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48분. 장르는... 그냥 웨스 앤더슨 영화라고 해야겠네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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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 캐스팅 자랑하는 포스터들 별로 안 좋아하지만 적혀 있는 이름들을 보면 자랑하고픈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하고...)



 - 배경은 일본입니다. 수백년 전에 고양이파의 편에 서서 개들을 척살하려 들었던 나아쁜 집안이 있었대요. 어찌저찌해서 결국 성공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재, 그 집안의 후손이 이야기의 배경인 가상의 도시 '메가사키 직할시' 시장이 되어 다시 한 번 개들을 음모에 빠트립니다. 개를 통해 옮겨지는 전염병을 만들어 퍼뜨리고, 치료제 개발을 방해하고, 그래서 천덕꾸러기가 되고 버림 받은 개들을 죄다 쓰레기 하치용 섬에다 가두어 버리는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실행에 옮겨요. 그래서 주인들과 생이별해서 먹을 것도, 마실 물도 마땅치 않은 섬에 감금된 개들은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데...


 그때 시장의 조카였다가 양자가 된 '아타리'라는 소년이 그 섬에 나타납니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던 경호견을 찾아 왔어요. 그리고 자기가 찾던 개 대신 그 섬에서 팀을 이뤄 생존중이던 다른 개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경호견 '스파츠'를 찾아 고난과 역경의 길을 떠난다... 뭐 이런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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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팀!)



 - 영화 자체 보다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본' 때문에 더 화제가 되었던 영화였죠. 쌩뚱맞게 일본이 배경이고 또 시작부터 끝까지 화면에 일본풍이 가득하구요.

 특히나 일본 쪽에 예민한 한국 커뮤니티에선 이게 일뽕 영화다 아니다를 놓고 엎치락 뒷치락 싸움도 있었구요. 개봉 후 서양쪽 평을 보면 '영화는 잘 만들었지만 일본을 다루는 태도는 너무나도 잘못된 것!' 이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참 많았어요. 


 근데 확실히 그게 그렇게 논란이 될만도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미국인 영화 감독이 갑자기 일본풍으로 시작해서 일본풍으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어 내놓았는데. 그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일본과 일본인들은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스테레오 타잎의 대잔치거든요. 라멘 먹고 해산물 산 채로 해체해서 얌냠 먹고 사케 마시고 자꾸만 벚꽃 흩날리는 신사 나오고 스모 선수 나오고 사람들 말투도 차림새도 행동도 모~~~두 다 스테레오 타잎이에요. 더군다나 등장하는 인간들 중 좀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 방식을 보여주는 캐릭터도 거의 없구요. 그나마 개들이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감정 이입을 유발하는데, 얘들은 죄다 영어를 쓰며 일본어는 단 한 마디도 알아 듣지를 못한단 말이죠. (일본인들이 키우던 개였는데!) 그리고 일본인들이 쓰는 일본어에는 자막도 안 붙어서 일본어 대사들 중 절반 정도는 관객들이 알아 들을 수도 없게 해놨습니다. 이쯤 되면 인종 차별이니 타자화니 오리엔탈리즘이니 하는 개념들이 3콤보로 출동해서 대활약을 할만도 해요.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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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선입견을 극대화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이거슨 일본 비하일까요?)



 제가 일본인이 아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전 그런 불쾌한 시선이나 태도 같은 건 거의 못 느꼈습니다. 아니 애초에 미국 토박이 감독 양반이 왜 이런 이야기를 스스로 꾸며내고 영화로 만들었겠어요. 그만큼 웨스 앤더슨은 일본 문화를 좋아하다 못해 격하게 사랑하는 사람인 거죠. 일본 전통 문화도 좋고 일본 현대 문화도 좋고 다 너무 좋고 예뻐서 그것들로 가득한 영화를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시작부터 끝까지 넘쳐나요. 게다가 또 그 의지는 굉장히 근사하게 실현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저엉말로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예쁘거든요. 제가 일본 컨텐츠는 즐겨도 일본색이 너무 강하면 부담스러워한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취향의 소유자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딱히 부담스럽다든가 거부감이 든다든가 하는 느낌을 한 번도 못 받았어요. 그냥 쭉, 내내 다 예쁘고 귀엽고 웃깁니다. 


 게다가 뭐 웨스 앤더슨 영화잖아요. 이 영화 속 일본인들 상태가 좀 안 좋다고 일본인 비하가 된다면 평소의 웨스 앤더슨 영화들은 죄다 백인 비하 영화입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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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케병들이 나오는 장면.)



 - 암튼 그래서 정말로 '영화 이야기'를 해 보자면.

 일단 어린이 모험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장르에 아주 충실해요. 물론 '웨스 앤더슨 식으로' 충실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해서 이게 애들 못 보여줄 영화라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예를 들어 주인공 개 네 마리는 모두 웨스 앤더슨식으로 살짝 삐딱하거나 모자라거나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그냥 다들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그 중 진짜 주인공이자 가장 삐딱한 사상을 가진 떠돌이 개 '치프' 조차도 결국엔 츤데레 귀여운 개인 걸로 끝나거든요. 특히나 이 치프란 녀석이 인간 소년 아타리와 결국 교감을 나누고 서로 믿고 의지하게 되는 장면들은 격하게 전통적이고 정석적으로 전개되어서 당황스러울 지경이구요.


