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1 23:43
0.
제가 이런 글을 쓸 때는 늘 직장에서 급한 일거리를 들고 왔을 때죠. 그렇습니다. 개학이 다가왔어요.
1.
일단 신학기 준비를 위해 출근한 첫 날부터 동료 세 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분은 본인 확진, 두 분은 가족 확진이래요. 그리고 이틀 뒤 여기서 본인 확진 둘이 늘어나고 가족 확진 한 명이 더 늘어났죠. 이건 요 직장에선 상당히 큰 일입니다. 왜냐면 지난 2년간 직원 확진이 0이었거든요. 그러던 게 개학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이렇게. 허허.
오미크론 끝내줍니다. 일일 확진자 10만명 시절이라는 게 그다지 와닿지 않다가 출근하자마자 팍팍팍팍팍팍 느껴집니다. 별로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교육부 장관님께선 (며칠 전 기준으로) "오미크롱 그 까이 거 상관 없다! 우린 전원 등교라는 절대적 가치를 사수할 것이다!!!"라고 잔 다르크처럼 외치시고 학생들을 1주일에 두 번씩 검사 키트로 확인시키며 등교 시키라는 야심찬 무리수를 팍팍 던지시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1주일 두 번 검사는 의무 아니야! 그냥 적극 권장이야!!" 라고 1보 후퇴하시고. 그리고 오늘은 "뭐... 학교장이 정 원한다면 개학 2주간은 원격, 등교 선택하게 해 줄게?"라고 5보 정도 추가로 후퇴하셨습니다. 장관님, 아무리 경기도지사 자리가 탐이 나셔도 일단은 본인 일에 끝까지 집중과 책임 좀... ㅠㅜ
근데 사실 1주일 두 번 '적극 권장' 하는 것만 해도 참 구립니다.
예산 써서 학교에 검사 키트 배포하시겠다는 건데. 그럼 당연히 몇 개 배포인지 통계가 잡히고, 당연히 몇 달 지나면 검사 키트 얼마나 사용했는지 보고 하라 그럴 거고, 그럼 많이 사용한 학교와 덜 쓴 학교들 파악이 될 거고, 그럼 당연히... ㅋㅋㅋㅋ
그리고 방역 지침도 뭐가 참 많이도 바뀌었더군요. 등교했던 학생들 중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역학조사도 학교에서 해서 보고 올리라 그러구요. 애들 밥 먹을 땐 지정석 배치하라 그러고. 가정 내 확진자 내지는 자가격리자가 발생했을 때 대처도 무슨 월드컵 16강 진출 경우의 수 따지는 느낌(...)으로 뭐가 되게 세분화됐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교육적 회복!'을 외치며 방과후 수업 부담은 확 늘려주셨죠. 하하. 좋습니다. 취지는 잘 알겠고 필요성도 인정하고 다 좋으니 대신 이렇게 굴려 먹을 거면 제발 교사들 악의 축 취급 좀 그만하시라구요 위정자님들아.
암튼 난리입니다. 오죽하면 3년 휴직하고 올해 컴백하신 나이 많은 선배 한 분께선 며칠간 출근하며 복귀 준비하시다가 홀연히 병가를 내고 사라지셨...;;
2.
둘째가 열흘 뒤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갓난 아가로 태어났을 때 듀게에 사진 올리고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세월 참 빨라요.
전에도 적은 적 있지만 우리 집 자식 둘은 보면 좀 재밌는 구석이 많습니다.
두 살 터울이고 첫째가 아들, 둘째가 딸인데 둘째가 더 커요. 힘도 더 세구요. 첫째가 조금 작은 편이긴 하지만 둘째가 나이 대비 워낙 압도적으로 큽니다. =ㅅ=
그런데 그 와중에 첫째는 전형적인 클리셰 아들 성향, 둘째는 전형적인 클리셰 딸 성향입니다. 그래서 첫째가 이미 지나간 과정을 둘째가 지나가면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걸 관찰하는 재미가 있죠.
예를 들어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 진짜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냥 다녀와서 집에서 게임하고 만화책 볼 수만 있으면 다 오케이. 이랬는데,
둘째는 한 달 전부터 어린이집 졸업하기 싫다, 초등학교 가기 싫다, 가서 만날 선생님도 무섭고 친구들이랑 찢어지는 것도 싫고 블라블라...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막 받네요.
뭐랄까, 오빠보다 사회성이 더 많이 발달한 상태라는 느낌입니다. 옷 입고 머리 자르고 하는 것도 오빠는 걍 입히면 입고 끌고 가서 자르면 잘리는데 동생놈은 하나 같이 다 자기 의견이 있고 친구들 반응 신경 쓰고 그래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그렇게 극과 극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둘이 참 친합니다.
당연히 맨날 싸우죠. 방학 때 제가 혼자 보고 있으면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삐지고 화내고 난리를 치지만 금방 풀고 또 신나게 놀아요.
