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31 03:00
- 시즌 3까지 나와 있고 올해나 내년 중으로 4도 나올 예정이며 제작자들은 시즌 6까지 내놓을 거라고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는 소문입니다만. 어쨌든 저는 일단 첫 시즌만 봤구요. 에피소드 열 개에 편당 55분~60분 정도인데 마지막 에피소드만 90분입니다. '와 마지막이다!' 하고 좋아하다가 런닝타임 보고 기겁을 했네요. ㅋㅋㅋ 암튼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에브리 히어로 해즈 어 코드' 라니. 역시 우리의 미래는 코딩 교육에!!)
- 원작의 기본 설정을 갖다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치는 드라마... 이기 때문에 도입부 설명은 별 필요가 없긴 합니다만. 어쨌든 원작과 마찬가지로 '델로스'라는 기업이 운영하는 로봇 가득 서부시대 테마 파크가 배경입니다. 도대체 위치가 어디인지 모를 곳에 거대한 서부시대 배경을 갖춰 놓고 거기에 수많은 인공지능 로봇들을 역할, 캐릭터 줘서 풀어 놓고 자기들이 진짜 그 시대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살게 만들어 놓은 거죠. 다만 로봇이 인간을 무의식중에 식별하게 해서 저얼대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해놓은 후 1박 2일에 4만 달러라는 엄청난 요금을 달아서 손님들을 받아요.
그리고... 이게 요약 설명이 어려운 게, 주인공들이 되게 많습니다. 이 곳의 설립자이자 로봇 기술 마스터인 안소니 홉킨스도 주인공이겠구요. 갖은 사건 사고들을 겪으며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시골 농장집 딸 로봇 에반 레이첼 우드, 술집 마담 로봇 탠디 뉴튼, 의뭉스럽고 독단적인 안소니 홉킨스 밑에서 개고생하며 로봇들에게 정을 주는 기술자 제프리 라이트, 그리고 이름 한 번 안 불리고 검은 옷을 입고 헤매며 로봇들 도살하는 에드 해리스까지... 이렇게 최소한 다섯명이 주인공급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캐스팅이 아무리 화려하고 묵직해도 일단 주인공은 접니다?)
- 원작과는 똑같은 설정, 배경에도 불구하고 주제 의식 면에서나 이야기 디테일 면에서나 별로 비슷하지 않습니다. 원작은 결국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과학 기술 때문에 벌어지는 참극... 이라는 소재를 풀어 나가는 호러에 가까운 액션 스릴러 영화였잖아요. 이 드라마판은 그런 쪽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인간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외모와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만들어진다면' 이라는 고대 떡밥을 꽉 물고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소재를 팔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빡세게 파내는 이야기에요.
아마도 그래서 주연급 캐릭터가 그렇게 많이 필요했던 거겠죠. 진실을 알고서 복수를 꿈꾸는 로봇과 걍 자기 인생 찾으려는 로봇. 그들을 도구 취급하며 통제하려는 과학자와 남몰래 연민을 보내며 각성을 부추기는 과학자. (나중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다 뒤집히긴 합니다만 일단 표면상으론. ㅋㅋ) 그리고 이런 소재들이 널렸으니 당연히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비유 같은 것도 바탕에 깔리겠구요. 이게 또 로봇들 입장에서 보면 '매트릭스' 1편의 인간들이랑 다를 게 없는 상황인지라 진짜란 무엇이고 가짜란 무엇인가. 내가 진짜라고 느끼고 진짜라고 믿는 게 중요하냐 아니냐 등등 호접몽스런 떡밥들도 계속 나오구요. 계속 가다 보면 '공각기동대'스럽게 '기억'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게 나오고. 막판에는 좀 '블레이드 런너'스런 부분도 좀 있구요.
결국엔 뭐 그렇게 '인공지능' 소재 SF의 거대 종합 선물 셋트 같은 이야기가 됩니다. 하하.
솔직히 뭐 그렇게 막 신선하거나 새롭단 느낌이 드는 떡밥은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애초에 그 바닥에서 완전히 새로운 떡밥 캐낼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세계관 하나 빌려다 세워 놓고 오만가지 떡밥들 투입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짜낸 것만 해도 대단하다 싶었네요. 게다가 그 떡밥들을 다들 상당히 진지하게, 설득력있게 다루거든요.
