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 편의점의 1+1 세일 코너를 사랑하는데 지난달에는 제가 좋아하는 모히토 음료가 1+1 로 선정되어서

기쁜 마음에 자주 가는 편의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굉장한 미인이 알바로 고용되었어요.

 

키가 160 중반 정도에 첫인상이 성유리를 닮았는데 좀 더 선이 가는 인상이라 더 단아해 보이는 얼굴입니다.

 

이런 미인은 얼굴을 너무 빤히 쳐다보면 실례일 것 같아서 계산할 때마다 살짝 살짝 보게 되는데

 

그 때 살짝 스치는 인상으로도 새로운 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에요.

 

어느날은 피부가 매우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던지,

턱선이 참 예쁘게 그려져 있다던지,

콧잔등이 아담하게 솟아있다던지.

 

그런데 확실히 너무 미인이라 종종 그녀에게 치근덕거리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너무 무표정한 표정으로 일하셔서 확실히 미인은 피곤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달부터 슬프게도 모히토 음료의 1+1 할인이 끝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음료수를 골라서 계산하려는데

이게 의아했나 봐요.

 

"오늘은 주문하는 음료수가 다르시네요. "

 

제가 너무 시무룩한 말투로

 

" 아 이제 모히토 음료의 1+1 이 끝나서요." 라고 답하니까

 

저의 체신머리 없는 시무룩함이 웃겼던지 아니면 1+1 집념이 재미 있었던지

무표정한 표정을 거두고 웃음을 키득하고 터뜨리더라고요.

 

그냥 봐도 미인이라고 느꼈는데 웃을 때 표정 보니까 확실히 미스코리아 진보다 예뻐 보였습니다.

 

하지만 웃음은 그날 뿐이었고 전 1+1 대신에 버거킹의 천원짜리 커피에 꽂혀서 그 편의점에 잘 안가게 되었네요.

 

오늘 간만에 가보니 그 아가씨가 보이지 않아서 왜 그런가 했는데 역시나 다른 아저씨가 물어보더니 그만 두었다고 하네요.

 

추근대는 사람이 많아서 힘들었나 봅니다.

 

무표정한 얼굴은 미인이지만 웃을 때는 가장 매력 있는 사람으로 변하니 많이 많이 웃을 수 있는 일상 보내길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미인이라 생각했는데 그 미인의 환상이 깨져버리는 에피소드들이 떠오르네요.

 

또 긴 글이겠지만 적어 봅니다.

 

 

 

2. 제가 자주 가는 커피 전문점의 주인이 있습니다.

 

조금은 부스스한 머리에 부스스해 보이는 얼굴인데 소매를 걷은 긴 하이얀 와이셔츠를 즐겨 입는 모습이 마치 갓 아침에 일어난

처자같은 나른함과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분위기를 풍겨요.

 

특히나 이 분은 개를 좋아하시는데 단골이 개와 함께 놀러오면 너무나 환한 표정으로 맞아주면서 개를 귀여워 해주는데

그 표정이 참 예뻐요.  물론 저는 개처럼 생기지 않았기에 그냥 보통의 단골을 대하는 표정으로 스탬프 찍어드릴까요?라는

형식적인 대화만 나눕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분이 저한테도 웃는 표정으로 말을 건네면서 새로운 메뉴가 나왔다고 권유하는 거예요.

블루베리 라떼라는 메뉴였는데 웬지 불안한 이름의 메뉴였지만 저에게 처음 보여준 싱글생글한 미소에 넘어가 그 메뉴를 주문해 봅니다.

 

그렇게 그 분의 시제품을 마시는 순간.... 뭐랄까 그 미묘한 맛이란 게

 

마치 12시간 뙤약볕에 놓아서 살짝 맛이 쉬어버린 식혜에 설탕을 부어 버려 단맛으로 쉰 맛을 감춘 뒤에 커피의 쓴맛이 더해지는 느낌이랄까.

 

맛이 없는 커피를 보통 구정물 같다고 하지만 이 커피는 그런 평범한 표현을 거부해 버린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싱글생글 웃으면서 "이 커피 어때요? " 라고 묻는데  

 

"아.... 전 커피맛을 잘 몰라서요...."  머뭇머뭇 한 마디를 겨우 남기고 부리나케 도망 친 후 생수를 울컥울컥 들이마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스스해 보였던 것은 그녀의 외양 뿐만 아니라 그녀의 입맛 또한 매한가지였나 봐요.

