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낚시성 제목이냐 하시겠지만, 사실 별건 아니고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새 앨범이 나올때즈음이 되니까 적당한 포스팅 시점이라고 생각했고요!


 테일러 스위프트가 처음 나왔을때만해도 별 관심이 없었어요. Teardrops on My Guitar.. 라는 곡 처음 들었을때는 큰 감흥이 없었어요. 빌보드에서 이곡이 미친듯한 롱런을 기록했었는데, 그 이유도 잘 몰랐죠. 저한테는 지나치게 낯간지러운(?) 노래인데다가 컨트리 스러운 느낌까지 강해서 그닥.. 이란 느낌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이 노래가 와닿더군요. 


 

이 소녀가 재미있는게 부르는 건 항상 컨트리를 가장한 팝/락곡들이고 특별히 비쥬얼을 내세우는 편은 아니죠. (무척이나 이쁘긴 하지만) 항상 노래가 먼저왔고, 장르가 장르인만큼 특별히 비디오형 가수라기도 조금 뭐한 친구인데, 이 친구의 곡들은 뮤직비디오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어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노래를 통해서 스토리 텔링을 한다는 거죠. 자기 또래가 생각할법한 딱 그정도의 느낌으로요. 아마도 그녀가 직접 노래를 쓰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닌가 싶은데. 


 뮤직비디오는 이런 그녀의 스토리를 영상을 통해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건 Teardrops on My Guitar 때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이 노래는 한 소녀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깁니다. 첫사랑의 아픔에 대한 이야긴데,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시겠지만, 뮤직비디오 한편이 그냥 틴에이지 영화같아요. 가사와의 싱크로율은 100% 맞춰서 그녀의 감정선을 정확히 짚어내주고 있고, 테일러 스위프트도 나이에 맞는 딱 그만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노래가 형편없었다면 재미없는 디즈니 영화처럼 그저 그랬을텐데, 테일러 스위프트는 꽤나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고백해나가죠. 이건 마치 이 소녀가 직접 이 일을 겪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뿐더러, 저도 덩달아 테일러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더군요. 이 곡이 미친듯한 롱런을 기록한 것도 처음 들을땐 뭔가.. 싶은데 듣다보면 어느순간부턴가 확 다가오는 그런게 있는 것 같아요.


 이 곡의 성공 이후로 그녀는 최고의 성공작인 두번째 앨범을 내놓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곡은 단연 이곡이죠.


 

 

 제가 이 소녀의 팬질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곡이자, "Love Story"와 함께 그녀의 대표곡이 되어버린 You Belong With Me 입니다. 이 곡에서 그녀는 조금 더 자랐죠. 저번 곡이 로우틴의 느낌이었다면, 이 곡에서의 그녀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소녀입니다. 곡 자체는 뻔한 클리셰입니다. 치어리더 여자친구보다는, 비록 볼품없지만 자신이 더 잘 맞는 상대다! 라는 식의 곡이죠.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꼭 보세요. 마치 재미있는 틴에이지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꺼에요. 같은 스토리 텔링형 뮤직비디오라도, 노래를 정확히 이해하고 노래의 감정선을 정확히 따라가서 윈윈하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정말 최고입니다. 뻔하긴 하지만, 이렇게 뻔한걸 잘해낸 틴에이지 스타가 별로 없었죠.


 그리고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잘알려진 테일러 곡인 Love Story가 있습니다. 이 곡 역시 소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요. 




이 곡에 대해서 테일러는 이런 말을 했답니다. 그렇게 모두가 좋아할만한 사람이 아닌 사람과 사귈 때 쓴 곡인데, 모두가 반대했지만, 이것이 내가 원하는 해피엔딩이었다고.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건, 무슨 말을 하건, 신경쓰지 않는 그런 사람을 원했었다고. 그걸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로 풀어냈다고 하는데, 아마 그녀의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건 이런 솔직함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의 또래가 겪을 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거랑, 남이 써준 곡을 부르는 것과는 많이 다르죠. 비록 소녀의 공상에 가까운 곡이지만, 그녀의 노래들이 유치하게 들리지 않는 건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뻔한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요.