(하얀 국물(?) 속에서 저 뼈대 건져내는 장면은 '공각기동대'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
- 그래서 뭐 떡밥들이야 그렇다 치고. 어쨌거나 이 드라마가 성공한 드라마가 되고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근본적으로 그 떡밥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재밌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겠죠. 떡밥만 늘어놓느라 정작 이야기가 재미 없는 작품이 그렇게 인기를 끌었을 리가요.
일단 등장 인물들 캐릭터가 다 좋아요. 한 명 한 명이 다 선명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갖고서 강렬한 드라마를 이끌어 나갑니다. 심지어 거의 한 명도 빠짐 없이 그 이야기들이 상당히 절절하기까지 해요. 역할 자체가 간지나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반역자 술집 마담은 말할 것도 없고 안타깝고 처연하기 그지 없는 러브 스토리를 맡은 농장 처녀도 좋구요. 거의 저승사자급의 무자비함을 내내 뽐내는 검은 옷 남자도 매력적이고. 심지어 이런 이야기에선 대체로 좀 클리셰가 되기 쉬운 과학자 캐릭터조차도 뻔할 것처럼 시작했지만 결국 전혀 뻔하지 않은 캐릭터로 미스테리와 매력을 뽐냅니다. 그리고 드라마가 이런 주요 캐릭터들에게 골고루 분량과 역할을 배분하며 누구 하나 하찮아지는 애 없이 이야기를 잘 끌어 나가더라구요. 되게 잘 쓴 각본이구나... 라고 감탄하며 봤구요.
(원작 율 브린너의 캐릭터를 슬쩍 계승한 요 캐릭터 묘사가 재밌었어요. 극중 무적 튼튼 율 브린너 로봇 역할을 인간이 맡는다는 게 나름 참신한 캐릭터 해석 같았던)
- 당연히 배우들이 참 좋습니다. 도입부에다 적어 놓은 그 쟁쟁한 이름들에다가 아깝게 주인공급에선 탈락했지만 꽤 큰 비중의 정의파 카우보이 로봇으로 제임스 마스던도 나오구요. 농장 처녀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선량한 청춘 역할의 지미 심슨도 참 좋은 연기 보여주고요. 그 외에도 뭐 이젠 마블 영화 캐릭터가 트레이드 마크가 된 테사 톰슨도 나오고 토르 햄스워스의 형 햄스워스도 나오더군요. 사실 모르는 배우였는데 얼굴 볼 때마다 누구 닮았는데... 싶어서 검색해보니. ㅋㅋ
앞서 말했듯이 가장 이입하게 좋은 역할을 맡아 절절하게 잘 소화해주는 탠디 뉴튼도 참 좋았고 사실상 주인공 캐릭터를 맡은 에반 레이첼 우드의 연기도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즌의 진짜 스타이자 끝판왕은 앤소니 홉킨스옹이라고 느꼈어요.
뭐랄까, 그냥 이 분이 짠! 하고 화면에 나와서 대사를 치기 시작하면 갑자기 드라마의 급(?)이 한 급수 올라가는 기분이 막 듭니다. 화면 장악력이란 게 이런 건가 싶구요. 게다가 캐릭터가 정말 강력해요. 제가 바로 얼마 전에 '양들의 침묵'을 봤지만 한니발 렉터보다 오히려 이 드라마의 포드 박사 캐릭터가 훨 간지 폭발이었다는 느낌.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를 지배한다'는 유치한 표현을 막 쓰고 싶을 정도였네요.
(그냥 좋은 캐릭터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강력하고 좋은 캐릭터를 레전드급 명배우님에게 맡긴 결과가 매우 흐뭇.)
- 그리고 배경의 성격상 서부극 총질 액션이 자주 나오는데, 그 액션의 질도 좋습니다. 가끔 이런 드라마들 보면 '난 진지한 드라마니까 액션은 그냥 끼얹어만 드릴 게' 이런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드라만 액션도 꽤 괜찮았구요.
또 기본적으로 때깔이 참 좋았습니다. cg도 좋고 서부극 배경을 재현하는 셋트나 의상, 스타일링들도 다 고퀄이었고 자연 풍광도 좋고 미장센도 좋고 참 흠 잡을 데가 없더군요.
덧붙여서 이게 원작을 본받은 것인지 종종 호러 분위기가 나거든요. 진짜 공포 영화처럼 깜짝 놀래키고 그런 건 없어도 기괴하고 불쾌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런 분위기도 꽤 그럴싸해서 더 즐거웠습니다. 특히 이 테마 파크를 유지 관리하는 본부가 나오는 장면들이 그렇게 괴상한 느낌이 강한데, 본격 호러 느낌까진 아니었지만 역시 허술하지 않더라구요.
