아무튼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지금 기준으로는 20대 후반에서-40대, 평균 30대 중후반 정도의 여성들이고 디씨 시절부터 겪어와서 인터넷 문화에도 제법 빠삭한 하드 유저이자 오타쿠들이란 겁니다. 그리고 개개인을 만나면 참 순하고 선량한데, 집단이 되면 공격적이고 거칠고, 그리고 기본적으로 혐오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에요(남혐이라는 구실로 게이, MTF, 어떤 때는 FTM까지 트렌스젠더에 대한 혐오를 골고루 하고 한국인의 평균 소양인 조선족 혐오 같은 레이시즘도 빠지지 않지요. 아 그리고 소위 운동권 혐오 정서도 가득, 근데 솔직히 운동권 저도 안 좋아하지만 제대로 경험이나 해보고 염증을 느끼는 게 아니고 민주노총은 무조건 나쁜 놈들이고 파업 한다 그러면 일단 욕하고 보는 식의 딱 그런 수준).
그럼 이 사람들이 왜 윤석렬 지지로 돌아섰는가? 그건 이 집단이 이제 막 각인을 한 새끼 오리들처럼 어떤 이념적 사상적 지향점이 있는 게 아니고 여성혐오 사회에 대한 각성을 했을 때 어미 즉 대장으로 인식한 게 문재인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다보니 모든 세계가 문재인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그 중에 좀 나이 있는 축들은 노무현 사망 당시의 충격과 그 부채감 같은 게 있기도 해요. 뭐 집단이니 그 안에서 디테일한 차이는 있겠지요. 외부에서야 일단 모여서 나오는 목소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거죠. 아무튼 그러다보니 문재인을 노무현처럼 보낼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사로잡습니다. 문제는 문재인이 민주당 내에서 주류 정치인은 아니었다는 데 있지요. 그러다보니 문재인을 위해서 민주당 당원 가입들은 많이 했는데,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정당 정체성과는 성향이 다른 집단이다 보니까 민주당의 결정은 사사건건 마음에 안 들게 되지요. 전 솔직히 민주당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관련 글은 제목만 보고 흘려보내는 식이라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갔는지까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여러 정치인 이름이 아주 긍정적으로 거론되다가 조금만 문재인 대통령과 방향성이 다른 것 같으면 내가 그럴 줄 알았느니 언제 뭐 하는 거부터 불안했다느니 하는 글이 쭉 올라와요. 세상의 판단 기준이 정치인 문재인의 안위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 아닌가 이 한가지. 한참 때 트럼프가 남북관계 때문에 문재인한테 긍정적 사인을 보낸 적이 있었죠. 그때 트럼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인터넷 유머 짤 같은 거 만들어서 퍼트리기도 하고 다른 데서 만든 거 공유도 엄청나게 됐고 그런 걸로 알아요. 정치 이슈가 매사에 그런 식인 거죠.
솔직히 그 인식의 깊이가 너무 종잇장 같아서, 가끔 구경만 하는데도 어 내가 문재인이면 지지자라는 놈들이 이딴 수준이면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런 말 하다가는 바로 썰릴테니까 ㅎㅎㅎ 일단 나랑 방향이 다른데 목소리가 크고 거친 집단이 주류인 커뮤니티에서는 잡담이나 하는 거지 강하게 의견을 드러내긴 힘들잖아요? 물론 제가 그런 성향도 아니기도 하고, 여초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메인스트림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보니 더 그렇기도 하고요.
게다가 여기에 이재명은 일단 젊은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인지가 없던 정치인이었잖아요. 뭐 욕설의 절반쯤은 조중동식 왜곡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입이 가볍고 표현이 거친 사람인 건 맞고, 김부선 스캔들 같은 것도 달고 있고, 아들 문제를 비롯해서 가족들 잡음도 끊이지 않았죠. 막판에 선본이 정신 좀 차린 것 같긴 하지만, 경선 준비하며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부터 줄곧 펨코 인증 같은 거나 해왔고 솔직히 한심하고 구설수 많은 문제적 정치인이죠.
