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대 선물

2022.01.31 13:23

어디로갈까 조회 수:730

남동생1이 TV를 사서 보냈네요. 이게 ‘낡은 매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해서 아예 집에 들이지 않고 사는 걸 알면서 무슨 만행인가요.  헛참. 이 작은 집이 감당 못하게 크기도 엄청납니다. 헛헛참.
오늘날 TV를 통해 접하는 퍼포먼스와 그를 통한 감각이 진정으로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느끼는 저 같은 사람은  TV가 전하는 존재론적 ‘본질’의 직접성과 확실성에서 벗어나 있다고 감각하는 것인데. 웬 강요를. 헛헛헛참.

동시에 피카소의 <삶 La vie>이라는 그림을 고화질로 프린트해서  붙여 보냈네요. 그의 '청색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죠. 이 그림 전까지는 피카소의 그림이 주목받지 못해서 힘든 삶을 살았다던가요. 이 그림은  누드화에 대한 피카소의 관심이 들어나 있습니다.
https://www.amazon.com/Artist-Picasso-Poster-Painting-CANVAS/dp/B081ZR8N4B

이 그림은 종교화의 느낌이 두드러지지만 은근히 불경스럽다는 느낌도 듭니다. 저 남자의 손가락 모앙을 보면 특히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이 남자에게는 아내가 있고 더군다나 아이까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저 손가락 모양으로 현재를 거부하죠. 두 여자 중에서 벌거벗은 여자는 그에게 가까운 반면,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은 그야말로 분노에 가득차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성만이 유일하게 이 그림에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마치 수녀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의무의 세계를 연상시키며 가정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명시하는 것 같달까요. 어쨌거나 피카소는 이 그림에서 의무의 세계를 거부하고 자기의 세계로 들어서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자기를 그리스도로 내세우는 듯하달까요. 물론 이 그리스도는 아주 불경스럽습니다. 

벌거벗은 이 남자는 자신의 새 여자를 지키려고 자신의 옛 여자이자 아이의 어머니를 거부하고 있다는 느낌적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20세기부터 현대판 그리스도의 모습을 저런 식으로 그려내는 예술가들이 많아졌진 것 같아요. . 이 불경스러운 장면 설정을 통해 피카소는 나르시시즘적인 예술가의 자기 이해를 그려낸 거고요.  

피카소는 의무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 예술가 특유의 정서를 펼쳐보이는 작업을 한 것 같아요.  없다. 그는 자신을 예수로 상상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사적 사명, 곧 자기의 삶을 희생하여야 한다는 운명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말이죠. 이 그림에서 그림 속의 그림인 두 편의 누드화와 액자에 해당하는 누드화의 형상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은 전혀 종교적이지 않기 때문에 해보는 생각입니다.

(아우들아 이젠 그만하자~ 누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줘.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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