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7 22:41
아이는 (아마도 도쿄에 있는) 예술학교의 학생입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영재로 추앙받았다고 하는데, 최근엔
언급되지 않는 사고 때문에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요. 학생들은 아이를 싫어하고 선생들은 방관 중. 아이
자신은 곧 허물어질 강당에 거대한 금속 오브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무국적소녀]는 오시이 마모루의 실사영화입니다. 그리고 딱 그의 실사영화에서 기대할 법한 작품이죠. 엄청
오타쿠스러운데 실사라서 더 튀는 영화입니다. 대사 하나하나까지 정말로 오타쿠스러운데 특히 미술선생 캐릭터는 그런
식으로 밖에 말을 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는 척을 하고 싶을 때 "(뭔가 멋진 것처럼 들리는 개념)란 말인가!"라고
웅얼거리는 게 한 대사의 절반은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아이의 예술학교 생활 묘사가 차지하지만 별 의미도 재미도 없습니다. 폼만 있지 내용이 없으니까요.
이 영화에서 신경 쓰는 건 미술학교가 아니라 밀리터리 묘사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스포일러지만 말해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무국적소녀]는 밀덕판타지입니다. 심지어 주인공 교복소녀가 러시아 전투식량을 먹는 장면만
봐도 오르가즘에 떠는 영화예요. 이런 판타지가 영화 내내 묻혀 있다가 막판에 폭발하는 것입니다.
일본 교복소녀가 일당백으로 러시아 군인들을 총칼로 때려잡는 영화를 1년에 한 편 이상 봐야 한다면
[무국적소녀]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페티시 충족용으로는 충분하지요.
단지 교복소녀 페티시와 밀덕 판타지만으로는 러닝타임을 채우기 어렵습니다. 결말 이후 반전에서 드러난
진상은 예술학교 이야기보다 더 공허해서 감흥이 없고요. 폼도 재미있게 잡으면 공허해도 재미있지만
이 영화의 폼이 그렇게 재미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15/07/27)
★★
기타등등
모차르트의 23번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이 끝도 없이 나오는데, 영화 보고 나오면 질릴 지경입니다.
감독: Mamoru Oshii, 배우: Nana Seino, Kanon Hanakage, Hirotarô Honda, Nobuaki Kaneko, Sergey Kuvaev, Lily, Hinako Tanaka, Ayuri Yoshinaga, 다른 제목: Nowhere Girl, 도쿄무국적소녀
IMDb http://www.imdb.com/title/tt465460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1533
2015.07.28 00:46
2015.07.28 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