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4 17:18
정의당의 존재감이 매우 옅고...심상정의 대선행보 또한 정말 실망스러운 가운데 연락을 거의 전부 끊고 잠적까지 했다니 멘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심상정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던 저로서도 좀 안쓰럽긴 하더라구요. 심이 멘탈이 세보여도 은근 여린데가 있기도 하구요.
조국 때 정의당의 행보에 실망해 탈당까지 했으나 일단 진보유권자로 원내 유일 진보정당에 가까운 정의당을 애정하는 입장에서 그냥 정의당이 갖고 있는 딜레마를
얘기해보자면...너무 뻔한 말이라 재미는 없겠지만...
1. 한국사회가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라 진보정치에게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단순 정당 지지율 이런 걸 따지는 게 아니라. 국민 정서 자체가 오랜 보수정당의 양당정치로 진보정치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소수 트롤러들의 과대표라는 얘기가 있지만, 탈당하기전 정의당 당원게시판만 보더라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공공연히 추천을 받았고,
차별금지법 반대를 포함해 '상식적으로 진보정당이 지지해야 할 가치'에 대한 무지와 비난이 있었죠. 이쯤되면 왜 진보정당 당게에 있는거지? 싶을 정도로
보수화된 사람들이 당게에 생각보다 정말 많았습니다. 다시 한 번 과대표된 걸 수도 있습니다만...그런 글들이 받는 추천수라거나, 그에 반박하는 상식적인
글들이 받는 비추수 같은 걸 생각해보면 이러나저러나 유권자들의 성향자체가 대단히 보수적인 편이라고 보는 것도 하나의 의견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아래 모 유저가 말씀해주셨다시피 민주당을 지지하고 문재인 정권에 만족하는 정의당 지지자들이 무쟈게 많습니다. 민주당과 성향이 크게 다를바 없는 거죠.
민주당 정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지는 않겠지만 확실한 건 진보적인 정권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태평성대로 여기는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대부분이다?
이미 정의당으로선 난감할 수 밖에 없지요.
2.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이건 정의당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민노당 시절부터 이뤄져온 전통이었죠.. 사실 정의당은 기회랄만한 기회를 받지도 못한 느낌이지만, 민노당 시절과 통합진보당 시절
나름대로의 의석수를 확보하며 진보정치의 가능성이 보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노당도 통진당시절도 사실 당내 다수파인 세력인 NL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는
필연적인 패인이 있었고,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부정선거 사태때는 국참당계까지 나서서 부정을 일궈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의당으로 뜯어져나온 다음에는 이미 여론은 냉랭해질 대로 냉랭해져 있었고...노회찬마저 황망히 간 뒤에는...심상정의 이도저도 아닌 갈팡질팡하는 행보로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되었죠. 진보정치 역량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NL을 끼지 않으면 세력화하기도 한 줌 밖에 안되는데, NL을 끼는 순간
한국에 가장 필요한 노동정치와 복지 같은 것보다 북한과의 짝짜꿍 밖에 신경 안쓰는 별볼일 없는 정당이 되어버리니...
'쿨하고 힙한 패션 진보'유권자들 제외한 진짜 진보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에 정말로 적습니다. 일단 페미니즘에 대한 호오만으로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진보지지자에서 적으로 걸러낼 수 있을 겁니다.(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과대표된 것일 뿐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만...) 그런데, 좌파들이 보기엔
정의당도 너무 온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한줌도 안되는 진보유권자들 중에서도 정의당을 온건하다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또 빠져나갑니다.
정의당을 마음으로 지지하는 진보유권자들은 결국 페미니즘과 노동자들의 안전과 복지, 평화, 생태, 사회 정의를 지지하면서 너무 급진적이지도 않은 온건한 좌파들인 겁니다.
오픈마켓에서도 필터링 이만큼하면 검색결과수가 0으로 안뜨면 기적일 수준.
