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곽노현이 사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해서는 의견 없음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고, 재판 결과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곽노현의 무죄 추정원칙과 관련해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 건 좀 짚고 싶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대 성추행 의대생들은 왜 재판도 안 끝났는데 징계하거나 욕하냐며 둘을 비교하는 사람들입니다.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윤리적 비난(과 그에 따른 해당 기관의 징계 등의 행위) 를 구분해서 보자는 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책임이 없지만 윤리적 비난과 그에 따른 징계 등이 뒤따를 수 있고, 그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성추행 고대 의대생의 경우는 법적 판단은 진행중이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건 현재 드러난 부분에 대한 고대 측이 할 수 있는 징계를 수행하라는 겁니다. 세상에 모든 퇴학생/출교생이 법정 가서 유죄 판결 받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해당 행위를 한 사람들이 의사가 될 수 있냐와 징역을 살아야 하는가는 기준이나 수준이 당연히 다릅니다. 윤리적 비난과 의사 자격 없음은 현재 드러난 부분 – 성추행 행위와 그 후 치사한 가해자 탓하기들 –에 대해 하는 겁니다.

무의식 상태의 동료 여성에게 그런 행위를 한 걸 원래 문란한 여자기 때문에 괜찮다고 판단하는 자들을 의사로 키워야 하냐는 질문입니다. 고대 의대생을 옹호하려면 이 질문 안에서 반론해야 합니다. 법적 판단과 별개로요.


또 다른 예로 네오이마주의 백건영 같은 경우 법으로는 혐의 없음으로 이미 결판이 났습니다만, 독립영화협회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습니다. 

법적으로 강제 추행으로 결론내기 모자란 점이 있더라도 영화 단체 편집장으로서 권력관계에 있는 약자와 그런 상황에 가게 된 것에 대해 그 위치에서 져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거죠. 저는 독립영화협회의 그 판단이 옳다고 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곽노현의 거취에 대해 의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곽노현이 사퇴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철저하게 현재 드러난 부분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하셔야 합니다. 

즉, ‘그게 뇌물이든 선의든 인지상정이든 뭐가 됐든 후보간 돈이 오간 것 자체가 사퇴해야 할 잘못이다’ – 라는 수준의 윤리적 (정치적?) 판단을 하신 경우에만 그렇게 주장하시라는 겁니다. 이건 뇌물혐의와 다릅니다.

진중권의 경우도 막말하는 것 같지만 잘 보시면 그런 높은 윤리적 기준의 틀 안에서 (성경까지 인용하면서) 곽노현에게 사퇴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고대의대생의 경우 거꾸로 이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유능한 변호진들의 노력과 함께 재판 결과가 증거가 애매해 구속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죠. 그럼 모든 비난은 없어져야 하나요?

아니죠. 그들이 예비 의료인이나 학생으로서 윤리적으로 책임져야 할 몫은 또 있는 거고, 사람들은 고려대학교나 의사협회에 형법보다 더 포괄적이고 엄격하게 의사의 윤리성을 판단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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