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4 13:18
- 일단 이 글은 대한민국 최장수 장관 기록 보유 확정자이신 유은혜 교육부 장관님의 여생 폭망을 간절히 기원하는 성격의 글이라는 걸 미리 밝혀둡니다.
- 우선 시계를 2월 7일로 돌려보겠습니다. 그 날 우리 장관님께선 이런 발표를 하셨습니다.
"전면 등교는 반드시 지켜내야할 절대적 가치이다"
"코로나 상황이 위중하지만 일단 전면 등교로 간다. 개학 후 원격 수업 여부는 학교에게 판단을 맡긴다. 우리는 '확진자 3%, 자가격리자 15%'라는 기준만 제시하겠다."
그러고 며칠 뒤에 지침이 공문으로 내려왔죠. 대략 초간단 무성의하게 요약하면 이런 얘깁니다.
1단계(두 척도가 모두 기준 이하) : 정상 수업.
2단계(하나의 척도만 기준 초과) : 이동 수업 중지를 제외하곤 정상 수업.
3단계(두 척도 모두 기준 초과) : 학교장 판단 하에 부분적 원격 수업 실시 '가능'.
4단계(3단계보다 심화된 상태) : 뭐 학교가 알아서 하렴. ㅇㅇ
덧붙여서 학교로 진단 키트 보내줄테니 교사가 나눠주고 애들 일주일에 두 번씩 검사한 후 등교하게 하란 얘기도 있었죠.
- 며칠 후,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일주일 2회 검사'는 의무에서 '적극 권장'으로 변신이 됩니다.
사실 뭐 눈가리고 아웅이었죠.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결국 '적극 권장'이라는 건 다 하게 만들라는 얘기거든요. 그거 나눠주고 시키고 확인하고 보고하는 건 교사 일인데, 교사들 입장에선 이게 원래 계획대로 '의무'가 되는 것보다 더 짜증나는 상황이었고... ㅋㅋ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21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일 전이자 개학 10일 전, 교육부에선 부랴부랴 또 발표를 합니다. 코로나 상태가 심각하니 개학시 2주간 원격 수업 하고 싶으면 하래요. 여전히 '학교 판단'이라는 옵션은 붙습니다만, 그때 10만이던 확진자가 이제 17만을 넘겼어요. 개학 때면 20만도 가능할 텐데 배째라고 전면 등교를 시킬 학교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렇긴한데...
- 공식 지침이 안 내려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월 7일 발표에 대한 지침은 내려왔어요. 이미 예전에 왔죠. 그래서 학교 & 학부모들은 거기 맞춰 개학 준비를 하다가 21일 발표 크리를 맞은 건데,
문제는 21일 발표에 대한 지침이 안 내려온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답답한 맘에 교육청에 연락을 해봤더니 교육청 담당자 말은
"니네 아마추어니? 보도는 보도고 일하는 사람은 지침 받은 대로 하는 거지. 그냥 전면 등교 준비하렴. ㅇㅇ" 이네요.
그래서 오늘 오전에 학교에서 학부모 & 직원 전체 메시지로 전면 등교 방침을 안내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학교 전화통 불 나고 있을 거에요. ㅋㅋㅋ
- 포인트는 두 가집니다.
첫째로. 우리 장관님께서 3% & 15% 드립을 치던 2월 7일에도 이미 일일 확진자가 7만명대였고 가파르게 상승하던 중이었죠. 당시에 이미 전문가들은 이거 이대로 팍팍 올라서 3월엔 20만대까지 찍을 거라는 걸로 의견을 모으고 있었구요. 2월 말에 10만 넘을거라는 걸 예상 못했다면 바보인데요. 10만 넘기니 쫄아서 개학을 고작 열흘 앞두고서 계획을 바꾸는 건 아마추어도 아니고 그냥 멍청이급인 거죠.
덕택에 일선 학교들은 이미 짜놓은 계획은 내다버리고 부랴부랴 새로운 계획을 짜야하게 되었고. 학부모들도 전면 등교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갑작스런 원격 수업 얘기에 육아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특히나 어린 학생을 둔 맞벌이 부부들에겐 이거 완전 크리티컬... 게다가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의 등교 일정 안내까지 받아봐야 대비가 가능한데 교육부 발표가 열흘 전에 났으니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하고. 결국 일주일도 안 남은 시간 동안 출근시 애들 관리를 해결해야 하는 꼴이 된 겁니다.
