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3 00:48
- 시즌 2는 2018년에 방영됐군요. 시즌 1과 분량과 구성은 같습니다. 50여분의 에피소드 열개구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만. 시즌 1 등장 인물들 중 생존자들에 대한 언급은 피할 수가 없겠네요.
(우리들의 까칠하고 가까이 하기 싫은 이웃 빌 호지스옹.)
- 시즌 1의 사건이 끝난지 1년쯤 후에서 시작됩니다. 나쁜 놈은 잡았고. 그렇다는 것은 빌 호지스의 숙원이 풀린 것이니 시원한 속으로 즐거운 여생을 누려야 하는데, 불행히도 조금 찜찜한 구석(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이 남은 관계로 그렇게 막 즐겁진 않아요. 하지만 믿음직한 옆집 아줌마 아이다도 있고, 빌과 함께 사립 탐정 사무소를 차린 홀리 기브니가 매일 만나고 함께 일하며 친딸처럼 챙겨주고요. 하버드로 떠났던 우리의 선량 그 자체 동네 청년 제롬도 방학을 맞아 돌아오네요. 이 정도면 시즌 1의 시작과 비교할 때 이미 비할 바 없이 행복해진 영감님입니다. 살인마에게 절을 해도 모자랄(...)
하지만 이야기를 이어가려니 당연히 문제가 생겨야겠죠. 우리 호지스 할배는 아직도 1편 살인마에 대해 풀지 못하고 남은 응어리가 있구요. 새로운 사건들이 벌어지구요. 결국 시즌 1의 생존자들 모두가 다시 위험에 빠지고,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고 연대해서 남은 숙제를 끝장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인복 터지시구요. 그냥 좋은 이웃도 아니고 완전 사기캐 셋이 주렁주렁... 가만 보면 수사 능력이 아니라 인복으로 악에 맞서 싸우는 일종의 초능력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 다 보고 나서 원작 소설과의 차이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어라. 이거 사실상 창작 수준이네요.
원작의 빌 호지스 3부작은 '미스터 메르세데스', '파인더스 키퍼스', '엔드 오브 왓치' 순으로 이어져 끝나게 되어 있는데. 요 시즌 2는 '엔드 오브 왓치'를 가져다가 개작해 놓은 물건입니다. 그리고 대략 줄거리 소개를 찾아 읽어보니 내용이 되게 많이 달라요. 혹시 시즌 3까지 못 만들까봐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이야기가 완결되는 이야기를 먼저 만들어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리고 지금 보니 시즌 3이 '파인더스 키퍼스'의 내용이던데. 그럼 올해 말에 나온다는 시즌 4는 완전 창작 스토리가 되는 것인가... 뭐 두고 보면 알겠죠. '아웃사이더' 같은 경우엔 드라마 시즌 2를 위해 스티븐 킹이 아예 작품을 하나 쓰는 중이라고 하던데 이 할배가 이젠 드라마에 재미를 붙였나? 라는 생각도 들구요.
뭐가 됐든 세상 떠나시기 전에 작품 하나라도 더 남겨주면 팬이야 감사할 따름이겠죠.
(이전 시즌의 생존자들은 그냥 다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첫 화에 퇴장해버리시는 분 빼곤 비중도 다 커져서 이 분도 막판에 큰 일 하십니다.)
- 시즌 1 이야기를 할 때 '걍 스티븐 킹 취향이 많이 묻어 호러 느낌도 나지만 결국엔 초자연현상 없는 수사물' 이라고 말했었는데. 시즌 2에선 그 성격이 달라집니다. 요 시즌에서 빌런님은 초능력을 쓰거든요. 그것도 상당히 희한한 능력을 씁니다. 전자 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이라니. 허허. 그래도 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수사물로 시작한 시리즈라 그런지 적당히 뭔가 핑계를 둘러대긴 하는데 그게 뭐 '인간의 뇌에 대해선 현대 의학도 거의 알지 못한다' 수준이라 결국엔 그냥 환타지/호러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좀 이 길로 가다가 저 길로 가다가 그래요. 환타지/호러로 시작해서 그냥 범죄물로 가다가 마지막엔 법정 드라마 분위기까지 풍기다 끝나거든요. ㅋㅋ 나름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산만하단 느낌까진 없는데, 또 그렇게 완벽하게 붙여져 있지도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에피소드는 보는 내내 '아니 저 빌런 초능력은 어디로 가 버린 건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이번 시즌은 분명히 호러! 라는 걸 보여주는 짤... 이긴한테 정작 이 양반은 시즌 2에서 가장 짠하신 분. ㅠㅜ)
- 개인적으론 시즌 1보다 오히려 재밌게 봤습니다.