 

 

 

3. 전 샌드위치를 매우 사랑해서 점심 메뉴의 80퍼센트는 샌드위치입니다. 그중에서도 자주 가는 샌드위치 점이 있었어요.

 

맛도 나쁘지 않았지만 출근할 때 사게 되면 모닝셋트라 하여 커피 한잔 값에 쥬니어크기의 샌드위치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래서 종종 아침에 들러서 사먹게 되는데 어느날은 저와 새로 같이 일하게 된 건장한 동료와 샌드위치점에 마주칩니다.

 

그 사람은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서 아침용으로 샌드위치를 사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마침  주인 할머니가 계산대에 계셨는데 저희 두명을 보자 아는 체를 하면서 같은 회사 사람이냐고 묻습니다.

 

"오 그래요? 단골 두 분이 오셨으니 잘 해 드려야 겠네" 하면서 샌드위치를 쥬니어 크기가 아니라 일반크기로 포장해 주는 거예요.

 

그 마음 씀씀이에 반한 저는 주인 할머니에게 칭찬의 방언이 뻥뻥 터져 나옵니다.

 

"오! 할머니 나이에 비해 피부가 참 고우신 것 같아요. 눈매 보니까 젊었을 때 남자 여럿 유혹했겠는데요. ㅎㅎㅎ" 

 

하여튼 그 할머니가 계산대에 있을 때는 모닝 셋트를 구매할 때마다 종종 특전이 나오는 바람에

그 직장 동료와 샌드위치 점에서 함께 기꺼운 마음으로 모닝셋트를 구매합니다.

 

그런데 그 직장동료분은 2개월 한시로 잠시 여기로 프로젝트 파견 나온거라 2개월이 지나면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전 여전히 그 샌드위치에 모닝 셋트를 사러 갑니다.

 

그 할머니가 계산대에 계시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는데 할머니께서 넌지시 물어봅니다.

 

"그런데 그 건장한 총각은 안보이네? 어디 간건가? "

 

" 아, 네 그 분은 여기서의 일이 끝나서 다른 곳으로 일하러 갔어요. 여긴 다시 안와요. " 라고 대답하며 모닝셋트를 주문합니다.

 

" 아 그래...." 쓸쓸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신 할머니는 평범한 모닝 셋트를 포장해 줍니다.

 

그리고 다음 번에도... 그리고 다음 번에도 특전이 있는 모닝 셋트는 다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흑! 할머니! 그 건장한 사람은 총각이 아니라 유부남이었다고요!!  총각은 저 혼자 뿐이었는데....

 

아쉬움을 마음 속으로 외쳐 봅니다.

 

 

 

4. 작년에는 한 여름에 두바이로 한달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너무나 더운 곳이라 실내는 항상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 놓아서 더위를 잘 모르는데 잠깐이라도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안경에 서리가

서려서 너무 불편해요. 그런데 두바이에서의 마지막 날 메일을 확인하다가 라식관련 광고를 보게 됩니다. 안경으로부터 자유스런 일상!!

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와요.

 

아 라식 하면 정말 좋은 걸까? 궁금한 마음에 귀국하자마자 마침 저녁 약속이 강남에 있어서 안과를 찾아가 봅니다.

 

한달 동안 더운 중동의 바람에서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만 보다가 짧은 핫팬츠와 미니스커트를 입은 처자들이 가득한 거리에 나서니까

정말 한국 여자들이 참 예뻐 보여요.  새삼 병원에 안가도 저의 시력이 좋아지는 것을 실감하면서 강남에서 유명하다던 밝은XX 안과에

들어섭니다.

 

그런데 여기가 병원이 맞는 건지. 참 모던한 인테리어에 눈이 반짝 반짝 예쁘신 분들만 일하시는 거예요. 

 

어리둥절 눈건강 검사를 받고 그 중에서도 눈이 가장 예쁜 상담사 한 분이 저하고 대화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아, 네...." 하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상담을 받아 보는데 그 분이 저의 검사결과를 보면서 참 눈이 라식에 최적화된 눈이라면서

각막이 두꺼워서 몇번이고 수술을 다시 할 수 있는 축복받은 눈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전 "아 그렇군요. 오늘은 해외출장 다녀와서 피곤하니 생각해 보고 담번에 올께요. " 라며 일어서려 하는데

그 분이 해외출장 어디 다녀왔냐고 묻더군요.

