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1994년작입니다. 3년 뒤면 30주년!! 장르는 스릴러에 런닝타임은 95분.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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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무너지던데!!!)



 - 영국의 세 젊은이가 나옵니다. 직업이 기자, 회계사, 의사니까 돈은 잘 벌 것 같습니다만 암튼 공동 주택 꼭대기층 집에 함께 세들어 살고 있는데 집이 아주 드넓고 방도 한 개 남아요. 그래서 집세 공동 부담할 룸메이트 하나를 추가하려고 하는데, 이 셋이 이미 너무 친해져버려서 룸메이트를 아주 까다롭게 골라요. 어찌보면 그냥 얘들 성격이 진상이라 룸메이트 면접(...)을 핑계로 싸게 방 구하려는 사람들 우롱하는 걸 즐기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암튼 그러다 결국 선정된 뉴비 룸메이트 아저씨는 들어온지 며칠만에 방문 걸어잠그고 마약하다 과용으로 사망하구요. 경찰에 신고하려다 보니 침대 밑에 현찰이 가득 담긴 가방이 있네요. 어쩌나... 하고 고민하다가 '걍 시체 숨기고 이거 우리가 나눠먹자'로 의견 통일. 아무리 죽은 사람이라지만 증거 인멸을 위해 해야할 번거로운 일이 워낙 많아서 갈등이 좀 생기지만 어찌저찌 해결하구요.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우리의 회계사 친구가 멘탈이 나가버려서 이상한 행동을 시작하구요. 동시에 그 돈을 찾길 원하는 조폭들이 움직이구요. 얼마 뒤엔 경찰까지 출동해서 이 셋의 멘탈을 곱게 곱게 아주 미세해질 때까지 갈아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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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만 멀쩡한 개차반 3인조)



 - '트레인스포팅'의 엄청난 성공에 살짝 가려진 느낌이지만 이것도 여러모로 전설적인 영화죠. 일단 대니 보일 리즈 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아주 간단한 나쁜 짓 하나만 저지르면 갑부가 된다'는 상황에서 일이 꼬이고 꼬이다가 결국 잘 지내던 친구들 관계가 파탄이 나는 류의 스릴러 유행을 불러오기도 했구요. 또 여기에서 보여지는 '신세대 젊은이들!' 이미지가 한동안 한국 영화들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죠. 결말은 달라도 대충 이 영화 속 이야기를 비슷하게 흉내내 보려는 한국 영화들이 한동안 여럿 튀어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들 중 대부분은 참 보면서 낯부끄러워지는 작품들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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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보니 이 분 참 예술적으로도 돌아가셨네요.)



 - 어쨌거나 무려 27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음... 좀 그렇네요. ㅋㅋㅋ

 유완 맥그리거의 뽀송뽀송 젊은이 시절 모습도 좋고,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도 좋고 그 시절 기준 서양 젊은이들의 그 시절 기준 폼나는 라이프 스타일도 헤헤 웃으며 구경하기 좋구요. 역시 그 시절 기준 폼나고 독특했던 대니 보일의 연출 기법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 좋은데...


 지금와서 보기엔 이야기가 좀 많이 허술해요. 가장 순하고 심약하던 회계사 친구의 흑화도 나름 동기는 분명히 설명이 되지만 좀 갑작스럽게 너무 나가는 느낌이고. 조폭들이나 경찰들이 주인공들을 조여오는 전개도 뭔가 중간에 많이 건너 뛴 느낌이구요. 세 친구들의 관계와 심리 묘사도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대충이 아닌가 싶었네요. 물론 뭐 '덜 중요한 부분은 버리고 취사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긴 한데요. 어쨌든 영화는 역시 그 시절에 봐 주는 게 최선이구나... 라는 생각을 보면서 많이 했습니다.


