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노>에 훅 가서 영화 <7급 공무원>을 dvd로 빌려봤다가 깜짝 놀랐더랬습니다. 솔직히, 같은 작가가 썼다고 하면, 작품은 달라도 일관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랄까, 그런 게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편견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7급 공무원과 추노는 도저히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거든요. 모르고 봤다면 같은 작가가 썼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을 만큼이요. (뭐 생각해보면 작품마다 내놓는 스타일이 천차만별인 작가가 한두 명이 아닙니다만...)

 

7급 공무원 보면서 이상하게도 윤제균 감독이 떠오르더라구요. 잽처럼 날리는 코믹한 대사라든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태연하게 영화 속에 넣어버리는 뻔뻔함(건달이 학교 간다/ 국정원 직원들이 첩보전을 벌인다 같은..) 등등 뭐 그런 거 말이죠. 물론 윤제균 감독보단 덜 저질이고 덜 성적입니다만.

그런데 이런 뻔뻔함이 이상할 만큼 쫄깃하게 맛있어서, 7급 공무원을 다 볼 무렵에는 '혹시 이런 뻔뻔하게 웃기는 내용이 천성일의 주특기가 아닐까?' 하는 의혹까지 들었더랬습니다. 아무튼 하나는 확신했죠. 드라마 <도망자>가 7급 공무원 아니면 추노 둘 중 하나의 분위기로 나올 거라는 사실. 저는 <7급 공무원>에 배팅했습니다.

 

뚜껑을 연 결과는 역시나.. <7급 공무원>의 탐정판 버전이네요. 물론 7급 공무원보다는 도망자 쪽이 스케일(?)이 더 크지만.(해외로케 정말 많이 했더구만요...)

첫 장면, 볼거리를 위한 볼거리씬은 너무 유치뽕해서 뭐가 떠올랐냐면, 이소룡의 <용쟁호투>,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가 눈앞을 스칠 정도였습니다. 뭐 옛날에 봤을 땐 멋지긴 했지만 지금 보면 완전 대박 촌스러운 그런 액션씬 있잖아요. 비의 똥폼잡기는 이소룡, 성룡보다 더 과하기도 했구요.

<아이리스> 때도 그랬고, 여러 해외로케 씬에서 많은 감독들이 <들인 돈만큼 화면에 드러내야 한다, 촬영에 협조해주신 고마운 현지인들에게 영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지 해외로케 씬만 나오면 필요이상으로 늘어지고, 어깨에 힘을 꽉 주는 바람에 내용이 종종 산으로 가는 수가 있잖습니까(사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현재로선 시청자들이 그런 장면들에 큰 감동을 느낄 리 없는데.....)? 도망자도 그런 함정에 빠지나 싶어서 우려했는데, 생각보단 덜 늘어지고 빠르게 처리하더군요. 그렇다고 산만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초반의 어이없었던 그 액션씬을 빼면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비의 오바연기가 거슬리긴 했지만(씨티헌터 생각한 사람 저 혼자만은 아니었을 듯), 훅훅 터지는 뻔뻔한 대사라든가 빠른 전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지나치게 비장해서 부담스러웠던 추노보다는 아예 뻔뻔하고 유치하게 나가는 도망자 쪽이 어떤 면에선 더 마음에 드네요.

 

 

사족 : 1화에서 최고의 명연기는 데니안의 극비열무도한 팀장 연기였습니다. 데니안이 씩 웃을 때마다 브라운관에 파리채를 갈겨버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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