 

"두바이요." 라고 말하니까 그 분이 너무 반갑다는 말투로 자기도 두바이에 몇개월 다녀 왔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두바이 체류시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는데 저도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 분의 이야기에 푹 빠져 봅니다.

 

" 정말 반가웠어요. 두바이에 다녀온 사람을 만나다니. " 그 분이 마지막 인사말을 건넵니다.

" 그럼 2시간 있다 수술실로 들어 가시면 되요. 카드는 일시불로 할까요? 무이자 할부로 할까요? "

 

"네 5개월 무이자 할부요.~ 엥?!" 전 순간 정신이 퍼득 들었지만 그 분과 눈이 마주친 순간 이미 카드는 결재되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얼떨결에 그렇게 전 수술실로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저녁 약속은 취소한 채 따가운 눈을 이끌고 집에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 그분을 그 뒤로 다시 마주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작년의 지름 중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미녀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간 저의 카드 명세서도 안경 없이 볼 수 있게 되었을 뿐이죠.

 

 

 

 

5. 이번에는 얼굴을 알지 못하지만 운명과도 같았던 버스안 그녀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전 서울역에서 분당까지 출퇴근하는 거리가 꽤 먼 출근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파란색 광역 버스를 타면 깨끗한 좌석시트와 더불어 빨리 회사에 출근할 수 있어서

출근이 마냥 힘들지는 않습니다. 서울역이 종점이라 전 같은 시간에 항상 같은  왼쪽 구석의 가장 의자간격이

넓은 명당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출근합니다.

 

그런데 어느 봄날 부터인가 일주일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제가 버스에 탄 다음 정거장에서 같은 여인이

제 옆자리에 앉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 내음에 좀 민감하고 화장품의 향기도 조금 거북해 하는 편이라서

혼자 앉는 것이 편안한 나이지만 이 분은 상쾌하고 은은한 향을 뿌리는지 참 좋은 향을 지니고 있어서

이 분이 제 옆자리에 앉게 되면 눈을 감고 있어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너무 아침에는 잠이 많아서 옆자리에 앉은 것을 알 수 있을 뿐 어떤 미모의 여성분인지 쉽게

알지 못합니다. 그 분이 저보다 한정거장 먼저 내리는 바람에 부산스러워 하며 자리에 일어날 때

살풋 그분의 단발머리 사이로 보이는 얼굴이 미인일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볼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에 커튼을 친 창 사이의 햇살이 따사로와서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는 아침에

그분이 제 옆자리에 앉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분이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곧 그 분이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전 이번에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잠시 저 역시 버스의 덜컹거림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합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턱! 누군가 제 어깨를 건드리는 느낌에 잠을 깼는데 글쎄 그 분이 저 어깨에 기대어 졸고 계신 거예요.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뛰면서 마침 버스 위치를 보니까 그 분이 내려야 할 위치가 다가온지라 어깨를 밀쳐서

그 분을 깨워야 하나 아니면 그 분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이대로 있어야 하나 고민을 합니다.

 

평소에는 의자를 사이에 두고 가장 멀리 앉은 사이였는데 이렇게 가까이 앉으니까 그 분의 향기가 좋은 것을

새삼스럽게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망설이면서 촉촉해져 갑니다.

 

제 마음이 아니라 제 어깨가.

 

응?

 

그분이 정말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한방울도 아니고 침을 주루룩! 흘리면서 주무시더라고요.

 

아! 제가 놀랄 사이도 없이 그 분도 축축함에 잠이 깨셨는지 아니면 정류장에 내릴 위치가 된 것을 알았던 것인지

눈을 번쩍 뜨고는 부리나케 버스를 내립니다.

 

그렇게 그녀는 제 어깨에 고운 향기와 그 고운 향보다도 강렬한 침내음을 남기고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는 저의 출근 시간이 바뀌어서 단 한번도 제 옆자리에서 그녀의 향기가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 이제 때때로 제  옆에 앉은 아저씨의 사람 내음 사이로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을 들을 때면 

 

-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흐음

 넌 내 어깨에 기대어

침을 흘렸지만 ~ -

 

간혹 그녀를 떠올리곤 합니다.

 

 

 

 

 

 

뭐 믿거나 말거나. 어차피 바낭이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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