 무시무시한 악당과 음모들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그것도 종국엔 대부분 해피해피하게 끝나는데 그런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 역시 격하게 어린이 영화스럽게 나이브하고 보들보들합니다. 이야기가 너무나도 순조롭게 흘러가서 오히려 그게 어떤 반전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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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함께 떠나자~ 끝 없는 모험~~~)



 - 그리고 그 '모험'이 충분히 구경할만한 재미가 있습니다.


 일단 그림이 저엉말 환상적으로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아예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문자 그대로 모든 장면을 '만들어' 보여주는 영화이고. 웨스 앤더슨의 그 유명한 변태적 집착 파워와 미적 감각이 빛을 발해서 거의 한 장면도 놓칠 틈이 없을 정도의 시각적 호사를 제공합니다. 근 몇 년간 본 영화, 드라마들 중에 가장 보기 좋은 비주얼을 자랑하는 영화였네요.


 그리고 주인공 개들이 정말 사랑스럽구요. 애니메이션용으로 만들어진 모델 생김새도 사랑스럽고 이야기 속에서 하는 짓도 사랑스러운 가운데 기라성 같은 좋은 배우들이 우루루 몰려 나와서 각각의 개성을 살려주죠. 배우들 목소리 연기의 파워가 정말 컸던 것 같기도 해요. 다 보고 나면 이 영화의 개들 중 정말 뭔가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치는 개는 사실상 '치프' 하나 뿐이고 나머지 개들은 걍 하찮은 수다 말고는 하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인데요. 그래도 다들 성격으로 구분이 되고 다들 귀엽고 예쁘단 기억이 남는 걸 보면 아마 연기의 힘이 많이 작용했던 거겠죠. 어쨌거나 이렇게 캐릭터들에게 정이 가니 이야기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 건 당연지사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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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화려한 목소리 군단!! 이라고 적는 와중에 자세히 들여다 보니 빠진 배우가 많네요. 그리고 그 와중에 확연하게 빛나는 스윈턴님하... )



 암튼 엄밀히 따지고 들면 참 허술하게 굴러가는 이야기이지만 눈이 즐겁고 캐릭터들에게 몰입이 되고... 게다가 결국 '어린이 모험' 영화잖아요. 그냥 다 납득하고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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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게 동물 학대를 시전 중인 우리 아타리군.)



 - 그러는 가운데 또 영화는 어른 관객들을 위해 생각해 볼만한 떡밥도 하나 던져 줍니다.

 그러니까 '소문과 진실'에 대한 건데요. 이 영화에는 유난히도 '소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귀찮아서 생략했었지만 인트로 부분에서 나오는 수백년 전 과거 이야기만 해도 결국엔 소문인 거구요. (그 개를 구한 소년 무사 뭐시기...) 그 외에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어떤 소문이 나오고, 그게 알고 보니 구라거나 오해였고. 이런 식의 전개가 반복되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어쩌라는 건진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다만 도입부의 소년 무사 역할을 현재에 재현하는 아타리라는 녀석의 실체를 볼 때 아마 그 소년 무사 전설도 다 왜곡된 구라에 가까운 이야기일 것이고. 결국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소문들이 진실이 아니었으며, 진실은 대부분 소문보다 평범하다... 이런 의미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음. 뭐 개인적으론 이런 거 꼭 이해해야 하나 싶어서 크게 고민하진 않았습니다. <- 

 그냥 뭐 '정사' 뒤에 감춰진 평범한 영웅들을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전개라고 받아들여도 문제는 없겠고. 니들이 알고 있는 역사는 다 만들어진 거여~ 라는 좀 거창한 메시지라고 생각해도 감독 본의야 어쨌든 앞뒤는 대충 맞겠구요. 어쨌거나 그다지 영웅적이지 않은 녀석들에 초점을 맞춰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 웨스 앤더슨 영화들과 그렇게 특별히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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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든 자막을 최소화하며 관객들에게 스토리는 전달하기 위해 탄생한 편법 캐릭터.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인종차별 혐의를 조금 더 짙게 만들어줬네요.)



 - 뭐 암튼... 이제 할 말이 다 떨어졌네요. 

 웨스 앤더슨 영화들이 제겐 언제나 이렇습니다. 눈도 즐겁고 이야기도 재밌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나면 '솔직히 뭘 어쩌라는 건진 잘 모르겠군'이란 생각이 드는. ㅋㅋ

 어쨌거나 미장센, 비주얼 집착 변태 아저씨가 아예 등장 인물들의 생김새까지 하나하나 다 손수 깎아 만든 작품답게 매우 즐거운 볼거리였구요.

 특유의 찐따미가 흘러넘치는 캐릭터들 덕에 아이들 모험 영화 같은 전개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특별히 일본 문화, 일본 아이템들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작품이구요.

 그렇게 일본 것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오히려 웨스 앤더슨 영화들 중엔 상당히 순한 맛으로 즐길만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 근데 아무리 12세 관람가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라고 해도, 개들의 인간 주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아무 비틀기 없이 이렇게 정직하게 긍정적으로 그려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사실은 비꼬는 중인가?'라는 의심을 할 정도였는데 결국 비꼬기도 아니었던 걸로. 웨스 앤더슨은 정통 개파인가봐요. ㅋㅋㅋ



 ++ 그렇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상의 고양이파들이 여론을 왜곡하려 몸부림쳐도 현실은 개파의 압도적 승리죠. 고양이파 따위!! 개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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