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8 11:49
개인적으로 나가는 모임에 연배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면 존경하는 맘이 자연스레 생기는 분들이 많아요.
모임에서 여럿이 어울러 만나지만 간간히 따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인생에 조언도 듣고 꽤 여러해 그렇게 지내왔는데..
얼마전 그분들 중 한분과 개인적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70에 가까운 싱글 여자분이신데 주말에 만나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기로 했죠.
12시에 만나 8시에 헤어졌는데 영화를 보는 두시간 정도를 제외하곤 그분이 계속 말씀을 하시고 저는 계속 듣고 맞짱구를 치거나 애매한 웃음을 짓거나하는데 모든 시간이 흘렀습니다.
모임에서 공통으로 아는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할 때- 물론 개선을 바라는 안타까운 애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험담은 험담이죠.. - 는 동조하지 않은 선에서 대답을 하기위해 정말 머리를 쥐어짜고 또 짜서 멘트를 고민하고 때로는 그분에 대한 변명도 해보고
또 혼자 사는 자신에 대한 애잔함보다는 경제적으로 의존하려하는 가족에 대한 험담을 하실때에는 몸둘 바를 모르겠기도 하고
가식으로 똘똘뭉친 친구들에 대한 지난 50년간(세상에나.. 50년지기 친구라니..)에 대한 얘기를 하실때에는 그냥 그 세대 그정도 가진 분들은 많이들 그러셔요~~하며 동조하는 수 밖에...
빙수 한그릇을 앞에놓고 해가 져서 8시가 가까워 올 때 저는 여느 만남이었다면 저녁이나 먹으러 가죠!! 라는 말이 나와야 정상인데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라고 하고 일어나고 말았네요.
그리고 다시는 단둘이 만나는 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그날 저녁 진이 다빠져서 집에와서 완전 넉다운....
연세가 드셔서 현직에서 물러나 프리랜서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꽤 전문직) 하루종일 집안에서 홀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누구랑 말섞을 일이 없다고 본인이 말씀하시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나이가 들면서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가 생겨서 배우자를 통해 인간관계의 외연이 넓어지고
또 아이를 낳으면 아이와 연관된 이러저러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자녀가 결혼을 한다면 또 그를 통한 인간관계가 생길터인데
그분은 70에 가까운 생을 사시면서 대학때 사귄 동기들 몇과의 50년의 우정과 몇몇 옛직장동료 외에는 도무지 없는겁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은 만날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부모와 형제, 대학동기, 옛직장동료에 대한 얘기를 순서를 정해놓은 듯이 하고 계시는걸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수십년이 흐른 뒤 제모습과 오버랩이 되는군요.
지금 별 불편함 없이 내인생을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저도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어디에서 누군가에서 고장난 라디오처럼 그 옛날 시점의 얘기를 하염없이 반복하며 상대방이 넌덜머리를 내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내 얘기만 뿜어내고 있는 노인이 되어있는건 아닐런지... (아니야 어쩌면 벌써 그러고 있는지도 몰라..)
홀로 늙어가야한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고민해봐얄 거 같습니다..
2014.08.08 11:51
2014.08.08 12:10
2014.08.08 12:10
제작년에 일이 없을 때 동네 구민회관 탁구장에 아침에 가면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이 계셨어요
아버님들 같은 경우에는 퇴사하셔서 주로 등산을 업으로 삼으시는데
탁구치면서 이쪽으로 불어오는 막걸리 냄새가 나쁘지 않았어요
서로 사장님 사모님 부르는데 동네 어머님 아버님들도 이렇게 사시는 구나
이야기 하면 한참 나오고 뭔가 젊은 제가 더 해드려야 했던 거 같았다는 아쉬움이 남아서요
이사오고 연락도 잘 안드리는데 글보고 가슴 한 켠이 아리는 거 같습니다
2014.08.08 12:15
그냥 저분 성격땜에 그런것같은데요.
여름숲님이 혼자살아서 저렇다는 어떤 규정을 짓고 바라보신것같아요.
암튼 최대한 본인고민이나 불편사항은 웬만하면 잊어버리고(아우 저도 이게 잘 안되요!) 세상돌아가는 얘기나 즐거운얘기하는게 좋은것같아요.
