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4 09:40
오랫만에 쓰는 회사 바낭입니다.
1.
제가 팀장에서 짤리고 부서 방출 당해서 원래 하던 업무를 하게 되었다고 썼었는데요.
웃기는건, 제 직속상사인 부사장이 작년 제 평가를 잘 줘서 올해 연봉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연봉계약서 통보(…)받는 날 아침 서울에 있는 부사장이 전화를 해서는 ‘섭섭치 않게 해줬다. 널 거기로 보낸건, 여기 보다는 거기가 너한테 잘 맞고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보냈다. 공장에서도 널 원했다. 블라블라..’ 라는소리를 하더군요.
맘에 안 들어서 강등시키고 방출까지 시켜놓고 연봉 올려주는건 뭐랍니까.. 정말 이해가 안가는 분…
2.
제가 예전에 쓰던 회사바낭글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익숙하실 ‘그분’이 퇴사한지 2년쯤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싸우고 다닌게 저한테 아직도 영향이 있네요.
저희 공장은 ‘고장율’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생산팀은 ‘사람이 실수해도 설비는 고장 안나야지. Fool Proof 잖아?!’ 하고, 설비팀은 ‘라인의 주인은 생산팀인데, 너네가 관리를 잘해야 고장이 안나지!’ 하고 싸우는데.. 뭐 공장의 왕은 생산팀이고 설비팀은 욕받이 일수 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저는 생산도 아니고 설비도 아니고 우리가 뭘, 어떻게 하는지 사내에 이해하는 사람이 몇 없는 초마이너한 부서라고 팀이었다가 파트로 쪼그라들었다가, 다른 파트랑 통합되었다가 (까지가 제가 있던 시절) 결국 파트 없어지고 설비팀에 흡수되었습니다.
(예전에 썼지만, 이건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벽치고 충원 안받던 그분의 책임이 큼)
설비팀에 흡수된 것도.. 그분이 설비팀 차장이랑 하도 싸워대고 둘이 사이가 안 좋아서 서로 말도안하는 상황까지 가니까… 둘이 붙여놓으면 그분이 설비팀장 말은 듣겠지 하고 흡수시킨겁니다. 하지만, 차장이 설비팀장이 되었고…. (…)
결국 팀장된 차장이랑 회의석상에서 대판 싸우고 그분은 협력사 팀장으로 보내졌습니다.
그런데…
공장장이 제가 뭐만 보고하면 자꾸 ‘너네는 그랬어. 김모씨 있을때부터..’ 라면서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도맷금으로 넘기면서 저와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선입견이 있음을 팍팍 드러냅니다.
뭘 하려고 하면 일 쉽게 하려고 하지 마라…
고장 보고를 하면 책임 회피하려고 하지 마라…
투자보고를 하면 장비빨로 일하려고 하지 마라…
그냥 이쪽 업무로 뭘 하겠다, 뭐가 문제다 라고보고하는거 자체가 싫은 모양…
보고할때마다 김모씨는 말야.. 라는 말을 꼭 하니, 그분이 여기저기 적을 많이 만들어뒀구나 싶네요.
(그분은 정작 협력사 팀장으로 가서 해피하게 지내신다는 듯)
3.
제가.. 이 회사에서 팀장하기에는 젊은편이지만, 실무자 하기에는 또 나이가 적지 않은 편입니다. 제 연령대에 팀장, 파트장 같은 보직 없이 쌩으로 팀원 실무자 하는 사람이 공장에 몇 없어요.
위에서 부사장이 ‘공장에서 널 원해서 보냈다’ 라고 했지만, 여기와서 일하면서 2개월 가까이 느낀 건… 이 업무를 할 사람은 원했지만 저를 원한건 아닌것 같습니다. 저를 빼올 수 있다고 기대도 안했기에 생각조차 안했다고..
그분 퇴사하고 후배 퇴사하고 이 업무 하는 사람이 1년 넘게 공석이면서 프로세스가 무너지고 있다 보니 설비팀장이랑 공장장이 인사팀에 이 업무 할 수 있는 경력직을 뽑아 달라고 했나 봅니다. 그런데 저를 보낸거지요.
그러다 보니.. 실무자로 마구 굴리기에는 짬바를 너무 먹은 사람이와서 파트장이나 팀장이 조금 곤란한 모양…
그래서 결국 고위층 보고자료 만드는 셔틀로 굳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에 있던 부서에서 회장, 사장용 보고자료는 만들어 봤으니까.
2022.02.24 10:04
2022.02.25 09:08
후배들에게 너의 스킬과 지식을 전수해라! 그러고 나면 팽이다~ 일것 같은데, 알려주고 싶어도 받을 여력이 있는 후배가 없... (...)