왜냐면 제가 시즌 1에서 맘에 들어했던 부분들의 비중이 더 커졌거든요. 캐릭터들이요. 일단 주인공인빌 호지스부터 이전보다 한결 받아들이기 쉬운 캐릭터가 되었어요. 시즌 1의 일들로 나름 깨달음을 얻으시고 덜 짜증나는 인간이 되었죠. 뭐 그래도 종종 짜증은 나지만요. ㅋㅋ 그리고 홀리 기브니, 제롬, 옆집 아줌마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좀 더 큰 비중으로 더 중요하게 등장을 하구요.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등장한 호지스의 전처 캐릭터도 되게 괜찮았습니다. 배우님도 맘에 들어서 검색을 해보니 인생 대표작이... 어머나. '그래서 난 도끼 부인과 결혼했다'의 도끼 부인이셨네요. ㅋㅋㅋㅋㅋ
암튼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우리 호지스찡은 시작부터 끝까지 인복 대폭발이에요. 참 괴상하죠. 그렇게 사람들이 막 꼬일 성질머리가 아닌데요. 역시 스티븐 킹 할배의 주인공 캐릭터 감정 이입이 아니었나 의심도 가고(...) 그래도 어쨌거나 그 '주변 사람들'이 하나 같이 매력적이고 생사를 걱정하게 만드는 분들인 데다가 비중까지 커지니 참 좋았습니다. 다음 시즌도 변치 말길.
(왕년에 도끼부인이셨던 분. 마이크 마이어스는 어디다 버리고 이런 분과 결혼을...)
- 아... 그리고 중심 사건은요.
위에 이미 적었듯이 좀 애매합니다. 일단 빌런이 너무 짜증나고 좀... 지쳐요. 지겹다고 해야 하나. ㅋㅋ 하지만 '저 놈 좀 죽어 버렸으면!!!' 하는 느낌 하나는 매우 강력하기에 좋은 빌런인 걸로.
그리고 사건들 자체는 시즌 1보다 오히려 낫다고 느꼈습니다. 저번 글에도 적었듯이 시즌 1은 호지스와 빌런의 기싸움이 내용의 절반 이상이라고 느꼈는데, 시즌 2는 쉴 새 없이 사건들이 계속 벌어져서 지루할 틈이 별로 없구요. 대놓고 초능력을 등장시킨 김에 호러 분위기도 전편보다 좀 더 강화된 느낌이었구요.
또 막판의 그 난데 없는 법정물 전개가 의외로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ㅋㅋㅋ '그럴 리가 없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서얼마... 하고 사람 낚는 전개인데 그게 은근 잘 짜여졌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 시리즈 제작자인 데이빗 E 켈리가 법정물로 한 가닥 하셨던 양반이기도 했죠.
- 마지막으로 결말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정말 깔끔하게 다 끝나요. 찜찜하고 불쾌한 기분 남기는 것도 전혀 없구요.
이것도 지금까진 이 시리즈 미덕이네요. 시즌 1의 결말도 깔끔했는데, 거기서 굳이 이어간 시즌 2의 결말도 또 완결 분위기로 깔끔하구요. 이제 보기 시작할 시즌 3과 연말에 나올 시즌 4도 모두모두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전체적으로 시즌 1보다 오히려 재밌게 봤구요. 한 마디로 말해서 '이 시리즈를 안 보셔도 상관은 없는데 시즌 1을 보셨다면 2까지는 꼭 보세요' 정도 되겠습니다.
+ 근데 시즌 2도 시즌 1처럼 처음 두 개 에피소드 정도는 좀 느릿느릿합니다. 그래도 역시 시즌 1보단 나았어요. 시즌 1의 서두가 빌 호지스 원맨쇼 느낌이었다면 시즌 2의 서두는 이미 정든 조연 캐릭터들이 함께 분량을 끌고 나가주니까 느려도 좋더라구요.
