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올해로 20주년인 드라마였네요. ㅋㅋㅋ 에피소드 13개에 편당 한시간 조금 안 됩니다.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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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그 드라마! '그 도청'!!)



 - 볼티모어의 빈민촌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범인가 명백하고 증인도 많은 사건이라 간단히 끝날 줄 알았는데 직접 목격한 증인이 막판에 말을 바꿔 버리는 바람에 범인은 허탈하게 풀려나죠. 그러다 이 사건의 뒤에 뭔가 아주 크고 대단히 구린 뭔가가 있다는 걸 느낀 안하무인 나 혼자 정의파 형사 지미의 초절정 진상질 시전으로 인해 어찌저찌 특별 수사팀이 구성이 되긴 하는데요. 임명된 리더가 꽤 유능하지만 출세를 위해 한창 정치질 중인 양반인 데다가 이 사건을 귀찮아하는 윗분들의 하나가 된 마음 덕택에 나머지 멤버들도 참으로 가관입니다. 10여년간 경찰서 '전당포'에서 서류 업무만 하던 아저씨에 얼마 전에 크게 사고를 치고 관심사병이 된 무능 낙하산, 당장 양로원 안락 의자에 데려다 앉혀 놔야 그림이 나올 듯한 할아버지 둘, 두개골 속에 뇌 대신 근육만 들어 있는 것 같은 덩치 둘에 복지부동 무사안일 출근 시간만 채우자는 스피릿의 월도 아저씨 하나. 그나마 똘똘하고 정의감 넘치는 여형사 한 명이 함께하는 게 유일한 희망으로 보입니다만. 과연 이 오합지졸 수사팀은 어둠의 거대 조직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인가!!! 장르상 당연히 상대는 하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와 같은 내용으로 전개되는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할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평소보단 좀 정리를 하며 적어서 할 말을 최대한 줄여보려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말 뿐일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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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주인공은 접니다. 열혈 정의 바보이자 최강 민폐남!)



 1. 경찰들 조직 문화와 마약 조직의 운영 방식 같은 부분들의 디테일이 대단히 좋습니다.


 물론 제가 미국 경찰 조직 문화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만. 묘사가 세세하게 잘 된 이야기 보다 보면 그냥 '와 이건 레알일 것 같아' 이런 느낌 드는 거 있잖아요. 승진과 경력 관리에 올인한 윗분들과 수많은 월급 도둑 동료들 사이에 끼어서 개고생하는 주인공들 이야기야 이런 장르에선 클리셰이지만, 그렇게 디테일이 좋으니 대략 납득이 가요. 그리고 그 윗분들과 월도들도 그렇게 단순하게 악마화되지 않으면서 정치인, 판사, 검사, 경찰 고위층, 일선 경찰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며 상호작용을 하고 어째서 경찰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어 지는지 잘 보여줍니다.


 수사 과정도 그래요. 도청 한 번 하기 위해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또 그 후에도 얼마나 많은 규칙들을 지켜야 하는지. 용의자 하나 티 안 내고 특정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얼마나 삽질을 해야 하는지. 그렇게 개고생해서 얻은 정보들이 얼마나 하찮은 실수나 꼬임 하나로 쉽게 날아가 버리는지. 이런 것들을 되게 친절하게, 스토리에 잘 녹여서 보여주고요.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 처지에 더 강하게 몰입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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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소한 옷차림과 살림살이가 인상적인 우리 조직 보스님. 참고로 좌측 모자쓴 양반이 보스입니다.)


 

 마약 조직쪽도 마찬가집니다. 이 드라마의 악당들은 막 럭셔리한 본부에 거만하게 앉아서 손짓 하나로 사람들 막 죽여 없애는 그런 환타지 악당들이 아니에요. 분명 대단히 나쁜 놈들입니다만, 아주 나쁜 일을 되게 열심히 하는 참으로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랄까요. ㅋㅋ 그리고 이들이 벌이는 마약 장사의 수법들이 상당히 세세하고 리얼하게 묘사가 되기 때문에 이들의 그 성실함(...)은 두 배로 강조가 되고 그래서 더더욱 잡아 없애는 꼴을 보고 싶어짐과 동시에 좀 짠하단 생각도 들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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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보면 너무나 당당하고 허술해 보이게 마약을 파는 모습에 한 번 놀라고, 그게 사실은 체포를 면하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패턴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랍니다.)



 2. 캐릭터들이 정말 좋아요.