아마도 이게 오래 가진 않겠죠. 좀 더 크고, 좀 더 학교에 익숙해지고, 좀 더 각자의 성향들이 강해지고 하면 서로 멀어지고 그러겠습니다만.
암튼 지금은 그렇고, 그래서 참 보기 좋고 예뻐요. 빨리 크는 것도 좋지만 요즘의 이런 모습 좀 더 오래 봤으면... 하는 맘도 들고 그러네요.
3.
요즘들어 늘금을 팍팍 느끼는 게, 취침 시간입니다.
원래 애들 재운 후에 세 시고 네 시고 걍 되는대로 영화 보고 게임하고 그러고 자던 게 언제부턴가 체력에 부쳐서 세 시로 고정되었고. 그래도 너무 늦게 잔다고 가족분께서 압박하셔서 두 시 반으로 합의를 본지 2년이 안 됩니다만. 요즘엔 그것도 힘들어서 주말이 아닌 이상에야 두 시면 잠들 준비를 해야 해요. 뭐 간혹 보던 or 하던 게 너무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세 시를 오버하고 그럴 때가 있습니다만 그러고 나면 다음 날 후환이(...)
벌써 열 두시가 다 되어가고 있고. 아직도 할 일이 조금 남았으니 오늘은 영화는 못 보겠네요.
이렇게 되어 버린 거 그냥 일찍 한 시쯤 자 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지만. 음.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안 된다면 게임을 하면 되죠!! ㅋㅋㅋ
늘금이란 게 참 불편하지만 어차피 자연의 순리이고. 그냥 거기에 맞춰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뭐 애들 더 커서 아빠 따위랑 안 놀고 싶어하면 그땐 애들 안 자는 시간에도 티비도 보고 게임도 할 수 있으니 취미 시간은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라고 생각하며 뻘글을 마무리해봅니다.
4.
그냥 끝내긴 아쉬워서 요즘 꽂혀서 노동요로 자꾸 듣는 노래 몇 곡.
딱 그 시절 노래다운 사운드나 보컬이 참 정이 갑니다. 제니퍼 코넬리의 소싯적 미모도 좋구요.
근데 걍 평범한 젊음 찬가처럼 보이는 제목인데 가사 내용을 보니 원폭 무서워하는 노래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복잡하군요(...)
전혀 모르는 밴드였는데 유튜브가 자꾸 이 곡을 들이밀어대서 듣다 보니 좋다 싶었고. 다른 곡들도 좋은 게 많고 또 검색을 해 보니... 뭐 훌륭한 분들이시군요. ㅋㅋ
하지만 사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건...
(쿨럭;)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유튜브가 절 알거든요. 자꾸 띄워놓는 걸 한사코 거부하며 위의 두 곡 같은 거 듣다가 결국 재생. 마르고 닳도록 재생...;
근데 이제와서 보니 장혜리씨 참 예뻤네요. 뭔가 이연희 삘도 나고 그래요.
그래서 이걸로 정말 끝.
얼른 하던 일 마무리하고 집 정리하고 한 시간이라도 게임해야죠. ㅋㅋㅋ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2022.02.22 00:05
2022.02.22 00:22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 번역제 자체가 성희롱(...) 근데 그걸 바로 딱 떠올리신 수영님은 참 대단하시구요. ㅋㅋㅋ
장혜리는 이 노래의 인상이 워낙 강해서 다른 노래들을 다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내친 김에 검색해보니 트롯풍 노래로 데뷔했고 댄스곡으로 활동하다가 이 곡 이후로 발라드 가수 이미지가 생겼나 보네요. 정말 다 잊고 살았어요.
2022.02.22 00:30
아 글쎄 <연예가 중계>에서 신인 가수 장혜리를 소개합니다~이러면서 뻣뻣한 몸으로 춤 연습을 하는 걸 보여주던 것까지 기억이 나지 뭡니까. 좀 특이했어요. 트로트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니라 나이도 많았고, 춤을 아주 잘 춘 것도 아니고, 가요제 출신도 아니고, 그러면서 꽤 오래 인기를 끌었고...굳이 따지면 양수경 비슷?
2022.02.22 00:57
2022.02.22 01:02
그 생선가게는 주인은 퉁명스러워도 딸은 무지하게 이쁘지....
2022.02.22 01:10
장혜리도 좋지만 양수경이 넘사벽인 건 맞다고 봅니다. 사실 커리어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죠. ㅋㅋ 전 요즘도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를 자주 들어요. 양수경은 참 좋은 가수였고 전영록은 정말 훌륭한 작곡가였던 것입니다! 본인이 코러스도 넣었죠 아마.