++ '아웃사이더'를 먼저 본 후에 이걸 보니 좀 재밌었습니다. 거기서 홀리 기브니는 마치 초자연 현상이 되게 낯선 사람처럼 행동했는데 말이죠. 게다가 요 시리즈의 홀리 기브니는 넘나 귀염귀염 러블리한 것이어서 '아웃사이더'의 카리스마 홀리 기브니랑 이 분 중에 어느 쪽이 스티븐 킹 캐릭터에 가까운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보고 있는 시리즈 쪽이 더 원작에 가까울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글 적다 읽은 건데, '아웃사이더' 제작자들은 그냥 요 시리즈와 다른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서 '홀리 기브니'라는 이름을 바꿔달라고 킹 할배한테 요청했었다네요. 근데 킹 할배가 절대 싫다고 그 이름 그대로 쓰라고 우겼다고. 아끼는 캐릭터인가 봐요. ㅋㅋ
2022.01.23 06:06
2022.01.23 10:35
귀여움이 넘친다면 역시 요 드라마 버전 홀리가 원작 충실 버전이 맞겠어요. 드라마 '아웃사이더'의 홀리는 완전 무뚝뚝한 가운데 보다 보면 인간미가 살살 묻어나는 식으로 묘사되거든요. 뭐 그 홀리도 멋지지만 전 이 드라마 버전이 좀 더 좋네요. 너무 짐 호지스를 위한 캐릭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작가의 감정 이입! ㅋㅋㅋ
파인더스 키퍼스가 가장 재밌다고들 하시니 시즌 3도 얼른 봐야겠습니다!
2022.01.23 10:06
저도 드라마는 안 보고 책만 두 권 읽었는데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파인더스 키퍼스' 중 읽은지 몇 년 되었지만 '파인더스 키퍼스'가 이야기 짜임새 때문인지 더 재미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은퇴한 사람과 이제 막 출발하려는 사람들의 협업으로 이야기 세계를 구조하려는 느낌이었지요.
근데 책 보고 상상하던 호지스와는 느낌이 좀 다른데 이제 호지스, 하면 이 인물이 떠오르겠어요. (저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서 아버지로 나온 스펜서 트레이시 스타일을 상상.)
2022.01.23 10:38
스펜서 트레이시가 뉘시더라... 하고 찾아봤더니 확실히 브렌던 글리슨과는 이미지가 확 다르네요. ㅋㅋ 이렇게 또 원작 읽은 사람의 상상 세계를 파괴하는 몹쓸 드라마 세상입니다. 다들 '파인더스 키퍼스'가 제일 낫다고 하시니 시즌 3도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 브렌던 글리슨은 찾아보니 제가 아주 재밌게 봤던 '킬러들의 도시'에서 이미 접했던 분이더라구요. 거기서도 연기 되게 좋고 영화도 좋아요. 혹시 안 보셨다면!
2022.01.23 10:49
'킬러들의 도시' 저도 재미있었어요. 본지 오래 되었는데 다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벨기에 소도시, 방구석 관광 삼아서요.
저도 이 시리즈 3시즌만 볼까 싶네요.
2022.01.23 22:58
사람들에게 '관광 영화' 소리 듣는 작품들 중 크게 와닿는 게 없었는데, 이 영화의 배경은 이상하게 가 보고 싶더라구요. 물론 제 게으름과 경제 사정을 생각해보면 실현되지 않을 일이겠습니다만. ㅋㅋ
2022.01.23 17:15
새삼 할리우드의 유럽계 배우에 대한 차별도 무시 못 한다는 걸, 이렇게 연기 잘 한 브렌단 글리슨에 단 한 번의 후보도 주지 않은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물론 'In Bruges'로 조연상은 타셨었지만. 2번째 사진은 나름 스포일러네요ㅠ
2022.01.23 23:00
그게 또 커리어를 검색해보면 주인공 역할로 되게 화제가 되거나 큰 찬사를 받았던 영화에 나왔던 적은 별로 없고 그러시더라구요.
두 번째 사진이면 음... 시즌 1 생존자들에 대한 정보는 감출 수가 없다고 첫 문단에 말씀드려서. ㅠㅜ
2022.01.23 21:03
1시즌 소개글 보고 별생각없이 클릭했다가 홀딱 낚였어요 ㅎㅎ 배우들이 참 좋군요. 홀랜드 테일러는 어째 더 젊어보여요. 30살 넘게 차이나는 연하와 지내셔서 그러나...
+와 브렌단 글리슨 생각보다 젊군요! 홀랜드 테일러보다 12살 연하였어요. ㄷㄷ
2022.01.23 23:03
홀랜드 테일러 할매는 '더 체어'에서 본 것보다 훨 정정해 보이시는데, 사실 요 시리즈 첫시즌이 4년이나 먼저 나온 거라 당연하기도 합니다. ㅋㅋ 남자 친구(남편?)이 그렇게 젊은가요.
브랜든 글리슨은 말씀대로... 메리 루이즈 파커랑 9살 차이 밖에 안 나는 거 알고 당황했습니다. 하하.
2022.01.23 23:21
2022.01.24 00:24
나... 나닛? 하고 검색해보니 행복한 두 분의 사진들이 우루루 쏟아지는군요. 허허.
그리고 제가 바로 위에 달았던 댓글은 의문의 성차별 댓글행... ㅠㅜ 사죄하는 마음으로 두 분의 행복을 강력하게 빌어드리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