아. 음악 얘길 빼먹을 뻔 했네요. ㅋㅋ 배경이 미래라서 그런지 20세기 락음악들을 서부시대 악기들로 편곡해서 들려주는 장면들이 많아요. 일단 제가 아는 곡들이 계속 그렇게 편곡으로 등장하니 재밌어서 좋았네요. 특히 마지막 화에서 'Exit Music'이 나올 땐 참. ㅋㅋ 장면과도 절묘하게 잘 어울렸구요.
(이게 로봇인지 기생수인지...)
- 너무 칭찬만 하고 있는데... 흠. 굳이 지적질을 하자고 맘 먹으면 좀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았어요.
예를 들어 막판의 중요한 대반전 중 하나는 솔직히 좀 반칙 아니었나 싶었구요.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자세히 말은 못 하겠고, 서술 트릭 비슷한 걸 슬며시 섞어 놓았는데 그 자체가 오류는 아닌데 좀 비겁하단 느낌? ㅋㅋ
막판에 반란을 계획하는 캐릭터의 경우에도 그 계획을 위해 인간들 본부 관리가 너무 격하게 허술해진 감이 있었고. 조력자는 대체 나중에 어떻게 수습... 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러는지도 이해가 안 갔네요.
그리고 대체로 하드 SF인 척 하면서 은근슬쩍 신비주의가 섞이는 부분도 엄밀히 따지면 옥의 티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어쨌거나 로봇인데 다 지우고 리셋한 기억이 자꾸만 살아나면 어쩔(...)
하지만 대부분 실제로 보는 중에는 딱히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구요.
(그래도 앤서니 홉킨스 바로 다음 정도로 좋은 캐릭터, 좋은 연기 보여주신 탠디 뉴튼님. Mi2 생각이 나서 짤 찾아보니 거의 아가셨네요...)
- 적다 보니 그냥 다 좋았다, 훌륭했다, 이런 얘기만 쓸 데 없이 길게 적고 있어서 이만 마무리를 시도해보겠습니다.
때깔 좋고 듣기 좋고 배우들 질도 좋고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이야기도 재밌으며 떡밥들도 풍성하고 알차니 이야기할 거리도 많은 드라맙니다.
그냥 간단히 말해서 아주 잘 만든 인공지능 소재 SF물이고 또 동시에 몰입되는 이야기들을 잔뜩 품은 드라마이기도 하구요.
뭣보다 결말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다음 시즌 따위 없는 거다 레드썬! 해도 될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깔끔하게 끝을 맺어요. 벌써 수십번은 한 얘기지만 전 이게 시청자들을 위한 아주 훌륭한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클리프행어 하지 말라고 작가님들아. ㅠㅜ
그래서... SF 좋아하는 분들은 다 보시고. SF 안 좋아해도 그냥 재밌는 드라마 보고픈 웨이브 이용자분들께 상당히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지금껏 본 웨이브의 HBO 드라마들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네요. '왓치맨'도 만만찮게 잘 만든 드라마지만 그 강력한 메시지 때문에 이야기가 좀 눌린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건 그런 느낌도 없고 아주 깔끔하게 '재밌는 드라마'였어요.
(거의 유일한 선량 + 미남 기믹을 담당하신 제임스 마스던님. 하지만 제겐 언제나 앨리 맥빌의 그 재미 없는 변호사... ㅋㅋ)
+ 어제 '룸104' 글 적고 timeinabottle님의 댓글로 미리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거기 한 에피소드에 주인공으로 나온 한국계 배우님이 여기도 나오시더라구요.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커서 내내 흐뭇한 기분으로(?) 봤습니다. ㅋㅋ
++ 작품 설정상 로봇 캐릭터들을 맡은 배우들의 누드가 엄청 자주 나옵니다. 첨엔 좀 민망(?)하다가 나중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게 되더군요. 에로틱한 상황도 아니고 드라마도 시종일관 건조하고 무덤덤하게 '그냥' 보여주니까 보는 사람도 그렇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HBO는 고추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제 편견이 한층 더 강화됐습...
