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사진] 철없는 엄마

2012.05.13 15:09

미선나무 조회 수:4719

아기와 집에 돌아와 생활한 지 1주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1주일이 마치 1달처럼 느껴지네요. 하루 걸러 밤새도록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칭얼거리거나

30분 간격으로 깨어나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밤잠이 듬성듬성 넋은 너덜너덜입니다.

 

 

 

 

 

 

 

 

낮에 잘 때는 천사 같은데 말입니다.

 

가끔은 어디다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제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은데, 저만 그런건가요?"

"제 아기는 저만 보면 배냇짓을 빙자한 웃음을 짓는 것 같은데, 저만 그런건가요?"

 

하지만...밤이 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아이가 1시간 이상 칭얼대며 울어대면

우는 아이 얼굴이 참 못생겨 보입니다;

어느 밤에는 못 참고 공갈젖꼭지를 물려보았습니다. 혹시 그칠까 하여.

 

 

 

분명히 배가 가득차도록 먹였는데도 계속해서 울길래,

뭔가 빨다가 마음놓고 잠들라고 물려 본 것인데 잠시 뒤 뱉어내고 웁니다.

어디서 사기질이냐는 듯이;;;

 

아기가 한밤에 울 때 초보 엄마가 가장 괴로운 부분 중 하나는

아기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고 원하고 있는데

제가 전혀 파악을 못 하고 있다는 거예요.

차라리 아이가 그냥 제풀에 악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기술적으로 아이를 달래거나

어떻게든 그치게 해볼텐데,

어설프게 입력된 육아 지식은 있어서, '아기가 우는 것=아기가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는 것,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

이라고 생각되는 저는

그걸 알아내어 들어주고 싶은데, 그것이 한 인간이 힘들어하는 다른 한 인간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알 수가 없으니

마음이 점점 불편해지더라고요.

밤잠 못 자 몸이 불편한 거야 말할 것 없고요;;

 

 

 

 

제 마음도 오락가락합니다.

혹시 그전에 제 글을 읽으셨다면 제가 처음부터 모성애 충만한 엄마는 절대 아니었으리란 걸 짐작하실 거예요.

나름 아기를 참 예뻐하고 본능적으로 사랑한다고 여겼는데, 제 마음의 반대쪽에서 저도 놀랄 만큼 무정하고 차가운 면이 스며나오기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내 아기 뒷처리를 해주다가 겨우 제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아기가 또다시 울어, 한참 맛있게 먹으려던 입으로 다시 아이에게 달려가다보면

아기가 귀찮고, 모른척하고 싶기도 합니다.

 

완모(모유수유로 수유를 시작하여 끝내는 것)가 좋다는 건 저도 알지만,

아무리 먹이고 먹여도 짜증을 내는(특히 밤에는 아기가 밑빠진 독처럼 먹고 또 먹습니다) 아기와 씨름하게 되는데다

출산이 끝나고 더 이상 금기 음식을 자제하기 어렵다 보니(밀가루 음식, 커피 등등)

자연스럽게 분유를 먹이는 횟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완모를 당연시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보기에 저 같은 엄마는 어떻게 보일까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 마음 속에서는 제가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이게 더 문제일까요.

 

 

 

 

 

곰돌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잠든 아기.

다른 엄마들만큼, 따뜻한 헌신으로 돌봐주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대신 스트레스도 억압감도 갖지 않고 편하게 아기를 대하려는 것만큼은

좋은 기운으로 작용하여 아기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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