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구가 없어요

알고 지내는 학교 동기 몇 명은 있지만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 앞에서 눈물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친구는 한 명도 없어요


사춘기 때는 딱히 눈에 띄는 방황을 하진 않았지만

마음 속에서 고요한 폭풍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혜린의 어느 글에서 발견한 글귀에서처럼 절대로 평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뒤돌아보면 저는 그냥 평범하고 초라한 여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대학생이 됐는데 부족한 형편에 어렵게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기분은 항상 가라앉아 있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칙칙함의 그림자는 항상 제 주변에 있었어요.

그래도 성인이 되어서 인생론 약간을 얻을 수 있어 버텼어요

아마도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나 자신을 조금 이해할 수 있어서 자기혐오가 연민으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버티기가 힘드네요.

얼마 전에 지인이 제 카톡 친구 목록을 보고 웃으면서 '넌 왜 이렇게 등록된 친구가 적어'라고 말하더라구요.

음.. 웃으면서 대충 넘기긴 했지만 생각해보니까 정말 적더라구요.

이렇게 힘들 때 전화해서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는 건 정말 슬픈일이에요.

지금껏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슬픔이 이렇게 조용히 찾아와 저를 휘청거리게 하다니.. 배신감이 느껴져요:)


예전에 그 슬픔이라는 에너지를 어느 순간 분출해도 부끄럽지 않았던.. 그런 상대가 있었을 때에는 역설적이게도 행복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저는 항상 사람만이 저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종교인 거죠. 언제쯤 자아가 강해질 수 있을런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72
119159 초바낭)외국나와서 오래살면 한국돌아가서 적응못한다는 말.. [25] 헐렁 2010.12.22 4796
119158 싫어하는 음식 [30] Ny 2010.09.12 4796
119157 이번 한겨레신문 '놈현' 사건에 대한 유시민의 태도에 대해서...... [65] 칸막이 2010.06.15 4796
119156 심하게 과소평가 받는 배우 몇 명 [6] 데릭 2014.06.02 4795
119155 '판의 미로', '퍼시픽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를 드라마로. [23] 노란잠수함 2013.04.25 4795
119154 (바낭) 젠틀맨은 시건방춤을 넣은게 신의 한수같아요 [5] 소전마리자 2013.04.14 4795
119153 박근혜 지지자는 없는건가요? [38] 아맛나 2012.12.11 4795
119152 아이돌의 문제점 [37] mad hatter 2012.02.11 4795
119151 김태희 "발"연기.swf (주의: 자동재생) [5] the end 2011.01.07 4795
119150 파스타는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좋아요 >_</ [15] 세호 2010.08.16 4795
119149 너 왜 이렇게 사냐 [4] 가끔영화 2010.06.28 4795
119148 드디어 워쇼스키 남매라 부르는 군요. [7] 가지-가지 2012.08.31 4794
119147 이기심 넘치는 멘붕고백 [17] 오늘만 2012.07.08 4794
» 친구가 없다는 건 참 슬픈 일이네요 [16] 츠키아카리 2012.02.26 4794
119145 소개팅 하면 주로 남자가 돈을 내죠? [25] 기역니은디귿 2011.11.09 4794
119144 재빠르게 깔아보는 나가수 불판 [104] 메피스토 2011.05.15 4794
119143 샤이니컴백/인셉션의 미덕/마리온 꼬띠아르 유감 [9] gotama 2010.07.25 4794
119142 최근에 몇 년 알고 지내던 지인이랑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22] 잘피 2014.12.04 4793
119141 현자님, soboo님 등 코바토님에게 낚이신 분들께.. [64] 가라 2014.04.03 4793
119140 학살 깊은 나무 코미디네요. [26] 사과식초 2011.12.22 47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