 어쨌거나 이 두곡이 포함된 앨범은 정말 대박을 거두고, 거기다가 그녀에게 첫번째 그래미까지 주어주죠. 그것도 "Album of the Year" 라는.. 최고격인 상을 말이죠. 뭐 이것에 대해선 많은 이견이 있겠으나.. 어쨌거나 그녀가 음악적으로도 꽤나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첫번째 앨범의 성공과, 그 공식을 더욱 확장시켜 대중성과 음악성까지 모두 가져간 두번째 앨범.. 뭐 같은 게 두번까지는 먹힐 수 있겠지만, 세번째 부터는 조금 다르죠. 거기다가 이제까지 그녀의 성공이 그녀의 "소녀다움"에 기대고 있던게 컸기 때문인데, 이제 89년생, 성인이 된지도 어느정도 지난 지금 시점까지 같은 걸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래미까지 받았다면, 안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더 높습니다. 그녀 자신의 음악성을 증명해보이기 위해서 무리해 버릴 가능성이 많은거죠. 


 으아. 그런데 세번째 앨범의 리드 싱글 "Mine"이 공개되는 순간 이런 불안감은 그냥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녀의 선택인지, 아니면 그녀의 매니지 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의 선택인지는 몰라도 정말 영리한 것 같아요. 이 소녀는 최소한 에이브릴 라빈이나 힐러리 더프와 같은 전철은 밟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하게 됐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장점은 거의 버리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자신의 나이에 맞는 이야기를 노래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성숙함을 같이 가져갑니다.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애들이 성인식 한다고 Can't be Tamed 와 같은 말도 안되는 곡을 선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아마도 전작의 고등학생을 거쳐 이번에는 대학생 즈음이 설정인가 봅니다. 전작들이 마냥 소녀적인 감성으로 로망에 가까운 사랑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보다 진지해졌어요. 현실적이 된거죠. 


 고향을 버리고 멀리 가버린 옛 남자친구를 비행기 타고 만나러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영원하지 않을꺼라면, 사랑을 왜 하는거야? 라고 묻는 이 소녀는 아마도 어릴때 부모님 떄문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결혼하면서 절대로 부모님과 똑같은 실수는 하지 말자고 다짐하죠. 나이도 어리고, 돈도 없고,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지만, 그래도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죠. 이 뮤직비디오/노래의 백미는 절정부분입니다. 결국 이 둘은 자신의 부모님들이 했던 것과 똑같이 다투게 되고, 소녀는 자신의 부모님이 그랬듯 이별을 준비합니다. 이제까지 그녀를 배신한 모든 사람들이 그래왔던 것 처럼요. 그런데 남자가 결국엔 이 소녀를 붙잡죠. 절대로 혼자두지 않겠다고. 


 역시 가사와 뮤직비디오와의 싱크로율은 무시무시할정도고, 뮤직비디오가 너무 잘 나와서 몇번이고 돌려봤습니다. 전작들이 마냥 순수하고 풋풋하기만 했다면 이번엔 좀 다릅니다. 서로의 아픔까지 끌어안아줄 수 있는 보다 성숙한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고, 태도는 더욱 진지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전작을 좋아했던 팬들까지 만족시킬만한 곡을 만들어냈어요. 여전히 이 곡에는 사랑의 설레임이 잘 살아있으니까요.



 저는 이 소녀의 미래가 진짜로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그 나이에 걸맞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노래해 나가면 좋겠어요. 첫번째 앨범은 로우틴, 두번째 앨범은 고등학생, 세번째 앨범은 대학생.. 뭐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인생과 그때 그때 느끼는 감정들을 음악으로 계속해서 남겨나간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부러워요. 아마도 그녀의 앨범들은 그녀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근사한 계기가 될 수 있겠죠. 세번째 앨범 발매가 얼마 안남았습니다. 다들 복습하시면서 세번째 앨범 나오면 한번씩은 꼭 들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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