2014.08.08 12:19
2014.08.08 12:22
위에 썼다가 긴 거 같아 지우고...이건 그냥 나이를 떠나 친구사귀는 능력에 달린거 같아요. 윗분 말마따나 결혼했다고 안 외로운거 아니에요. 오히려 결혼해서 그냥 사회생활이 툭 끊기는 사람도 많고요. 그냥 아는 사람이 많아지는거지 친구는 사귀기 더 어려워지는듯.
2014.08.08 12:24
저도 그 분의 특징+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 정도로 보여요. 게다가 여름숲 님과 연령 차이가 꽤 나기 때문에 그 분께서 어떤 말씀을 하셔도 공감이 안 될 겁니다. 특별히 상대와 나눌 만한 화재를 이어나가줘야 하는데 그런 것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분이 그러셨던 것 같아요.
자식을 열 명 가까이 낳아 기르고 배우자가 있는 노인이라고 해서 푸념 안 늘어놓고 귀만 열어두는 건 아니죠. 듀게에 올라오는 글만 봐도 어르신들을 향해 넌더리 내는 레파토리 거의 똑같잖아요. 자식 자랑 손주 자랑 잘 나갔던 때 자랑. 주제가 이런 거였으면 기꺼이 저녁을 드셨을까요?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고장난 라디오가 나를 향해 틀어질 확률은 낮아지겠지만, 글쎄요, 원래 그런 사람이면 역시 불평불만 늘어질 것 같네요.
2014.08.08 12:46
대개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 테니까, 그 사람의 세계와 관심사가 거기까지- 였던 거겠죠. 아니면 여름숲님과의 공통분모가 거기까지였든가요. 배우자가 생기고 자식이 생기면 그만큼의 세계가 더 넓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안에 갇혀서 주구장창 배우자 얘기, 자식 얘기만 해대는 사람이 될 수도 있어요. 예, 최근에 죽어라 (관심도 없는) 자기 자식 얘기만 귀가 닳도록 하는 사람을 만나 계속 맞장구 쳐주다가 질려버려서 이러는 것도 있습니다, 예...ㄱ-;;;
2014.08.08 12:55
프리랜서라 그런지 온갖 상념이 다 떠오르는군요 70까지 쉬지않고 일할 수 있으려나 기타등등. 준비는 늘 해야하지만 심란해하지는 마세요
2014.08.08 12:59
2014.08.08 13:13
이 분이 결혼을 하셨다면 시댁욕->자식 자랑->며느리 욕->손자/손녀 자랑 순으로 늘어놓으셨겠지요.
2014.08.08 13:14
아~~~이것은 위로인 것도 위로가 아닌 것도 아니여.. ㅜㅜ
2014.08.08 13:36
다 읽고 머리에 남는건....
70이 다된 나이에..... 젊은 사람들과의 모임에 참석도 가능하고 영화도 막 보러 다니시고 그 긴 시간동안 대화도 주도하시고 (뒷담화가 주인것은 패스;)심지어 프리랜서로 일까지 하신다!!! 니 정말 부러운 노후를 보내고 게시네요.
2014.08.08 14:31
제 말이요.. 무슨 모임인지도 궁금하고요.
2014.08.08 14:39
그 시절 여자분이 명문대를 나오셔 별탈없이 여적지 일을 하고 계신다면 꽤 윤택한 생활이 가능하시겠지요. 더불어 문화생활도 가능하고..해마다 해외여행도 다니시고..
그날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프루스트 부인의 비밀정원'을 함께 봤는데 모르긴 몰라도 그곳과 광화문 시네큐브 등속의 영화관에서 하는 영화는 다 꿰고 계실듯 싶습니다.
공부 많이 하셨고 아직도 공부하시며 일하시는 분이지만 젊은이의 입맛을 쓰게 만드시니..
&취미를 함께하는 동호회예요..
2014.08.08 14:10
지금의 저와 그닥 다르지않은 한정된 인간관계에 공감합니다. 일도없이 반복되는 옛이야기와 남의 험담이나 늘어놓는 나의 70세가 안되도록 애써봐야겠어요..