+++ 1박 2일에 4만달러라는 요금이 참 황당했습니다만. 극중에서 돌아가는 그 테마 파크 상태를 보면 그 요금으로도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케일이 너무 커요. 게다가 매일 총 맞고 칼에 찔리고 여기저기 터지고 망가진 로봇들 고쳐대고 교체해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 극중 '웨스트월드'는 배경이 서부시대인데도 흑인들이 전혀 차별받지 않으며 동등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유토피아(?) 세상이기도 합니다. ㅋㅋ 21세기 드라마이니 그렇겠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게 당연하기도 하죠. 미래의 테마 파크인데 거기에다가 당시 인종 차별까지 재현했다간 큰 일 날 거잖아요. 흑인이 당당하게 활약하는 서부극들 중에 가장 강력한 내적 근거를 갖춘 경우가 아닌가 싶었...
...근데 왜 동양인들은 여전히 무시무시 공포의 학살 '인디언'들인 건데. ㅋㅋㅋ
(사실 글 적으며 이 분 이름을 자꾸만 제프리 '러시'라고 적었다가 싹 다 고쳤습니다. 본의 아니게 화이트 워싱...;)
+++++ 근데 정말 이만큼 재밌게 봤는데도 이렇게 다음 시즌이 하나도 안 보고 싶은 건 또 첨이네요. 결말이 워낙 깔끔하고 좋아요. 이 뒤에 무슨 얘기가 나오든 사족이 되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암튼 맘 편하게 다른 드라마로 갈아탈 생각입니다. 어차피 지금 웨이브에 있는 시즌 3까지 다 봐도 완결 아니라니까... =ㅅ=
2022.01.31 04:41
2022.01.31 14:08
사실 연휴는 제 잉여 생활에 이롭지 않습니다. 어차피 방학 중이라 이 집 저 집 찾아뵈어야 하는 명절 연휴는... ㅋㅋㅋ
처음엔 음악들 정체를 눈치를 못 채고 그냥 보다가 '어라? 이거 정체가...' 하고 깨달은 후론 음악 나올 때마다 집중해서 듣게 되더라구요. 페인트 잇 블랙도 좋았고 하우스 오브 라이징선도 곡 잘 썼구요. 라디오헤드가 혼자서 세 곡을 차지하는 걸 보고 놀란도 이 양반들 음악 듣던 세대인가... 했네요.
브레이킹 배드는 뭐... 넷플릭스에서 안 사라지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ㅋㅋ 언젠간 볼 드라마이긴 한데 에피소드가 너무 많읍니다. ㅠㅜ
2022.01.31 20:57
브레이킹 배드뿐만 아니라 베터 콜 사울까지 이어서 보셔야 됩니다 ㅋㅋㅋ
2022.02.01 02:23
아아니 그럼 과제가 너무... ㅋㅋㅋ 그거 다 보면 거의 '로스트' 정주행급일 것 같은데요. 그것도 너무 길어서 포기했거든요.
2022.01.31 05:00
제가 그랬죵?! 시즌1만으로 완벽하다고 ㅎㅎ 말씀처럼 그 반란 캐릭터의 탈출은 꽤나 허술해서 아, 그거 좀 너무했지(디테일은 안 떠오르지만) 하고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큰 흠은 아니지만요. 각본이 정말 대단하죠. 같은 말 반복이지만, 불자인 제 입장에서는 불교 철학을 이렇게 장르에 녹여낸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한국서는 인기가 별로 없는 듯 ㅠ 인공지능-로봇 소재로 테마가 나름 새롭고 좋다고 느낀 건 웨스트월드와 엑스마키나입니다. 엑스마키나에 대한 듀나님 리뷰를 인용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기존 재료를 충실하게 사용하며 "이 공식으로 여기까지 오는 것도 가능했네?"라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 웨스트 월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엑스마키나는 영화는 아주 좋은데 제 기준 재미는 좀 없었지만요. 차라리 연극이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근데 겁나 빨리 달리셨네요. 이 속도면 퍼오인도 보실 수 있어요! 홧팅요!!
2022.01.31 14:14
네 정말 이렇게 뒤가 안 궁금해질 정도로 첫 시즌을 깔끔하게 끝내는 드라마는 흔치 않은데요. ㅋㅋ
반란 캐릭터 탈출 계획이나 수행 과정은 정말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허술하고 쉬워서 '무슨 반전이 있나?'라는 생각까지 하고 봤어요. 다 보고 나면 대충 핑계를 생각해줄 수 있긴 한데, 그래도 앞뒤는 안 맞더라구요. 근데 생각해보면 놀란네 영화들이 늘 이렇게 허술한 구석들이 있었던 것 같아서, 그리고 어쨌거나 재밌으니까! 그냥 이해했습니다. 하하;
한국은 아무래도 각잡고 진지하게 SF로 가는 영화들은 별로 인기가 없죠. 놀란제 SF들 몇 편(천만 관객 인터스텔라!) 정도가 예외였지 거의 대부분의 심각 SF는 다 매니아 선호 작품행이더라구요. SF보단 환타지, 환타지보단 현실 세계 선호가 한국 관객 성향인 듯.
