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서점, 서점주 이야기

2022.02.07 01:13

Kaffesaurus 조회 수:570

밑에 어디로갈까 님 글을 읽다가 하고 싶은 서점이야기가 있어서요.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마 썼던거 같아요. 제 동료이자 친구 (동료가 아닌 친구는 둘밖에 없어요) 루이스와 그녀의 안데쉬는 스웨덴 가장 오래된 서점 주인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한 45분 차타고 가면 되는 작은 그러나 예전에 중요했던 도시에 위치합니다.(도시라고 쓰지만, 스웨덴 소도시들이 그렇듯이 그냥 서울 몇 동 정도 된다고 생각해 주세요) 그런 역사적인 소도시들이 그렇듯이 건물들의 시간이 멈추어 있습니다. 새로운 건물이 오히려 이상한 100년된 건물들이 흔한 그런 곳. 서점도 그런 공간입니다. 우리가 작은 예전 서점을 생각할 때 가질 수 있는 환상들을 채워주는 그런 서점입니다. 사실 스웨덴에서 개인이 소유한 서점은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중 하나입니다. 이 크지 않은 공간에, 문구류와 포켓북 코너, 어린 아이들 장난감과 아동 서적 코너, 지금의 책들 그리고 고서점 코너까지 있으니 정말 스웨덴의 가장 오래된 서점이란 명칭에 맞는 공간이지요. 

루이스와 안데쉬와 친해지면서 저는 이제 인터넷 주문은 안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너희 서점에 이런 책이 있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주문하면 돼, 란 답이 오더군요. 한번은 주문한 책의 활자가 너무 작아서, 이걸 어떻게 읽지? 싶었는데 제 표정을 본 루이스가 꼭 사지 않아도 돼. 서점에 두면 모든 책들은 찾아가는 주인이 있다니까, 라고 하더군요.


만나자마자 우리 친구할래? 응 이라 대답할 수 있는 어린이의 시간이 아닌 어른의 시간에서 관계는 시간의 흐름과 어떤 계기가 있습니다. 어떤일로 동료일 뿐이었던 루이스를 동료가 아닌 개인으로 바라보게 되게 되었고, 아마도 루이스는 이때 제 행동에 믿음이 생겼나봐요.  그뒤에 무엇을 어떻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 흠, 주말에 따로 만날 생각이 드는 사람을이 되었죠. 사실 그전에도 들렸는 데 나오면서 여기가 루이스 서점이래, 라고 생각했던 서럼에, 어느 날 오늘은 루이스와 안데쉬의 서점에 간다, 안데쉬에게 나를 소개해야지 하며 가게 되었습니다. 그 첫 만남때 다행히 다른 손님이 없어서 서로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저는 볼라뇨를 (그 서점에 볼라뇨 단편집 4권이 다 있었어요!) 그는 그가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를 했지요. 돌아오는 길에, 정말 문학에 관심이 있는 서점주가 있는 서점 너무 좋다 라고 울로프에게 말했는데, 다음날 루이스는, 안데쉬가 당신 동료들 정말 문학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었어, 라고 했다고 들려주더군요. 서로 웃으면서 이거 마치 면접 패스한 기분이네 라고 했죠. (안데쉬는 역사 전공으로 그 전에 다른 도시 시 박물관에서 일했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 네사람은 언제 부터 저희가 사는 도시와 그들이 사는 도시 레스토에서 함께 밥먹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먹는 거에 별 신경안쓰는 루이스와 달리, 우리처럼 맛있는 거 먹는 거 좋아하는 안데쉬. 만나면 사실 루이스와 제가 직장에서 하지 못한 일과 관련된 이야기 하는 게 반, 나머지 반은 영화 책 음식 입니다. 소피아에게 루이스가 셋이서 책 이야기 하면 난 끼질 못해 소외감 느껴라는 망언을 했다고 하는 데, 그는 제가 추천한 Annie Ernaux의 The years를 전 그가 선물이를 위해 주문한 2차 대전에 대한 어린이용 책을(전쟁일지가 아닌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 최고의 추천으로 말합니다. 


생각해보니 서점에 간건 지난 가을이 최근이었네요. 세상에나, 아무리 우리가 직장에서 레스토랑과 집에서 만났다고, 서점에 간게 그렇게 오래전이라니. 그 가을 햇살 화사간 날, 책 좋아하지 않는 선물이는 자기가 주문한 로알드 달의 책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책들을 한참 보더니, 처음으로 저한테 말했죠. 엄마 나 책 두권 사도 돼?


이 사랑스런 서점이 선물이의 어린 시절에 기쁨으로 남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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