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아주 크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에드워드 양의 작품이니 극장에서 봐줘야한다는 이상한 의리, 극장에서 안보면 평생 안볼 것 같은 현실적 우려 때문에 기어이 극장에 가서 봤습니다. GV 같은 걸 들었다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게 좀 아쉬웠네요. 영화가 보여주는 당대의 대만 분위기가 있지만 그래도 디테일들을 알고 싶었습니다. 일본어와 영어와 중국어가 섞여있는 언어적 환경도 뭔가 재미있었습니다.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극장에서 졸지 않고 최초로 완전감상을 해내서 뿌듯했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제가 좋아하는 에드워드 양의 작품들이지만 극장에서 볼 때는 졸음을 피하지 못해서 재관람을 해야했습니다. 타이페이 스토리 때는 감기까지 겹쳐서 아예 잠을 자다가 너무 불편해서 중간에 나와버렸죠. 그래서 에드워드 양의 작품들은 늘 제가 불완전하게 맛본 작품들로 혼자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온전히 볼 수 있어서 그 자체가 기뻤습니다. 꼭 복습을 하고나서 빠진 퍼즐을 끼워넣는 듯이 곱씹는 게 늘 아쉬웠으니까요. 다만 이번에 보는데 감정적으로 굉장히 동적인 부분에서 어떤 관객이 졸음에 당한 모양인지 코골이 소리를 대단히 크게 내더군요. 산통 깨지긴 했지만 좀 웃겼습니다.

처음에는 이 작품에 서기가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포스터만 얼핏 보고 젊은 시절의 서기인가보다 해서 러닝타임 20분까지는 서기가 나중에 나올려나... 기다리면서 봤네요ㅋ 하관이 조금 닮긴 했습니다. 머리 스타일에 따라 나이가 확확 달라져보이는 게 신기했네요.

보면서 시네마라는 개념은 현대의 세련된 무비들의 반의어가 아닌지 혼자 고민도 했습니다. 어쩌면 "고전명작"이라는 의의를 그냥 멋대로 시네마라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시네마라는 것은 반드시 만들어진지 한참 시간이 흐른 옛날 작품이어야하거나 혹은 촬영 방식이든 소재이든 옛 시절을 상기시키는 향수가 담긴 작품을 그냥 편의적으로 시네마로 분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에드워드 양의 작품들을 보면 필름 질감으로, 예전 시간대를 그리고 있어서 시네마를 보고 있다는 환상에 젖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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