근데 이 속도는 어제부로 끝입니다. 이제 오늘 저녁부턴 명절 모드라... ㅋㅋ 그러고보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도 놀란 작품이죠? 까지 적고 검색해보니 제작, 각본, 음악까지 웨스트월드 제작진이네요 그냥. 음... 에피소드 너무 많은데. ㅠㅜ
2022.01.31 16:56
퍼오인 재밌습니다. 메인 커플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타라지헨슨, 에이미 애커, 새라 샤히 등등 멋지 여캐도 많이 나오고요. (알고보니 반쯤미친 큐아논 총기광 호모포빅 여성혐오 레이시스트였던) 전직 예수님의 고전미 넘치는 액션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요. 와치독스가 떠오르는 소재나 플롯도 꽤나 복잡한편인데 그때그때 떡밥회수를 착실하게 하는 편이라 좋았던것 같아요.
2022.02.01 02:24
그걸 볼까 '더 와이어'를 볼까 고민하다가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직 왓챠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미련 없이 '더 와이어' 정주행 중입니다. 이쪽도 상당히 재밌네요. 전설의 명드라마(?)라는 것까진 아직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탄탄하게 잘 만든 느낌.
2022.02.01 10:40
더 와이어는 시즌 단위로 조금씩 색이 다르기도 하고 또 시즌 단위로 이후의 영화 tv등 매채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죠. 전 그렇게 호흡이 긴 드라마를 거의 안보던 시절이라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어요. 대여섯개 에피소드 보기까지 이게 뭔 얘긴지 왜 에피소드 마다 범인을 잡지 않는지 의아해하면서 봤던 기억이나요.ㅋㅋ 벌써 20년전이네요.
2022.02.01 14:42
2022.01.31 09:35
2022.01.31 14:15
박소담도 좋아하고 깔끔한 프로페셔널 범죄자 영화도 좋아해서 '특송'은 꼭 볼 영화인데 제가 직업 특성상 코로나가 무서워서 극장엘 못갑니다. ㅋㅋㅋ 그래도 스필버그옹 때문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보러 갈 겁니다만...;
탠디 뉴튼은 제가 저엉말로 오랜만에 연기하는 걸 봤거든요. 멋지게 잘 나이 먹으신 것 같아서 반갑고 좋았습니다.
2022.01.31 17:28
2022.02.01 02:26
박소담에겐 아직 창창한 미래가 있지만 스필버그옹은 이제 슬슬 '은퇴하시기 전까지 최대한 극장서 챙겨봐야해!!' 모드라서요. ㅠㅜ
그리고 장르가 뮤지컬이기도 하니까요. 집에서 보면 많이 허전할 것 같더라구요. 하하.
2022.01.31 10:36
2022.01.31 14:20
맨 인 블랙씨는 사실 보면서 좀 웃겼던 게, 이게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치트 쓰고 무적캐 되어서 npc들 도륙하는 게이머 같은 거잖아요. 어차피 자기는 안 죽는다는 걸 즐기면서... ㅋㅋ 그거랑 별개로 에드 해리스가 진짜 간지 쩔게 잘 표현해줘서 좋았습니다. 에드 해리스가 이렇게 폼나는 역할 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참 오랜만이라 더 좋았구요.
반란 캐릭터는 마지막의 반전(?) 때문에 오히려 좀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딱 신과 인간의 관계... 음... 스포일러 위험이 커서 여기까지만.
