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를 위한 변명

2012.12.22 12:16

월도 조회 수:4781

경상도에 살고 있습니다.

문후보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나 출구조사보고 멘붕왔고 게시판의 감정흐름을 이해할 수 있지만
마치 경상도를 괴물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을 보니 부끄럽기도 하지만 또 슬쩍 변명도 하고싶어집니다.

사실 80프로 득표. 할말이 없죠.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거를 이성보다 감성으로 하고있습니다. 경상도는 그 성향이 좀 더 강하구요.

경상도의 많은 사람들은 새누리와 자신을 동일시합니다.
동일시하는 이유는 단순한 지역감정도 맞고 박정희에 대한 향수, 박근혜에 감정이입도 다 맞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느낀바로는 자신의 실리(라고 느껴지는 것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10년전 IMF후 정권이 바뀌었을 때, 처음으로 민주당이 여당이 되었을 때.
이제까지 당연하게 자신들이 누리던 것들을 경상도 출신들은 박탈당하게 됩니다.
각 조직에서 서울쪽 진출이 막힌 것은 물론이고 TK 내 임명직들도 비경상권 인사들이 대거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조계종 사찰 주지승까지 다 갈아치웠다고 말하곤했으니깐요.
각종 예산도 한동안 호남쪽으로 많이 편성되었나봅니다.
타지역입장에선 당연하게 보이겠지만 당연히 자기것으로 인식하던 경상권에선 정권을 뺏기니 자리도 뺏겼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 간 경상권이 더 혜택을 보아왔고 호남이 낙후되었는지 생각하는것은 이성의 영역이구요, 도둑놈 심보라하더라도 기저엔 이런 의식이 어느정도 자리잡고 있다고 보입니다.
실제 이번 대선때 계속 박근혜지지를 강요하신 팀장님도 10년전 정권이 바뀌며 승진기회를 놓쳤던 분입니다. 이런 분들이 여론을 주도하니 별생각없던 사람들도 새누리가 우리편이라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전라도에 대한 인식은..일단 전라도와 교류부터 좀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경상도사람들이 좀 폐쇄적이고 보수적이고 배타적입니다.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지요.
호남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정도냐면..우리나라의 반일감정? 제 체감으론 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대구경북 밖으론 나가본적 없는 노인일수록 정도가 심하구요, 젊은층도 어른들이 그러니 뭔가 있긴있는가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구요.
민주당은 5년후를 대비해 영호남교류를 확대하면 좀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폰으로 써서 중언부언한데 결론은 폐쇄적+보수적 사고와 기득권상실에의 경험이 80프로를 만드는데 일조했단 생각입니다.
물론 잘못된 생각이고 개선필요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은 아니니 무조건적인 적개심은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경상도 거주자의 바램입니다.
경상도를 왕따시키면 화풀이는 될지 몰라도 다음 선거도, 그 다음 선거도 같은 결과가 되풀이 되고 결국 공멸로 가겠지요.

전 새누리가 무조건 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득권을 오래 누려왔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불법탈법적 행동을 해왔으니 선거로 이를 견제하고 징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많은 여론은 새누리는 절대악이며 경상도도 악의 축이란 여론이 우세하죠. 제 주위의 경상도 장년층은 그래서 인터넷을 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더 교류가 되지않아 지역커뮤ㄷ니티 중심으로만 사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선거결과로 깊은 실의에 빠져있으시겠지만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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