 - 뭐랄까... 제가 위에서 '리얼하다'는 면을 강조해서 두기봉이나 장 피에르 멜빌 스타일의 되게 건조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될 것 같은데. 그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묘사는 리얼하지만 캐릭터들은 걍 전형적인 드라마 캐릭터들이고, 그것도 '오합지졸들의 인생 한 방' 스토리용 캐릭터들입니다. 좀 모자라고 못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착하고 귀엽고 알고 보면 유능한 녀석들 있잖아요? 딱 그런 식이라서 보기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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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팀 중에서 머리를 쓸 줄 아는 분들 모듬샷)


 주인공은 엄연히 열혈 형사 지미찡입니다만. 형사편, 마약조직편, 그리고 그 주변에까지 굉장히 많은 캐릭터들을 나열해 놓고 하나하나 꽤 충실하게 묘사하며 진행되는 군상극스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참 다 절묘하고 관계 묘사도 좋아요. 특히 주인공팀의 경우엔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금방 정이 들어 버리구요. 범죄자들 같은 경우에도 정이 들 일까진 없지만 의외로 그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선택들에 대해 선뜻 납득하게 됩니다. 물론 공감한단 얘긴 아니구요. ㅋㅋ 그냥 '아 얘는 그냥 이런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는 애구나'라는 생각이 든달까요. 그러다보니 나중엔 악당들 중에서도 좀 정이 가고 안타까워지는 캐릭터들도 생기구요. 그런데 그렇게 정 주게 만들어 놓은 캐릭터들을 이야기에서 그렇게 단순하게 처리하지 않아요. 그 중 몇몇은 나중에 정말 나쁜 짓을 저지르고 빠져 나가버리고 그러거든요. orz


 암튼 캐릭터들에 이런 식으로 좀 픽션스러운 매력들을 더해 놓으니 삭막한 범죄 vs 수사극임에도 보다 지치지 않고 계속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더군요. 프로들 나오는 리얼 수사물이라니 완벽한 서늘함과 건조함을 원하는 분들에겐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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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바보 두 분. ㅋㅋㅋㅋㅋ 사실 꽤 나쁜 놈들인데 보다보면 그냥 웃기고 정이 갑니다. 어차피 실제로 만날 거 아니니까!)



 3. 그리고 그냥 재밌습니다.


 경찰들의 개고생 발로 뛰고 체력으로 버티는 수사 과정도 주변과의 상호 작용도 보여주고 정든 주인공들의 번뇌와 의리도 보여주면서 재밌게 잘 양념해서 보여주고요. 악당들을 보여줄 때도 현실의 범죄들을 바탕으로한 리얼하면서도 특이한 범행 수법, 조직 운영법 등을 통해 흥미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또 진짜 쥐어 패 버리고 싶은 놈, 제발 좀 빠져나와서 착하게 살았으면 하는 놈 등등으로 다양하게 감정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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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1에서 가장 짠한 놈들...)


 조직 두목의 얼굴도 모르고 시작했던 수사가 13화에 걸쳐 정말 천천히 천천히 진행되면서, 그래도 어쨌거나 한 걸음씩 체포를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보람도 있구요. 요소요소마다 상황 급반전, 대위기, 절호의 찬스 등등이 적절하게 튀어나와서 꾸준히 집중력을 유지하게 해줘요. 


 음... 언제나 그렇지만 어느새 또 하나마나한 말들을 길게 늘어 놓는 것 같아서 이만 줄이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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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상 볼티모어 거리의 자유인이자 가장 격하게 만화 캐릭터였던 '오마'씨.)



 - 결론적으로. (20년전) 미국 경찰 시스템과 마약 범죄 조직의 작동 원리와 생태를 다큐멘터리 보듯 학습하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이구요.

 동시에 귀염뽀짝 정 가는 캐릭터들이 우루루 튀어나와 펼치는 인간적인 드라마를 보는 재미 또한 상급에 속하는 드라마입니다.

 후반으로 가면서 이야기와 상황이 더 드라마틱해지면 연출부터 확 시선을 끄는 장면들도 더러 나와서 더 좋구요.

 각잡고 트집 잡으려고 하면 뭐든 트집을... 못 잡겠네요 저는. ㅋㅋ 그냥 내내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다만 다섯 시즌을 한 번에 달리긴 부담스러우니 일단 다른 드라마 좀 보고 나서 다시 이어보는 걸로(...)




 + 이드리스 엘바가 마약 두목 오른팔 캐릭터를 맡아 아주 큰 비중으로 나오는데요. 이 분이 20년 전에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 새삼 놀랍고. 지금보다 그렇게 많이 젊어 보이지 않아서 또 놀라웠습니다? ㅋㅋ 나이를 다 어디로 먹으셨는지.



 ++ 덕택에 볼티모어는 미국 여행 시 절대 가 보고 싶지 않을 곳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애초에 제가 미국 여행을 가 볼 일도 없을 거란 점입니다만. 멀고, 비싸고, 귀찮습니다. ㅋㅋㅋ



 +++ 뭔가 옛날에 주병진이 잠깐 하다 망해버린 토크쇼가 생각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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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공터에다가 소파 하나 갖다 놓고 드라마의 주된 배경으로 만들어 버렸더라구요. 제작비 절감 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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