놀란 형제는 뭐랄까. 서양식 오타쿠의 완성형 같은 느낌이에요. 그쪽 양반들이 이것저것 깊에 막 파고들다 보면 결국 종착역이 종교인 경우가 많던데. 이러다 나이 한참 더 먹고 나면 진지한 종교 영화 찍으시겠다는 것 아닌지... ㅋㅋ
2022.01.31 14:51
저는 3시즌까지 다 보기는 했지만 역시 1시즌이 제일 인상깊었던 것 같아요. 여러가지 sf화두들을 쥬라기공원 타입의 마이클 크라이튼 월드에 잘 짜깁기해서 넣었지요. 다른 시즌은 조금 사족느낌도 있고 주제의식도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1시즌만은 못했던것 같습니다. 1시즌 볼 당시에 줄리언제인스의 의식의 기원을 읽고 있었는데 핵심 기제가 비슷하더라고요. 물론 드라마는 인간이 아니라 인조인간의 의식이긴 합니다만 "양원적 정신"에서 "주관적 정신"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너무 선명해서 분명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급하신 배우들 전부 멋지게 잘했지요. 저는 여기서 제프리 라이트를 처음으로 인상깊게 보았어요. 여기저기서 괜찮은 "연기파"로 나왔지만 이 시리즈에서 진가를 보여준 것 같더라고요. 새 고담시의 제임스고든 역도 기대중입니다. 에번 레이철우드는 트루블러드에서 잠깐 봤었을 때는 그냥 좀 조숙한 얼굴의 배우다정도 느낌이었다가 웨스트월드에서 홀딱 반했어요. 이 분이 카질리어네어의 그 그분이라니 참 볼때마다 신기하고요. 탠디뉴튼이나 제임스마스던같은 배우들도 잠재력을 발산한 좋은 시리즈였다고생각해요. 우리 관대하님이나 밴 반스 섀넌 우드워드 같은 배우들도 곳곳에서 다 잘해주셨고요.
2022.01.31 15:59
관대하님이? 하고 찾아보니 도적 두목 헥터가 관대하님이었군요. 충격 받았습니다. ㅋㅋㅋㅋ 섀넌 우드워드는 뚱~ 한 듯한 캐릭터가 잘 어울리고 재밌어서 좋았는데 스토리상 비중이 크지 않아서 좀 아쉬웠구요. 에반 레이첼우드는 다 보고 나서 출연작 검색해보고서야 '카질리네어' 주인공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게 배우 안면 인식 장애가 있는 건지 역할 따라 이미지가 워낙 달랐던 건지... 하하.
그러고보면 '웨스트월드'가 진짜 흥행 대비 후대에 미친 영향력이 크네요. '주라기 공원'이야 같은 양반이 만든 거니 그러려니 해도 '터미네이터'의 이미지 역시 이 영화의 율 브린너가 원조였다고들 하니까요. 국내 vod 서비스에는 바보 같은 후속편(...)만 올라 있는 게 참 아쉽습니다. 원작도 다시 보고 싶어요.
호기심에 시즌 2랑 3의 전개에 대해 대략적으로 찾아봤는데, 역시 좀 사족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재미는 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접어두는 걸로. ㅋㅋ
2022.01.31 21:56
좀 다른 이야기인데, 요즘 에반 레이첼 우드 관련 뉴스들을 읽고 마음이 많이 어두웠어요.
보지 않았던 시리즈인데 보고 싶네요
2022.02.01 02:28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검색해보니 엄... 에반 레이첼 우드 말고도 피해자들이 더 많은 모양이군요. ㅠㅜ
호기심 생기셨다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꼭 SF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극중 인물들의 드라마들이 재미도 있고 생각해 볼만한 거리도 있고 그래서 좋았습니다.
2022.02.01 08:16
2022.02.01 15:24
스티븐 콜베어 연기도 꽤 잘하네요 ㅋㅋ 제프리라이트는 원래 영상에서 빼온건줄 알았어요. 역시 좋은 배우들이 코미디도 잘합니다.
2022.02.10 04:41
무척 재밌게 봤던 시즌이라 반가워서 댓 달아봅니다.
처음엔 집중이 좀 힘들어서 두회 연속으로 보기가 힘들었는데, 그 고비 넘기니 연달아 보게 되더라구요.
저도 음악이 진짜 좋았어요
Paint it, black 나올 땐 그냥 신이 나더라구요ㅋㅋㅋ
++ 전 처음에 지하철에서 보다가 옆사람 시선에 놀라서 다음부턴 안전하게 집에서만 봤습니다
+++++ 저도 그랬어요. 이렇게 재밌는데, 왜 다음 시즌이 하나도 안 궁금한 것인가!!! (저는 sf도 서부극도 다 좋아하는데 말이죠)
시즌 1만 신나게 달리고 안 보고 있습니다.
시즌 1도 본지 너무 오래라, 글 읽으면서 ‘맞아 맞아 그랬지’하고 추억(?)에 잠겼네요ㅎㅎㅎ
본문과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만, 브래이킹 배드는 언제 보시나요(볼거란 얘기 안했다)
그야말로 마약같은 드라마인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