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도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런 글을 쓸만한 사람인 것을 납득했다'가 '응 너 개새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일 것 같은 기분에 좀 부연해야 할 필요를 느껴 짧게 씁니다.


제 입장은 피해자 중심주의는 '본질적으로' 남용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피고의 권리는 쉽게 짓밟힐 위험 또한 상존하므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범죄의 특수성으로 인해 객관적 증거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명백한 오판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것도, 그 유무죄의 판단을 내리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어떤 시스템을 택하더라도 오판의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객관적 증거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원고 일방의 주장에 입각한 판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오판을 낳는다 단언할 수도 없을 거예요.


그러니 만일 그로 인해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국가가 책임을 무겁게 지는 것으로 최소한의 균형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 보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보완장치 없이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라 윽박지르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면서 피해자 중심주의의 취지를 훼손하고 그 정당성이 의심받게 된 부분도 없지 않을 겁니다.

뭐 그렇게 흘러간 경위도 이해는 갑니다만..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둘 수는 없겠죠.


한국 사회가 사법적 오판이나 멍청한 정책과 같은, 공권력에 의한 개인의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결합하면서 이같은 오판이 치명적일 뿐 아니라 회복조차 불가능한 피해를 입히곤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상상된 기우로 치부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다음 두 기사는 사법기관의 오판으로 인한 개인의 피해가 어떻게 달리 취급되는지 보여주는 한국과 미국의 최근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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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05/470756/


미국에서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30년 넘게 옥살이를 한 흑인 형제에게 배심원단이 847억 원에 이르는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14일 재판에서 형제 사이인 해리 매컬럼과 리언 브라운에게 각각 3천100만 달러의 피해 보상금을 포함해 총 7천500만달러(약 847억원)의 지급을 명령했다.


3천100만 달러는 억울하게 복역한 기간인 31년 동안 1년에 100만 달러씩 보상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징벌적 배상금 1천300만 달러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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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4122431


...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지목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인물에게는 징역 6년이, 나중에 잡힌 진범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법원이 같은 사건에 이같이 다른 잣대를 들이댄 건 반성과 자백 여부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재판부는 지난달 18일 미성년자 여성 상습 성폭행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11개월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90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수사의 미흡한 점은 있지만, 책임을 물을 정도의 잘못이 없다는 이유였다.

...

그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준 것은 수사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닌 딸인 저"라며 "(억울한 옥살이의 책임소재에 대해) 경찰은 검사에게 죄를 넘기고, 검사는 법원에 넘겼으며, 법원은 그저 유감이라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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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박원순 피해자와 조동연 씨를 바라보는 제 시각에 큰 온도차 혹은 편향이 있다 생각하실 지도, 또 그게 민주당에 대한 제 혐오에 기인하는 것이라 여기실 수도 있겠으나..


저는 그저 입증책임이 따르는 진술이 더 신뢰할만 하다 여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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