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2022.01.26 12:32

어디로갈까 조회 수:680

이 글은  편지처럼,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사람으로서 쓰는 겁니다.
좀전에 지인 한 분과 같이 아점을 먹었는데, 식사 후 커피 한잔 나누다가 저에 대해 이런 규정을 하시더라고요. "너는 말을 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음? 세상에 말을 걸 줄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

아마 저는 언어에 대한 여러 갈래 회의의 이론을 좀 알고 있는 편일 겁니다. 언어가 마법의 세계에 얼굴과 발을 담그는 일인 것을 아는 사람일 거에요.  노트에 일기 한줄을 기록하는 동안에도 이상한 정적이 시작되고 더할 수 없이 생생해지고 '살아온' 생애가 포함하는 균열들이 사라지는 느낌이 선명해지는 타입의 사람입니다. 두 손을 펼쳐 얼굴 하나가 얹힐 자리를 만들면 어디선가 한 얼굴이 다가와 빛나고, 때로 위로받아야 할 내가 문득 위로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동굴이 되어 있죠. 마음속 어딘가에 바를 정자를 써야 하는데, 게시판에 낙서질을 하노라면
그 획이 그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몇 달 동안 밥을 못 먹었어요. 대신 맥주를 마셨고 정신적 허함에 허리를 굽히고 부재하는 어떤 말들에 사무쳤더랬습니다. 돌이켜보니 팔 년 전쯤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되었더군요. 
좀전에 보스가 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스스로 항상 고향처럼 생각되는 한 시절을 열어두고 살지? 그래서 아무도 필요치가 않은 거지?" (최근에 들은 말 중 가장 시적이어서 심쿵했어요. ㅋ)

뭐랄까, 그의 말로부터 터벅터벅 걸어나와 수십 년이 흘러서  어느덧 늙어버린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어요. 그래요. 저는  말을 걸 줄 아는  사람일 겁니다.  관계를 마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관계란 '마'도 아니고 '법'도 아닌 무엇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네 이건 편지입니다. 인생의 작은 감회는 "응, 나 왔어."라고 말하는데 있는 거죠. ㅎ 저는 말을 거는 사람입니다. 그 태도를 포기하지 않을려고 굳이 듀게에다 새겨놓습니다. -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2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3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649
118723 [넷플릭스]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떴군요!! [6] S.S.S. 2022.02.10 418
118722 영화 씽투게더 1편 2편 보신 분 계신가요? [3] 적당히살자 2022.02.10 639
118721 모두랑 나누고픈 꿀팁이 있을까요? [1] 적당히살자 2022.02.10 265
118720 뭔가 좀 싸늘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중국친구들의 태도 [5] soboo 2022.02.10 1036
118719 진중권은 조국 사태 이후로 멘탈이 터진 것 같습니다 [5] catgotmy 2022.02.09 1271
118718 깨어있는 시민 [2] 적당히살자 2022.02.09 487
118717 선거 피로감 [1] soboo 2022.02.09 485
118716 TV물 전용 OTT가 생겼으면.. [3] Tomof 2022.02.09 378
118715 나를 고발하라고요? 에이~ [13] 어디로갈까 2022.02.09 789
118714 크롬캐스트 이거 물건이네요 [5] 노리 2022.02.09 696
118713 민주당의 한계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32] 해삼너구리 2022.02.09 1016
118712 42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후보군이 떴습니다 [1] 모르나가 2022.02.09 425
118711 [웨이브바낭] '더 와이어' 대망의 시즌 4를 끝냈습니다 [8] 로이배티 2022.02.09 538
118710 윤석열의 보복정치 예고... [8] 사팍 2022.02.09 868
118709 영화 웨이트리스 후기 (스포 많음) [2] 얃옹이 2022.02.09 476
118708 아마존의 리처 1시즌 마지막 대사(누가 범인이 아닌지 스포가 있을수 있습니다.) [4] Lunagazer 2022.02.09 339
118707 탈당출마꼼수에 일침하는 진중권에 일침하는 김재원 [6] Lunagazer 2022.02.09 604
118706 중국이 올림픽의 민낯을 보여주는 거죠 [23] 적당히살자 2022.02.09 892
118705 Douglas Trumbull 1942-2022 R.I.P. [1] 조성용 2022.02.09 162
118704 [넷플릭스바낭] 뭐라 형용하게 어려운 괴시리즈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를 봤어요 [15] 로이배티 2022.02.08 25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