3. 정의당이 갈 수 있는 노선
모 유저의 경우 아예 정의당 지지자들의 주요성향에 맡게 친민주당으로 확 쏠리면 어떨까...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심상정이 그걸 시도 안해본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의당이 민주당2중대라는 말을 한 두번 들은 것도 아니고, 심상정이 대선에서 승리시 공약이라고 내세운게 민주당과의 연정부터 꺼내들어서 또 욕을 거하게 먹은 적이 있죠.
민주당 2중대 전략은 이미 실패한 전략입니다. 어차피 친민주당 전략으로 가도 민주당과 결이 비슷하게 갈 거면 더 크고 더 할 수 있는 게 많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정의당은
끽해야 비례대표나 한 표 주는 정도의 지지에서 그칠 일이 많고. 민주당화될수록 진보정당의 존재의의 자체가 무너집니다.
그렇다고 차별화를 위해 민주당에게 강경하게 날을 세울 수록 기존 정의당 지지자들은 반발이 심하겠죠. 이탈도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의당 같은 작은 정당은 당원들의
이탈로 인한 손해가 극심한데, 이 당원들을 달래면서 정치적으로는 진보노선을 이어가며 차별화는 차별화대로 해야 합니다.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죠.
5. 한국에 진보정치가 필요한가?
꼭 정의당이 아니더라도, 진보정치가 필요한가? 에 대해서, 저는 무조건 YES라 생각하는데, 국민의 여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정의당이 아니더라도, 진보정치가 필요하다고 여겼으면 노동당이든 녹색당이든 다른 좌파정당이 한 때 좌파정당이 최대 찍었던 지지율의 절반이라도
흡수를 했었겠죠. 근데, 정의당 뿐 아니라 노동당 녹색당 등 좌파정당들도 다 나름의 문제가 있었다지만 허경영 정당보다 총선 지지율이 한참 떨어지는 건
아무리 봐도 설명이 안됩니다. 그냥...대한민국에 진보정치가 꽃피우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의당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면, 때때로 밋밋할 정도로 온건했지만 어느정도 상식선에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해왔고(차별금지법 포함한 성평등, 노동자의 정치, 복지강화 등등)
주4일제 같은 경우는 시기상조라 생각하고,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나, 사회가 진보정치에 조금이라도 더 우호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관심 못 받을 정돈 아니었다 보거든요.
진보정치가 꼭 필요하다고 믿는 몇몇이 이끄는 영원한 소수정당이 되거나(그마저도 안돼서 역사에서 사라지거나), 민주당으로 흡수되어 그나마 좌파블럭을 맡는 정도거나...
그 정도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치인 것 같아요. 씁쓸하지만 뭐 별 수 없지요.
2022.01.14 18:43
2022.01.14 19:40
성장하는 때가 있으면, 버텨야 하는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다만 의제를 좀 확실히 잡기는 해야하는데 원내정당으로는 유일하게 페미니즘을 두려움없이 천명하는 당으로서 부각됐으면 하지만 노동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크게 박혀서 그게 좀 아쉽네요
2022.01.15 13:59
2022.01.16 01:45
저는 정의당이 지금 이렇게 어렵게 된건 민주당 7, 정의당 3의 책임으로 봅니다.
소부님이 리더십의 부재라고 하셨는데, 그 리더십이 망가진게 지난 총선 결과 때문이라고 보고요.
민주당은 선거법의 결함을 알면서도 나이브하게 '제1야당이 가오가 있지 설마 위성정당 하겠어?' 라고 밀어부쳤죠.
위성정당이 가시화 되었을때, ,원칙대로 위성정당을 거부하고 손해를 보는게 이상적이었겠지만, 정치는 현실이니 뭐... 위성정당 한것까지는 이해 합니다. 찬성은 안하지만.
그럼 정의당이랑 어떻게든 손을 잡았어야 합니다. '아오 저 자한당놈들... 정의당아! 위성정당 비례 20번이내에서 15명까지 너네 줄게! 어차피 위성정당 안했으면 너네가 15석-20석 기대한거니까!" 까지는 던졌어야 하는데, 총선용으로 영입한 인사들이 있으니 그것도 못했죠. 만약 그랬으면 지금처럼 민주당과 정의당이 험악하지 않았겠죠.