두번째는 바로 위에 적은대로. 언론사들 모아 놓고 폼나게 발표하시는 건 좋은데, 현장에 지침은 줘야죠? ㅋㅋㅋ 지금 일선 학교들도, 심지어 교육청도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기사 보도 내용 밖에 몰라요. 어제 저희 학교랑 통화한 교육청 사람이 뻥을 친 게 아니라면 그렇습니다. 요 장관님 들어서 일단 언론에다 지르고 지침은 나중에 만드는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데, 그게 개학을 코앞에 두고까지 이러니 현장은 환장합니다. 이래놓고 금요일쯤 되어서야 수줍게 지침 공문이 도착하고, 만약 그 내용이 '응, 뉴스에서 본대로 어지간하면 원격수업 하렴'이 된다면 학교 등교 방침이 또 바뀌고, 그럼 학부모들은 개학 사나흘 남겨 놓고 또 바뀐 일정을 받아야 해요. 이거 어쩔 건데요.
- 그러니까 핵심은요. 애들 등교 시키지 말아주세요 원격수업하고 싶어요 징징징 이게 아닙니다.
왜 이렇게 한치 앞을 못 내다보고 드립 치듯 정책 결정을 하며, 그걸 또 이렇게 쉽게 뒤집어 엎으며, 그러고선 또 왜 수습도 신속하게 안 하냐는 겁니다.
우리 장관님 취임하신 후로, 특히 코로나 시국 이후로는 정말 꾸준히 계속 이런 모습 보이시긴 했는데, 신학년도 직전에 이렇게 사고 쳐 버리신 건 처음이라 또 아주 신선한 느낌으로 열받고 있습니다. ㅋㅋ 애초부터 전문성 모자란 장관이란 지적이 있긴 했지만 이쯤되면 전문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기본적 능력과 노력의 문제에요.
듣자하니 3월에 최장수 교육부 장관 타이틀 달고 퇴임하신 후 경기도지사 도전하실 거라던데. 제발 계획대로 꼭 나오시길 빕니다. 선거 운동에 전재산 털어 넣고 낙선하시길 기원해요.
+ 사실 2월 7일에 발표한 '확진자 3%, 자가격리 15% 기준으로 학교가 결정' 정책 자체도 현장 입장에선 정말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의 강력한 드립이었습니다만. 그 얘기까지 하려고 하니 재미도 없는 글이 너무 길고 복잡해져서 그 부분은 생략합니다. ㅋㅋㅋ
2022.02.24 13:22
2022.02.24 13:26
아무리 그래도 교육청 장학사가 장관 공식 발표 내용에 대해 '오보'라고 설명하는 상황은 좀 초현실적이지 않습니까... ㅋㅋㅋㅋ 심지어 이후로도 교육부는 계속 그 발표 내용을 반복하고 있어요. 이거슨 진정한 대환장...
2022.02.24 13:33
애초에 3월 전면등교에 왜 그렇게 집착을 한 걸까요??
요새 민주당에서도 자꾸 오미크론 같잖게 보는 여러 분위기를 감안한다 해도..
애들은 백신도 못맞췄는데 왜 굳이...
2022.02.24 13:48
우리 장관님이 가장 신경 쓰시던 게 학부모 여론이라서 그럴 겁니다. 게다가 '학력 저하'가 수치로 나왔으니 명분도 있었구요. 근데 오미크론이 너무 강력해지니 학부모들도 자녀들 학교 보내는 게 무서워지면서 여론 따라가기 fail... 뭐 이런 상황이 아닌가 싶구요.
그리고 좀 진지하게 말하자면 '전면 등교'는 분명히 좋은 일인데. 장관님께서 제시하신 기준 따라 진행을 한다면 그 '전면 등교'가 일반적인 의미의 전면 등교가 아니게 되어 버려서 별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진짜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2022.02.24 13:38
2022.02.24 13:50
'우린 강제라고 안 했으니 학부모님들은 우리에게 화내지 마시고, 교사들은 어쨌든 학급 애들 다 검사 받게 하고 욕은 대신 드시고...' 정도의 의미죠. ㅋㅋ
다행히도 설마 되실 리는 없지 않을까요? 지금 여당에게 이렇게 분위기 안 좋은 데다가 장관님 본인도 이 건으로 퇴임 직전에 거하게 헛발질 하셔서 아마 거의 힘들 듯 싶어요.
