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고를 했는데요...

2010.08.26 15:08

깨끗한 얼음 조회 수:4705

아침에 수영을 끝내고 나오는데, 도로가에 코커스파니엘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어요.

외상은 없이 경련을 하길래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갑도 핸드폰도 안 가져온 터라

길 건너 공중전화로 갔어요. 한산한 골목길 도로라 차들이 지나다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를 시야에 두고(?)

건너가서 112를 눌렀어요. (114는 돈이 필요한데 지갑이 없어서)

그래서 여기 어디어디인데 개가 한 마리 쓰러져있으니 동물구조협회 같은 곳에 연락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기다리는데 정말 5분도 안 지나서 경찰차가 한 대 왔거든요?

아, 경찰이 직접오나? 그랬는데...뒤이어서 소방차 한 대와, 구급차 한 대가 나타났어요.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ㄷㄷ

당황한(?) 저는 공중전화 박스 안에 그대로 서 있었는데,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본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공중전화 바로 옆이 마을버스 정류장이었는데,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경찰이 내리고, 소방관이 내리고, 구급차에 대원들이 내리고....

저는 정말 하늘에 맹세코 여기 ""개""가 한 마리 쓰러져 있으니 동물보호협회에 연락해 주시오...그랬는데...

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주변을 살피며 뭔가를 찾는 듯 하더니 개를 발견했어요. 그러고도 자꾸 주변을 살피더라구요.

아, 저는 당당히 "내가 했소! 신고를 내가 하였소" 이렇게 나서지를 못하고, 소방차와 구급차의 위용에 주눅이 들어

슬금슬금 그 자리를 피하는데....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저를 계속 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당장이라도 "저 여자다! 저 여자가 신고를 하였다!" 그렇게 외칠 기세로...막 입을 떼려는 순간에

(제 느낌에는 바디 에일리언에서의 장면처럼,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며 저를 가리키고 있는 장면을 뒤로한 채로)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집까지...ㅠ.ㅠ

 

원래 이런 건가요? 경찰차와 소방차와 구급차는 어째서 개 한 마리를 구하겠다고 모두 나타난 건가요.

아니면, 제가 미쳐서 '여기 수영장이 불타고 있어요.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로 막 뛰어나와요. 여기는 지옥입니다.' 이렇게 말한 걸까요?

ㅠ.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6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32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748
118814 제가 생각하는 제일 밉상스러운 행동 [11] 유은실 2012.08.16 4706
118813 김민석의 죄(?)가 그렇게 큰가요? [23] 듀게잉여 2011.11.10 4706
118812 핸드백 얘기가 나와서 입이 근질근질... [25] loving_rabbit 2010.11.19 4706
118811 결혼에서 종교의 문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38] Apfel 2010.08.20 4706
118810 오늘 제일 인상적이었던(무서웠던) 트윗 [10] 빠삐용 2013.02.27 4706
118809 남자치고 골반이 좀 큰 편인데... [1] 블라디 2015.08.22 4705
118808 [19금] 오직 신만이 용서한다 [8] 자본주의의돼지 2013.04.04 4705
118807 커피 프랜차이즈별 먹고 마실만한 것들 정리. [12] 미선나무 2012.07.09 4705
118806 별로 맛이 없으나 비싸기 때문에 인기있는 음식재료 [42] 자두맛사탕 2011.09.19 4705
118805 하정우, 공효진 <러브픽션> 포스터 [14] fan 2012.01.04 4705
118804 동성친구와의 문화생활.... [28] 새터스웨이트 2012.04.24 4705
118803 임재범씨 때문에 나가수에 관심이 가는데 들리는 안타까운 소식.. [5] 타보 2011.05.16 4705
» 제가 신고를 했는데요... [21] 깨끗한 얼음 2010.08.26 4705
118801 (듀나인간단질문)영화 상영시간은 엔딩크레딧까지 포함된 시간인가요? [4] 우중다향 2013.10.28 4705
118800 어머니가 티파니를 몰라 보심-.- [10] 사과식초 2010.07.03 4705
118799 SBS 긴급속보로 연평도 주민을 전화 연결했는데 [15] poem II 2014.04.29 4704
118798 이건 어떻게 보면 일본식인데 전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24] poem II 2013.11.12 4704
118797 약속에 습관적으로 늦는 사람과 만나기 직전인데요 [23] 비네트 2012.06.01 4704
118796 연애 관계에서 수동적인 위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나요? [13] 잠익3 2011.08.12 4704
118795 몰입도 매우 높은 영화, 뭐가 있을까요? [22] daught 2015.07.31 47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