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작가들은 소녀에게 총을 들릴까? (총을 든 반장)


전쟁 상황은 인간 관계를 단순하게 만들고 그 사이 교류하는 감정을 큼지막히 키웁니다. 하일권은 청소년기(특히 고등학생)의 감정에 대해 탁월하게 그려내는데 왜 이번에 전쟁을 일부러 집어 넣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딱히 전쟁의 가차 없음을 가져올 필요도 없이 감정 묘사는 이 작가의 특기인 영역이죠.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군 생활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자신의 전문 영역으로 전쟁을 가져온 것일지도 모르죠. 군필자에게 이 만화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거를 상기시켜줄 겁니다. 그래도 만화 주인공들보다는 나은게, 저의 경우 준 전시상황에서 목숨 걸고 군생활을 하진 않았으니까요.


군필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상황들이 펼쳐지지만 준 전시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실수가 큰 결과로 이어지고, 그것은 흔히 보기 힘든 정신적 외상과 강한 감정 표출으로 이어집니다. 하일권은 이런 상황에서도 풋풋한 첫사랑의 시작을 놓치지 않고 집어 넣는데, 소재와의 균형이 아슬아슬해요. 저는 뒤죽박죽인 소재에 대해서 불평불만이 없는 편이나, 섬세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쌩뚱 맞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종말에 도달하는 학교를 그린 만화가 하나 더 있었는데, 이름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검색해보니 <지상 최악의 소년>네요. 메타픽션이 너무 강한데다 세카이계스러워서 거의 모든 서사가 짓뭉게져 무엇을 위해 봤는지 모를 만화였죠. 방과후 전쟁활동은 그 서사에 대한 아쉬움을 덜어내주는데 비현실적인 소재를 사용함에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나갑니다.


저는 잔혹동화 계열을 격하게 아끼기 때문에 한국을 배경으로 한 종말-고등학교물이 그에 걸맞는 작가가 그려내는 걸 보는건 정말 즐겁군요. 군대 서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과 한국이기에 가능한 소재들이 뒤섞여서 온갖 하모니를 이뤄내는데 이런 뒤엉킴에서 새어나오는 갈등이 괴로우면서도 지켜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적이라는건 사실 이런걸 말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가산점 때문에 군 생활을 해야하다니 끔찍하지 않나요?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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