2022.02.22 00:51
2022.02.22 01:11
목마 타는 장면 나오는 것도 맞구요, 저 영상을 보면 제니퍼 코넬리가 내내 흰색 티를 입고 나오죠. 백마... 참으로 호탕한 80년대의 기개가 엿보이는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ㅠㅜ
2022.02.22 00:38
2022.02.22 01:13
반면에 딸은 또 취향이 확실한데... 그게 아무리 봐도 그렇게 훌륭한 취향은 아니어서 좀 난감합니다. 뭐 이런 과정을 십여년 정도 거치다 보면 훌륭한 패션 피플로 자라나는 거겠거니... 하고 있어요. dora님 아드님도 그렇게 될 겁니다! 하하.
네 그냥 영화 장면을 갖다 쓴 것 같아요. 저 곡도 오리지널 버전은 따로 있고 그 곡의 뮤직비디오가 따로 있더라구요.
영화 평은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이렇게 뮤직비디오로 편집해 놓으니 제니퍼 코넬리 예쁨만 죽 감상할 수 있어서 그냥 좋네요. ㅋㅋ
2022.02.22 00:39
2022.02.22 01:15
감사합니다. 엄청 스트레스 받긴 하지만 뭐 적응 기간 좀 지나고 나면 즐겁게 잘 지내겠거니 하고 있어요. 그 기간 동안 뿜어낼 스트레스는 무섭지만요(...)
맞아요. 체력과 건강이 모든 것입니다. 왜 젊을 땐 그걸 몰랐는지. ㅠㅜ 역시 젊을 때 어르신들 얘기 따윈 다 쓸 데가 없는 것이죠. ㅋㅋ
2022.02.22 01:25
2022.02.22 09:31
사실 종종 육아 얘기도 끄적거리곤 하는데 이미 영화, 드라마, 게임 글들만으로도 게시글 빈도가 너무 높아서 자제하고 있습니다. ㅋㅋ 그런데 당분간 취미 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 같으니 대신 어린이들 이야기를!!
2022.02.22 03:12
2022.02.22 10:00
저희 애는 사실 분홍색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만. 학교 생활 영향인지 이제 분홍색을 보면 '저건 여자들 색이야'라며 신포도 신공을 시전하더라구요. 좋아하는 거 빤히 아는데... ㅋㅋㅋ will님 아이는 그래도 훌륭하네요. 본인 취향도 확고하고 밀리터리룩으로 포인트까지!!
맞아요 게임도 아들래미는 싸우고 패는 거 좋아하고 딸래미는 뭐가 됐든 안 싸우는 거 좋아하고 그러더라구요. 심지어 오빠랑 대난투를 함께 해도 '나 때리면 안돼!' 이러고 맵 구석에 가서 혼자 귀여운 동작 하며 놉니다. 그러다 싸움 나고요. 하하.
맞아요 저도 처음엔 '오늘 내가 피곤했든가?' 이러다가 한참 뒤에 깨달았죠. 그냥 배터리 총량이... ㅠㅜ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전 1만보는 커녕 1천보도 잘 안 걷는 것 같아요. 그나마 몸으로 놀아주는 거 좋아하는 딸래미 덕에 움직이기라도 합니다.
2022.02.22 09:34
2022.02.22 10:05
오늘 출근해 보니 또 한 분이 밀접접촉자가 되어 사라지셨...ㅠㅜ 하나같이 다 경증이나 무증상이긴 한데 전파력은 확실히 강력한 것 같아요. 이대로 개학하면 참 다이나믹하겠단 생각을 하네요. ㅋㅋ
새벽이 아니면 볼 시간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이 쪽으로 진화(?)하게됐죠. 다만 이제 스킬은 되는데 스탯이 떨어져가는 느낌... ㅠㅜ
2022.02.22 10:33
2022.02.22 11:43
2022.02.22 20:26
아이고... 듀게에도 걸리신 분들이 계셨군요. ㅠㅜ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언젠간 저도 걸릴 것 같아요. 가볍게, 얼른 지나가서 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
2022.02.22 10:47
과거에는 코로나 걸리면 따돌리는 분위기였다면 코로나 안걸리면 따돌리는 분위기로 점점 가지 않을까요
2022.02.22 20:27
따돌릴 것까진 없겠지만 점점 레어템이 되어가긴 할 것 같습니다. ㅋㅋ
2022.02.22 13:47
2022.02.22 20:28
그냥 뭐랄까... 이번 정권 & 교육부 방식의 대응 방안이라면 올해 지나면 익숙해지긴 하겠지만 이게 좋은 건진 모르겠고, 그런데 사실 또 더 좋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그저 원격 수업 노하우와 제반 여건이 더 좋아지는 게 최선의 대비일 것 같기도 하구요.
아뇨 저도 이제 두 시 넘으면 매우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됩니다. ㅋㅋ 두시 반 정도가 한계인 것 같아요.
2022.02.22 17:11
2022.02.22 20:28
이렇게 전국민이 인싸가 되어가고... ㅋㅋㅋㅋ
백마는 타는데 휘파람은 왜 불어야 하고 / 장혜리 노래 참 좋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