그에 비하면 이낙연은 점잖고 문재인을 존중하며 거스르지 않는 것 같고, 아 그래 문재인 후임은 이낙연이다 하는 판단이 언젠가 생겼던 가봐요. 그래서 경선 참여도 적극적으로 하고 했던 것 같은데 뭐 또 투표율인지 수치 가지고 구설이 있긴 했지만 최종은 이재명이 되었죠. 그 때부터 이 사람들은 대선 후보 등록 전까지 지금이라도 이재명이 구속 되면 다시 이낙연이 후보가 될 수 있다 하는 공염불을 외우고 다녔고, 그러다 그게 안 될 것 같으니까 이재명은 도저히 안 되겠고(여기까지는 솔직히 저도 이해) 근데 그때쯤은 이재명이 지지율이 훨씬 높을 때였거든요. 간단한 산술을 해보니 안철수니 심상정이니 지지했다가는 이러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겠다 싶었던 거에요. 뭐 애초에 정의당은 그치들한테는 정치동아리 취급이었지만^^ 그래서 윤석렬을 지지하자! 어찌 됐든 이재명만 막으면 된다 논리가 이렇게 가더라고요? 뭐 최근의 대체적 양상은 soboo님이 언급하신 거랑 비슷할 겁니다. 그래도 꽤 오래 같이 지내온 그룹이다보니 친밀함도 있지만, 이질감이 더 커서 생각하면 머리 아프니까 자세히는 안 쳐다봤어요.
다만 이 사람들의 인터넷 안에서의 영향력이 은근히 적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20-30대 여성 그룹에서 이재명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이재명이 젊은 여성 세대에게 호감인 정치인이 아니라는 데 있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이 사람들 같은 집단이 꽤 된다는 데 있어요. 넷 상에서 보이는,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젊은 여성들의 윤석렬 지지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거죠. 참고로 이 사람들의 적극적 의사 개진은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듀나님이 싸우는 대상들이 바로 이 그룹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국 트위터가 오타쿠 친화적(아이돌 팬덤이든 애니만화게임 서브컬쳐든) 생태계라서 오타쿠로 시작한 이 그룹에서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생태계거든요. 그리고 여초 커뮤니티에 정치질 하는 거랑
솔직히 지금은 저도 그 사람들이랑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지 않으니 페미니즘 활동 하다 펨코 일베 2중대 된 기분이 어떠냐 물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그저 개인적인 궁금증만 남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제일 이해 안 되는 점은, 어찌됐든 윤석렬을 '먹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점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먹버' 당하는 대상은 자신들이 아닐지??
2022.02.21 06:42
2022.02.21 08:40
읽고 나서 좀 어질어질하기도 한데 그렇게 해서 주어지는 보상이랄까 그럴 게 뭘까요? 그냥 직업인지 아니면 내가 영향을 끼치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뻑같은 거요?
82는 어느 커뮤가 그렇듯 활동량 왕성한 몇 명때문에 목소리가 커 보이는 거고 한 예로 조국 때 맘에 안 드는 글 상대 진영 알바 글이라고 패스 달 때부터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긴 했습니다.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885430&page=7&searchType=search&search1=1&keys=%ED%8C%A8%EC%8A%A4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883449&page=7&searchType=search&search1=1&keys=%ED%8C%A8%EC%8A%A4
덕분에 커뮤질 많이 안 할수록 좋다는 거 확인합니다
거기서 알바비 660원 타령할 때마다 어디서 저런 정보 얻었지 지가 해 봐서 그런 거 아닌가 싶었네요
개인적으로 82짜증나는 거 제가 가끔 ebs에 테스가 한다느니 이번 나달 4강 tvn에서 한다느니 듀게에 글 올리면 듀게 보는 사람이 거기 가서도 같이 봐요 이러면서 글 올리는 거 같아 짜증났어요,몇 분 차이로 글이 올려져 있더군요.
82든 엠팍이든 저는 가서 고양이 강아지 글 주로 읽고 나옵니다. 가는 빈도도 줄었어요
2022.02.21 08:41
82는 키톡만 가끔 보고 후다닥 나오는지라
그런 커뮤니티의 영향권에 있었군요
2022.02.21 09:43
저는 그분들이 민주당 비토하는 심정은 이해는 합니다만 이수정이나 신지예가 거기 가서 어떻게 일그러지거나 쓰다 버려졌는지 빤히 보고서도 그 대안으로 윤석열을 지지를 한다는 게 너무 웃기고요. 위선이건 뭐건 어쨌든 정책이라도 내놓는 캠프보다 노골적으로 인쎌들한테 구애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도 어리둥절합니다. 래디컬페미니즘을 자처하는 분들이 극우로 빠지는건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니 더이상 낯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을 지들 혐오의 구실로 삼는건 정말 볼때마다 짜증이 나지요.