2014.08.08 15:59
70세에도 30대 젊은이와 몇시간동안 즐겁게 얘기할만한 분이 몇 분이나 될까요? 저도 늙는 게 두렵습니다. 우선 저는 스마트폰이 싫고 게임도 싫어요 ㅜ ㅜ 스마트폰 중독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2014.08.08 16:15
최근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 결혼할 수 있을까','혼자 늙는 건 어떤 걸까' 라는 생각에 힘 빠지던 나날이었는데, 님의 글을 보니 더 우울해지네요 ㅠ.ㅜ
저도 친구 사귀는 데에 재주가 없고, 있던 친구들 중 행복한 친구들은 제가 만나기가 싫고, 저처럼 외로운 친구들은 그 친구들이 나를 피하고...점점 친구가 없어져요 ㅠ.ㅜ
2014.08.08 17:03
2014.08.08 17:18
네 개인적으로는 그만 만나야겠다고 본문에 썼지요.
그런데 어디에 그렇게 그분의 배경에 대한 편견이 심하게 적혀 있나요?
다시 읽어봐도 저는 최대한 팩트 위주로 글을 쓴거 같은데요?
2014.08.08 17:21
그 분 성격과는 별개로 나이 70인데 그 정도 주위 환경이면 괜찮네요. 결혼했다해도 그 연세면 자식들은 다 출가하고 남편은 사별해서 혼자인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젊었을 때 가정에 너무 투자하느라 친구들 얼마 없어서 더 외로운 사람도 많죠. 어쩌다 친구 만나면 자식 며느리 얘기 신물나게 하고 아예 친구 없으면 자식 가정에 집착하고ㅎㅎ
노년의 행복에 필요한 3가지는 건강, 친구,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2014.08.08 18:53
외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아마 말을 미리 준비했어도 공감을 얻긴 힘들거에요.
그분의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늙으면 고장난 라디오 같단 말이 맞아요.
고장나지 않은 것도 알지만.
2014.08.08 18:59
이유가 독거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판단 안 당하고 살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나중에 내 미래를 생각해보면... 와...
모든게 전자책인데 전자파 때문에 눈 침침하다고 좋아하는 책도 못 읽고, 엑티브 엑스보다 더한 엑티브 와이 같은게 나왔는데 뭔지 알쏭달쏭 해서 114에 젊은 사람을 괴롭힐지도 몰라요.
2014.08.08 22:04
2014.08.08 22:13
취향에 맞는 모임 몇개 정도는 오랜기간 함께 해야죠. 제 맘에 들지 않더라도 그런 모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남을 위해서 시간도 좀 내고.
그렇게라도 의식적으로 외연을 넓히려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로 독거노인 되겠지요..
2014.08.08 23:17
싱글 + 노인 이라는 두 가지 만으로도 사람들 편견을 얻기 좋은 상황이고 여름숲님과 공감대가 있으면 그게 더 신기할 거 같아요. 전 그 분이 70 다 된 나이에도 현직에서 일한다는 게 너무 부럽네요. 다들 고민하지만 제 나이 정도에 거의 다 퇴직하고 재취직이란 건 거의 힘든데 그연세에 현직이라니 ㅜㅜ
2014.08.09 11:07
글쓰고 달아주신 댓글들을 읽다보니
그 연세에 풀타임은 아니지만 하실 수 있는 전문적인 일이 있으시고 젊은이와 소통할 환경을 가지고 계시고 여타의 문화생활을 즐기실 수 있다면 그정도면 대단하겠다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말씀 마따나 한세대 이상 차이나는 개인 둘의 접점이 많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네요.
하지만 여전히 고민입니다. 제가 저 연세에 일을 할 수 있을리 만무하고..
벌어놓은 약간의 자금을 쥐어짜서 여생을 보내고 있을 터인데.. 흑!!
2014.08.09 13:26
그 분이 고장난 라디오가 된건 결혼과 상관없이 그 사람 자체가 그런 타입이기 때문이죠. 전 주변에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들 많이 보고 있는데 다들 만나면 저렇게 얘길 하더군요. 그래서;; 정말 결혼하기가 싫었는데ㅋ
여튼 비혼자에 대한 편견이 확고 하신것 같은데 부디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시길 바랍니다.
2014.08.10 00:07
그건 그 연배, 혹은 그 분의 특징이지 혼자 사는 것과 관계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