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청님 글에서 도둑가위라는 말을 보고서
내 경우도 그런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적어요.
고등학교 때 제가 살던 집은 빌라 2층이었는데 제 방 창문 바로 맞은편에서 비슷한 형태의 빌라 공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 날은 별 생각없이 창문을 열어두고 잤는데, 저는 자기 전에 라디오를 머리맡에 틀어놓고 자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새벽 6시쯤 됐을 거에요. 무슨 기척이 들려서 깼는데 엄마인 줄 알았어요
아 또 라디오 켜놓고 잤다고 혼나겠구나 싶어 자는 척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아닌 것 같은거에요.
어떤 사람이 부스럭 대며 제 방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제 귀로 듣기에는 분명히요
그러다가 그 사람은 담배까지 피웠어요. 어떻게 아냐면 담배 냄새가 났거든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
저는 완전 심장이 콩닥콩닥해서 죽겠구나 싶었는데
그 사람은 곧 창문으로 나갔어요. 눈 감고 있었으니 나갔다는 느낌이 든게 맞겠죠.
거의 30분동안 꼼짝 못하고 있다가 방 안에 아무도 없다는 확신이 들어서 울면서 엄마한테 달려갔어요.
엄마 말로는 공사 현장의 그 철근 구조물 같은 걸 타고 뛰어넘어오지 않았을까 그러시더라고요.
그 뒤로는 문단속 잘하고 잤지만
강박증 같은 게 생겼어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샤워 하다가 문득 문 밖에서 덜컥 거리는 소리라든지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누가 들어온 것 같아서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아주 미치겠는거에요.
완전 거의 패닉 상태가 되어서
우리 집은 지금 문이 완전히 잠겨있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저건 그냥 별 소리 아닐꺼야.
만약 누가 들어오면 제빨리 뛰어나가서.. 등등의 온갖 생각을 하게 되고
10분에서 20분정도는 아무것도 못하게 돼요.
집에 아무도 없고 저 혼자 자야하는 날에도
바람결에 문이라도 덜컥 거리면
무서워서 잠을 설칩니다.
비청님 글 읽고나서는 아 그 때 그 일이 가위 눌린 것일 수도 있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담배 냄새가 너무 분명해서...
어쩌면 창문으로 담배냄새가 들어온 것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날의 기억 때문에 저는 아직도 가끔 패닉 상태에 빠지곤 합니다.
근데 그날 들어온 사람은 왜 그냥 나갔는지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내가 남자인 줄 알고 실망하고 갔대나; 다행이죠 암튼.
가위냐 아니냐...의 진위여부는 일단 몸을 움직이기가 버거웠냐가 중점이겠군요. 제가 뭐 전문가나 그런 건 아니지만 워낙 가위에 많이 눌려봐서; 가위 느낌은 확 느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담배 냄새 같은 경우...는 충분히 뇌의 페이크일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아까 올린 글에서 느낀 청각적 감각도 확실히 실제의 것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읽기에는 글의 정황상...진짜였던 것 같아요;; 정말 별일 없었던 게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