 특히나 그 27년동안 비슷한 류의 이야기가 참 많이 쌓였잖아요. 또 그 중에 수작들도 많다 보니 보면서 자꾸 이런 면은 이것보다 못하고, 저런 면은 저것보다 별로이고. 이런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이 영화가 더 먼저지만 뭐 어쨌거나 지금 다시 보는 입장에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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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송뽀송 맥그리거씨. 하지만 셋 중 가장 개차반...;)



 - 근데 사실 제가 이 영화를 그 당시에도 보긴 했어요. 기억이 거의 사라져서 그렇지 보긴 했었고. 그래서 그런 재미는 있었습니다. 와 그 시절엔 저게 진짜 폼나 보였는데! 그 시절엔 그냥 쟈들이 정말로 관계도 좋아 보였는데!! 그 당시엔 연출도 진짜 기발하고 폼난다 생각했는데!!! 나이 먹고 다시 보니 느낌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뭐 이런 재미요.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 세 젊은이의 '폼나는' 생활은 그냥 비현실적으로만 보이구요. (얘들은 도대체 돈이 많은 거야 없는 거야??) 그 셋의 관계도 처음부터 그다지 견고한 관계가 아니라는 게 확 눈에 들어오구요. 게다가 애초부터 셋 다 성격이 개차반이거나 그냥 매우 별로였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제일 신기했습니다. 이걸 처음 보던 당시 제게 붙어 있던 세기말 20대 정서가 다 씻겨 내려가니 보는 기준이 이렇게 달라지는가 싶기도 하고. 또 그만큼 제가 늙었구나 싶기도 하구요. 다만 이 셋의 관계가 전혀 견고하지 않더라... 는 건 애초에 감독이 의도한 거였겠죠. 제가 그 시절에 둔해서 눈치를 못 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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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인 잡기보다 걍 주인공들 멘탈 갈아내기에 더 열심이셨던 형사님들. 왜 그러셨나요...)



 - 어쩌다 보니 열심히 깎아 내리는 듯이 글을 적고 있는데요. 지금 봐도 재밌는 영화인 건 분명합니다. 셀프 추억팔이 요소들을 빼고 봐도 긴장감 있게, 심심하지 않게 잘 만들었어요. 아무리 셋 다 원래부터 그런 놈들이었어! 라고 생각해도 결말의 씁쓸함은 어디 가지 않구요. 특히 앤디 윌리엄스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엔딩 장면은 참 지금 봐도 훌륭하더군요. 


 (영화의 엔딩 장면을 그대로 잘라서 올린 영상입니다. 영화를 안 보셨다면 당연히 강력 스포일러!!!)


 또 어쨌거나 그 회계사 친구의 심리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장면들의 아이디어와 연출은 지금 봐도 아주 좋습니다. 너무 그 분에게 몰빵해서 나머지 둘, 특히 의사 캐릭터의 심리 묘사에 신경을 덜 쓴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지만요. 갸는 끝까지 그냥 뭔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나름 가장 똘똘하게 자기 살 길 챙기려고 애쓰는 캐릭터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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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반 이후 분위기를 장악하시는 회계사 젊은이. 이렇게 보니 무슨 13일의 금요일 같네요.)



 - 종합하자면.

 지금 봐도 괜찮게 잘 만든 스릴러입니다. 대니 보일 특유의 독특한 장면 연출들도 보기 좋구요.

 이야기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좀 있긴 하지만 27년전 영화이고 이런 스토리의 원조까진 아니어도 엄청 선배격이라는 걸 생각하면 뭐 그것도 괜찮았구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내친 김에 아이 오브 비홀더랑 트레인스포팅도 다시 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트레인스포팅은 심지어 속편도 있잖아요. ㅋㅋ

 하지만 어차피 다들 이미 보셨을 영화라 특별히 추천 같은 건 필요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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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젊음입니다!!!)




 + 이런 류의 스토리를 가진 영화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샘 레이미의 '심플 플랜'입니다. 참 잘 만든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당시에 비슷한 영화들이 꽤 많아서, 그렇게 '막 재밌는' 류의 영화가 아니라서 조용히 흘러가버리긴 했습니다만. 



 ++ 그러고보니 옛날에 이 영화를 볼 땐 제목의 의미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알고 보니 되게 직설적인 제목이었네요 이거. ㅋㅋㅋ 세 사람의 얄팍한 관계와 결말까지 암시하는 제목인 듯 하기도 하구요.



 +++ 포스터 짤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건데, 2015년에 재개봉했었군요 이 영화. 전혀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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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개봉 당시 버전 포스터도 올려 봅니다. 아이고 저 정겨운 폰트...



 ++++ 심심풀이로 주연 배우들의 이후 출연작을 찾아보는데, 회계사님께서 최근에 무려 '토르: 다크 월드'에 출연하셨네요. 그래서 짤을 찾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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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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