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8 18:56
People, Places, Things, 2015
제임스 스트라우스 감독의 영화입니다. 위 포스터가 영화 속의 상황을 한 컷으로 표현해 줍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만남과 이별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양육과 바삐 택시로 이동하는 소란 속에서 인생을 중간 점검하고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런 내용의 영화 기시감 들고 무척 익숙합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전개가 무리없고 대화가 재미 있으면 가끔 찾게 되는, 부담없이 볼만한 영화로 괜찮지 않은가요.
사실 저는 오랫동안 잘 안 보게 된 종류의 영화이기도 했어요. 판타지 아닌척하는 판타지가 대부분이고 때로는 뉴요커들의 몸에 밴 지적인 속물성 같은 것이 스테레오 타입으로 전시되는 게 피곤하게 느껴져서요.
이 영화도 그 범주에 속하지만 쬐끔 더 현실성 있고 쬐끔은 본인들의 속물성에 대한 자각이 있을 뿐인데 꽤 큰 긍정적 감상을 이끌어 냅니다. 이런 계통 영화가 워낙 쌓여 있다 보니 감을 잡고 피할 부분은 잘 피한 영화 같아요. 염증을 일으키는 지점을 잘 피하면서 건실한 유머를 구사하고 있었어요. 대사가 참 잘 쓰여졌고 배우들이 그걸 잘 살립니다. 재미있어요.
아래 사진의 윌 역의 저메인 클레멘트도 잘 하지만 이 사람이 가르치는 학생으로 나오는 제시카 윌리엄스가 또한 아주 좋았어요. 두세 번 나오는 수업 장면이 흥미롭고 재밌었던 걸 보면 윌이 좋은 선생인 건 분명한 거 같아요.
윌은 평생 '혼자 있고 싶어'라고 속엣말을 해온 사람이고 아내가 그 기운을 알아 채고 말을 줄이자 그 고요를 즐겼다는 것이고 정작 혼자가 되어 그러한 자신을 소재로 그리는 과정에(직업이 교수이자 만화가입니다) '나는 지금 외롭다'고 작게 중얼거려요. 보다가 저도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하나만 해라, 어쩌겠누'
2022.02.08 20:12
2022.02.08 21:02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 보면 주인공이 사촌이 요양하는 산 중턱의 요양소에 찾아 갔다가 눌러 앉게 되는데 그런 형태의 거주가 저에게는 이상입니다.
균형잡힌 식사 제공에 가까운 친척과 근처 방에 생활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지내고 타인과 관심성 대화는 내킬 때만 하고. (한밤에 시신이 실려나가는 것만 신경 끄면)이상적인 공간이었어요.ㅎ
이 영화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보실 것 같습니다.
2022.02.08 23:26
이 또한 상당히 파렴치한 제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목을 기억합니다. 인간적으로 영어가 오피셜로 제2의 국어라도 되는 나라가 아닌 이상에야 이런 제목은 번역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닌지. ㅋㅋㅋ 말씀하신 '뉴요커들의 지적 속물성' 그거 뭔지 알 것 같아요. 되게 오랫동안 되게 잘 먹히는 스타일이었죠 그게. 특히 로맨스물 전성기에 더 그랬고... 요즘엔 좀 덜해진 것 같기도 하다고 적으려는 순간 아마존 프라임으로 본 '뉴욕 연애' 앤솔로지 시리즈가 생각나면서 시무룩...
암튼 이 영화는 그런 거 잘 피해갔다고 하고 평도 좋게 해주시니 기억해두겠습니다. 제가 이래뵈도 옛날엔 그 '뉴욕 간지' 범벅인 로맨스물들도 재밌다고 잘 보던 사람이어서요. 하하.
2022.02.09 09:57
피플은 그렇다치고 플레이시즈는 뭐야 그러다가 띵즈에 이르면 머리가 띵합니다.ㅎ
로맨스물, 뉴욕부심, 우디앨런 등등이 다 관련 줄기들인 거 같아요.
이 영화는 슴슴하고 선량하면서 유머도 재밌고 좋았습니다.
2022.02.09 09:08
앗 저 이영화 좋아해요 ㅋㅋ 저 밑의 댓글에도 썼지만 저메인 클레먼트를 좋아해서요. 같이 본 사람은 시큰둥했는데 저만 깔깔대며 웃는 순간이 꽤 많았습니다. 차분한 톤도 마음에 들었고 나이브한 결론이나 훈계조가 배제된것도 좋았습니다. 상대역으로 나온 레지나 홀도 반가웠어요. 이분 한창 섹시한 젊은 여성으로 소비될 때는 잘 몰랐다가 "그녀들을 도와줘(왓챠에 있습니다)"라는 영화에서 이 분의 매력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제임스 스트라우스 감독은 말씀하신 제시카 윌리엄스와 "자체발광 제시카 제임스"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또 찍었죠. 여기도 좋아하는 크리스 오다우드가 나와서 즐겁게 보았어요.
2022.02.09 10:08
감사합니다ㅎㅎ 그 댓글 보고 찾아본 영화예요. 멈출 지점 말할 지점 잘 아는 괜찮은 영화였어요. 덕분에 몰랐던 감독과 연기자들 자세히 보게 되었네요. 저메인 클레먼트 배우 호감이었습니다. 게다가 어디서 그렇게 예쁘고 연기 잘 하는 쌍둥이들을 데려왔는지.
'그녀들을 도와줘'는 찜해둔 영화인데 미루고 있네요. 또 잘 보신 영화들 소개 기대합니다.ㅎ
내가 딱 필요한 만큼만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졌다가 없어졌다가 하면 좋겠는데,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뭔가 불만을 또 찾아낼 것 같긴 해요.
뭐라고 투덜댈까요. 당신들 기계야? 실수도 좀 하고 가끔 선도 넘을 수 없어? 뭐 이런 식도 괜찮겠군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