2022.02.24 10:14
그 "김씨"가 어지간히 밉보였던 모양이네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가라님에게 꼽줘봐야 무슨 의미가 있다고...
2022.02.25 09:09
공장장이 팀장일때 '그분'이랑 많이 싸웠거든요.
2022.02.24 14:10
뭐 그래도 연봉이 올랐으니 좋은 걸로 하죠. 팀장이 아니니 책임도 줄고...
2022.02.24 15:30
저도 여기에 한 표,
큰 회사는 위로 올라갈 수록 일보다는 사내정치 때문에 사람 피 말리는거 같더군요. 가라님 성향에 부합된다면 실속 챙기면서 가늘고 길게 버티는것이 월급쟁이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이지 싶습니다.
2022.02.25 09:11
가늘게 가봐야 길게 갈 수 없는게 저희 회사... ㅋㅋ
2022.02.24 17:10
먼 훗날(?) 그분의 입장이 이해가 될 날이 올까요? ^^
2022.02.25 09:10
그분이 왜 그랬는지 그분 관점에서 이해는 가지만, 동조는 못하겠달까요...
2022.02.25 14:17
"고장 보고를 하면 책임 회피하려고 하지 마라…"
=> 고장의 원인이 무엇이므로 그것을 이러이러하게 처리하면 앞으로 고장이 안/덜 날 것이라고 하면 별 말 없지 않을까요??
"투자보고를 하면 장비빨로 일하려고 하지 마라…"
=> 투자를 얼만큼 하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개선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효과를 알려주면 군소리가 덜하지 않을까요??
위 고장 보고와 투자 보고를 연결해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요.
2022.02.25 15:52
보고의 스킬이나 내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말씀하시는 그정도도 못하면, 보수적이고 전형적인 한국회사인 이 곳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ㅋㅋ
예를 들면...
자동차를 20년째 타는데, 엔진이 말썽이에요. 하지만 엔진이 워낙 비싸기도 하고 엔진 교체하려면 차를 며칠 못쓰는데, 매일 차를 써야 하는 산간오지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엔진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그냥 계속 굴리다가 고장나면 고치고, 고장나면 고치고.. 카센타에서 '아우 사장님 엔진 바꾸셔야 해요~' 라고 해도 그냥 타는겁니다. 엔진 교체할 돈/시간도 없으니 새차를 살 돈은 당연히 없고요.
그런데, 타이어는 갈 수 있어요. '타이어가 다 달아서 교체해야 겠습니다' 라고 얘기를 하면, '엔진 담당하는 친구는 저거 교체를 못해서 맨날 고생하는데, 너는 참 쉽게 타이어 교체할때 되었다고 교체한다고 한다? 그냥 쓰면 안돼? 왜 타이어는 매번 때되면 바꿔줘야해? 타이어 때되면 교체하니까 문제가 안나서 넌 참 편하겠다?' 라고 하는 겁니다. ㅎㅎ
차라리 돈이 없다던가, 이번에는 저쪽을 우선하자.. 라는 식으로 반려를 하면 모르겠는데, '너는 참 편하겠다' 라는 감정이 섞여 나오니 갑갑한거죠.
그래서 타이어 안갈아서 펑크나서 큰사고나면 그땐 누가 책임지나고요? 공장장은 '갈지마' 라고는 안합니다. '보류'라고만 할뿐이지.
'네가 급하다고 잘 설득을 했어야지. 돈쓸데는 많은데 네가 설득을 못했으니 보류한거 아니냐' 라고 책임은 제가 집니다.
2022.02.25 17:22
"'네가 급하다고 잘 설득을 했어야지. 돈쓸데는 많은데 네가 설득을 못했으니 보류한거 아니냐' 라고 책임은 제가 집니다."
=> 만약 정말 급하게 고쳐야 하는 부분인데 가라 님이 제대로 알리지 못한 거라면 가라 님이 책임지는 게 맞습니다. ^^
급하지 않고 심각하지 않은 문제라면 일부러 문제를 과장해서 투자보고서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가라 님이 판단하시기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고장이라면 이러이러한 투자를 해서 고장을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지,
이런 고장을 얼마나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고해 놓으셔야 나중에 책임 추궁 당하지 않으시겠네요.
그 정도로 보고해 놓았는데 사고가 터지면 투자 결정을 보류한 공장장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겠죠.
만약 공장장이 책임지고 싶지 않으면 투자를 허락할 수밖에 없을 테고요.
2022.02.25 17:44
저희 회사가 님 회사처럼 그렇게 합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아서요.
합리적으로만 돌아가는 회사로 옮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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