2022.02.24 15:01
2022.02.24 15:26
일단 유감스럽게도 유씨가 경기도지사 출마는 접었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칠때까지 끝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무려 8일전 뉴우스 -_-;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21610080005647
아마 문재인에 대한 ‘의리’보다는 미리 자체적으로 돌려본 여론조사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런듯
지금 질병관리청이 주로 전문가집단의 정보와 제안을 컨트롤하고 있다면 유은혜도 포함된 전체 정부조직을 총괄하며 경제와 방역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국무총리 즉, 김부겸이 제일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김부겸 같은 맨 윗대가리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중심을 잡지 못하니 교육부 이하 행정 말단 조직에서 우왕좌왕하게 되는건 필연적인 수순이죠.
한심한 것은 오미크론 관련하여 이미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과 호주 등지에서 우리보다 한두달 앞서 진행되는걸 지켜보며 시간을 벌었으면 그에 맞춰 과감히 대응 정책을 수립하고 돌격 앞으로 했어야 했는데
이리 저리 눈치 보며 팔랑귀 휘날리다 영유아 예방접종 골든타임도 놓치고;
오미크론 특성상 불가능한 전면적인 통제 보다는 중증환자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고 결론이 나왔다면 사실 과감하게 학교에 대해서는 독감처럼 아픈 아이는 등교하지 말고 일주일 치료받고 푹 쉬다 나오라고 하는게 최선일텐데 이제서야 늦어도 한참 늦은 타이밍에 아동용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하고 방역부하를 일선 교사들에게 전가를 시키는 바람에 장기 펜데믹으로 인한 아이들의 학습기회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취지도 무색해지고, 총체적으로 망해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 유은혜를 두둔하는게 아니라 더 윗선이 큰 문제라는 이야기
2022.02.24 20:31
네, 뭐 그동안 유은혜는 취임 이후 아무 존재감 없이 쭉 그냥 정부 방침 셔틀로 존재해왔으니까요. 학점제 실시한다면서 정시를 확대하는 희한한 짓을 시켜도 시키면 그냥 척. 그런 모습 자체는 익숙한데요, 제가 빡치는 가장 큰 포인트는 무능함입니다. 셔틀질이라도 좀 그럴싸하게 할 수도 있을 텐데 이 양반은 그게 아니라서.
유은혜는 오늘도 인터뷰로 '개학시 2주 적응 기간 줬으니 그동안 여유 갖고 준비해라' 같은 소릴 하고 있던데, 여전히 방침은 안 왔고 도교육청 입장은 전면 등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는 듯 하니 속이 더 터지는 거죠.
2022.02.24 22:17
2022.02.25 13:48
결국 장관의 나중 발표가 별 의미 없는 뻘소리였던 걸로 판명되는 중입니다. 7일 발표대로 그 기준 지켜가며 기본적으로 전면 등교를 시키되 '학교 사정 따라 원격 수업 하고 싶으면 해보든가' 라는 얘기였는지 경기도는 걍 전면등교네요. ㅋㅋㅋ
2022.02.26 09:57
2022.02.24 23:07
제 중학교 아이도 윤장관을 싫어하던데요 -_-;;; 친구들끼리도 의견일치 본듯요.
제 아이 하나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교장이 소신을 발휘해서 전면 등교로 가는 듯 합니다.
오늘 동네 학부모들과의 커피모임(작은동네라 그냥 유일한 커피숍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낚는것)에서 들었어요
'모'들은 다들 반기시더라고요. 저도 고맙...지만 걱정도 많이 되네요. 누구 희생을 밟고 편하고싶진 않은데
2022.02.25 13:49
일단 경기도는 다 전면등교인 것 같고. 서울은 학교가 알아서 정하라 해서 학부모들에게 투표 시키고 그런다는군요. 혼돈의 카오스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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