2022.02.21 11:32
2022.02.21 14:58
2022.02.21 12:13
2022.02.21 10:17
2022.02.21 11:01
2022.02.21 12:07
2022.02.21 12:40
2022.02.21 14:25
문재인과 대립했던 이재명을 반대하는 게 목표 자체가 되면서 이렇게까지 흘렀죠. 이재명 편으로 보이는 사람을 "찢묻었다"며 하나씩 쳐나가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온건데, 유시민 김어준 이해찬 은수미 등등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를 크게 확대해석해서 찢묻은 걸로 몰아갔는데, 얼마전에 이낙연 전 총리가 좀 강하게 이재명 지지 발언을 하니까 이낙연 총리님도 이젠 안녕 뭐 이러더라고요. ㅎㅎ 물론 이게 이재명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한 것도 맞지만, 이 여론을 주도하는 몇명의 스피커가 분명히 있었고, 이들은 끊임없이 중도로의 확장, 보수적인 예산 집행("문재인의 홍남기")을 주장해왔어요. 이게 이재명의 기본소득에 반대하느라 이렇게 된 건지, 원래 사상이 그쪽이었는진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민주당 내 보수 섹터(이낙연, 김진표)를 지지해왔기 때문에 윤석열까지 넘어가는 게 아주 놀랍진 않아요. 이게 문재인을 위한 거라는 착각이 문제지. 솔직히 홍남기 뒤에 숨어서 조용히 있던 문재인 대통령 업보이기도 하죠.
다만 이번엔 이들이 내부 결속용으로 사용하던 착즙 문화가 독이 된 거 같기도 하더라고요. 문재인과 이낙연, 심지어 김정일을 모에화하고 김진표에게 진표살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놀 때까진 좋았는데, 윤석열을 착즙하는 글을 올리려다보니 자기들도 힘들고 아 이건 아니다 싶은 사람들도 생기는 것 같아요 ㅎㅎ 얼마전 이쪽 성향이 가장 강한 한 커뮤니티가 다른 여초 커뮤니티 작업을 하면서 나눈 오픈카톡 대화가 유출된 적이 있는데, 자기들도 "윤 착즙 역겨워도 계속해야 한다" 이런 얘기 하더라고요 ㅋㅋ 자기들도 역겨운 착즙이 다른 사람한텐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마인드는 도대체..
2022.02.21 14:47
본문과 머핀탑님 댓글을 보니 저는 그저 그런 우주도 있구나 희한하다 싶어요. 소수겠...죠?
2022.02.21 15:53
2022.02.21 15:34
2022.02.21 16:43
몇몇 분들이 더쿠를 언급하시는데, 제가 말했던 그곳이 더쿠는 아닙니다. 더쿠는 이천년대 중후반쯤 처음 시작되었던 (지금은 없어진) 초창기 사이트의 지류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뒤로 비슷한 유저층을 둘러싸고 다양한 사이트가 무수한 부침을 거듭했거든요. 다만 기본적으로 아이돌 팬질, 애만 덕질 중심으로 굴러가는 대형 커뮤가 디씨 제외하고는 요즘은 거기 뿐이라 꼭 정치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유저층이 많이 겹치긴 하겠지요. 제가 이야기한 커뮤니티는 이미 없어졌습니다.
제가 특정 사이트에 대해 조금 단언적으로 글을 쓰기는 했습니다. 저도 거기 유저였으면서 이런 소리 하는 건 사실 제 얼굴에 침 뱉기죠. 좀 지나친 표현이 있어서 불쾌하신 해당 유저가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미리 사과를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주변에 이 정부 들어서 소위 문파라고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친구, 지인들이 실제로 있어요. 친구끼리 정치 이야기는 하는 거 아니라서 서로 성향이 다르다는 것만 확인하고 굳이 그런 이야기를 더 꺼내지 않으니 그 친구들이 이니여니 하다가 지금도 이니여리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대놓고 물어볼 순 없어서 그냥 가끔 생각만 합니다. 근데 그 친구들이 그렇다고 전부 제가 말한 사이트 유저였던 것 같지는 않으니, 젊은 여성층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던 현상이 모두 그 커뮤니티의 영향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목격한 바를 중심으로 정리하다보니 조금 더 주체성이 강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그분들 파급력 센 것도 맞아요. ㅡㅡ 게시판이 어지러울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