현실적으로 정의당은 총선용 정당입니다. 비례보고 가는 정당이죠. 지역구 나가서 이길만한 역량을 갖춘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비례 15-20석 바라보고 비례 1,2번을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징성 있는 인물로 배치했는데, 위성정당 때문에 5명 되었어요. 15석일때 2석이랑 5석일때 2석은 너무 차이가 크죠.
그래도 이때는 거대 양당 욕하면서 원칙대로 가겠다고 결정할 만큼 리더십은 있었죠. 이게 정의당같은 진보정당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안그러면 지지율 밑천으로 단일화 게임에서 지분싸움하는 국민의당이랑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며칠전 김현정 뉴스쇼 들으니까 심지어 우리공화당에서도 출연 요청을 하는데, 정의당은 안한다더군요. 심후보만 뛰고 있고요. 현직의원들중 배진교 전 원내대표나 류호정, 장혜영 의원 정도나 미디어 인터뷰에 나서는 편이고, 나머지는 안나선답니다. 원래 성격이 그런 분들이라고... 그리고 정의당내에서 류, 장 두 의원에게 '너네는 나서면 도움 안되니 나서지 말아라' 라는 분위기라고... 뉴미디어 활용을 잘하는 류,장 두의원은 못나서게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나설 생각이 없고... 뭐하자는 건지..
일부 언론에서는 정의당이 돈이 없는 것도 심후보가 칩거에 들어간 이유인것 같다라고 하는데, 정의당이 언제는 돈이 풍족했습니까.
심후보가 양강구도에서 자기가 대통령 될거라고 나섰겠습니까...
지금 심후보는 22년 지선과 24년 총선을 위해 정의당의 이미지와 지지율을 올리고자 대선운동 뛰고 있는데... 정작 당내에서는 시큰둥 하니까 저러는거겠죠.
아마 이번 대선하고 연달아 있는 지선에서 기초, 지방의원도 확보 많이 못하면, 성장통 한번 더 크게 앓고 24년 총선을 위해 다시 재정비 하리라고 봅니다.
2022.01.16 11:36
말씀하신 내용들 모두 맞는 말씀인데….
핵심이 빠졌어요.
정의당이 맞고 있는 위기의 핵심은 리더쉽의 부재 혹은 리더그룹의 무능함입니다.
말씀하신 그러한 딜레마가 어디 진보정당이 어제부터 겪고 있는 일이던가요? 아무리 짧게 잡아도 무려 30년 넘게 겪고 있는 일입니다.
그 딜레마 속에서도 현재 무언가 조금씩 전진하고 발전한다고 생각이 드시던가요?
저는 정의당 지지층에서 현정부 지지율이 강한 것을 정파적 현상으로 보는 것은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당 지지층에 친민주당 성향의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아서 대통령 긍정평가가 높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도그마가 아닌 구체적인 상황에 구체적인 판단을 평가를 하는 높은 수준의 정치참여 의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한 것은 잘하니까 지지한다는거죠. 진영논리에 빠져 니 편 내 편 가르는 미개한 구식진보 패거리들과 다르다는거에요. (그런데 장혜영이는 그런 구식 진보 아재들이 하던 짓거리를 답습….)
이게 수준의 문제일 수도 있고 경계인적 특성의 문제일 수는 있고 그게 뭐건 간에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소위 ‘젠더감수성’이 미개한 ‘진보아재’들과 과감히 선을 긋고 젊은 여성 진보 시민들을 새로운 정치적 기반 + 동력으로 삼는 것을 매우 지지합니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순번 결과에 조금도 불만이 없었고 새로운 정의당에 대한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새로운 리더쉽을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진보아재들이 빠지나간 자리만큼 새로운 세대로 충원이 더딘 상태이고….
혹자는 이정미가 후보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는데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정미 개인 역량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어서 심상정보다 나을거라 그러는게 아닙니다.
그냥 뭔가 그 전과 다른 전환을 이루는 계기로서 대중들에게 보여질 상징성으로서 가치가 크다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