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9 17:01
- 1991년. 이제 31년된 영화 되겠습니다. 오오 고전!!! ㅋㅋㅋ 런닝타임은 1시간 58분이고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거 뭐 안 본 사람, 혹은 안 봤어도 결말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하하하;
(이 포스터 또한 90년대 포스터들 중 전설의 레전드급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하는 포스터였죠.)
- 개인 트레이닝 중인 록키 마냥 산길을 홀로 달리는 조디 포스터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달리는 와중에 교관으로부터 얼른 상관에게 가보라는 말을 듣네요. 그리고 뭐... 다 아시잖아요? ㅋㅋ '버팔로 빌'이라는 연쇄 살인마 사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수감 중인 레전드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님을 만나보라는 거죠. 이후는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ㅋㅋㅋ
(다들 렉터 얘기만 하고 싶어하는데, 엄연히 주인공은 이 분입니다. 존재감이 쳐지는 것도 아니고 좋은 주인공인데 그냥 렉터 이미지가 워낙 세서... ㅋㅋ)
- 제목에도 적었듯이 이 영화는 그냥 원조, 레전드, 시발점 뭐 이런 표현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영화이고 2022년 시점에서 생각해봐도 그게 맞습니다. 엽기적인 방식의 연쇄 살인마 영화의 원조는 아니어도 그런 살인마를 '텍사스 전기톱 뭐뭐' 시리즈 같은 공포물이 아니라 멀쩡한 수사물 형식으로 잡으러 다니는 이야기의 유행을 불러 일으킨 건 맞구요.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의 카리스마 연쇄 살인마 유행의 원조인 것도 맞구요. 감옥에 갇힌 천재 범죄자와 공조해서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이야기의 원조격인 것도 맞구요. 또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렉터가 하는 짓이 결국 프로파일링이거든요. 이걸 장르물에서 이렇게 폼나고 신묘한 수단이라는 이미지로 유행 시킨 것도 결국엔 이 영화일 겁니다. 이 영화의 히트 이후로 참으로 길고도 폭넓게 이어졌던 그 많은 연쇄 살인마 수사극들을 생각하면 나름 그 계보에서 한 자리 크게 차지하고 있는 '세븐' 조차도 결국 고개를 조아려야할 영화가 바로 이 '양들의 침묵'이겠죠.
(그리고 그 중심엔 세븐의 존 도우 따윈 들이대 볼 수도 없는 최고 존엄 한니발 렉터 사마가 계시구요.)
- 근데 그 '원조' 퍼레이드에 한 자리 더 넣어줘야할 게 바로 주인공 캐릭터, 클라리스 스털링입니다. 야무지고 똑똑하고 연애 같은 거 관심 없으면서 열일하는, 미녀지만 섹시한 일은 전혀 안 하는 여성 수사관 캐릭터이면서 심지어 주인공. 이라는 점에서 역시 또 거의 원조격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다만 이런 캐릭터의 계보는 그렇게 성실하게 이어지진 않았네요. 가장 가까운 캐릭터를 들자면 스컬리가 있겠는데. 그 외에 비슷한 포지션으로 등장했던 안젤리나 졸리, 산드라 블럭, 애쉴리 주드 등등이 맡았던 캐릭터들은 스털링이나 스컬리에 비하면 다들 '어여쁜 섹시 스타'의 이미지가 많이 짙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그리고 영화를 수십년만에 다시 보니... 어라? 의외로, 애초에 그냥 영화가 대놓고 주인공의 그런 성격을 캐릭터의 핵심으로 두고 전개되네요.
리즈 시절 비주얼을 뽐내는 조디 포스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놓고도 특별히 여성스럽거나 무슨 노출이 있거나 그런 차림새는 전혀 없구요. 특별히 멋을 부리고 나오는 모습도 한 번도 없고. 안 꾸며봤자 조디 포스터라는 자신감!!! 시작부터 끝까지 일만 아는 일바보 캐릭터인 데다가... 사실상 등장하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다 이 분에게 추근거리거나 성희롱을 걸어대는데 정말 1도 안 흔들리고 1도 관심 없다는 태도 하나로 시작부터 끝까지 밀어붙여요. 게다가 그 와중에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FBI 연수원, 경찰서, 감옥 등등의 환경에서 남자 무리들이 스털링을 성적 대상화하고 차별하는 묘사가 선명하게 계속됩니다. 아아 이런 전설의 명작이 알고 보니 PC 사상에 물든 페미 영화였다니 마압소사... ㅠㅜ
(이 장면도 충분히 노골적인데)
(곧 이런 장면이 또 나오고)
(인물 관계를 생각해봐도... ㅋㅋㅋㅋ)
- 사실 본격 수사물로 생각하고 평한다면 2022년 기준으로 칭찬해주기 애매한 구석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니발 렉터의 그 프로파일링은 진짜 순전히 야매에요. 요즘엔 평범한 범죄 시리즈물 매니아만 돼도 다 생각해 봄직한 뻔한 아무 말들을 툭툭 던지는데, 그게 작가님의 주인공(?) 보정을 받아 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 뿐이죠. "어려서 학대를 당했을 것이야! 성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을 게야!! 아닌 척하지만 분명 첫 희생자와 뭔가 관련이 있는 녀석이겠지... 훗훗훗." 뭐 대략 이런 게 이 영화에서 렉터가 보여주는 천재성입니다. 하하. 물론 1991년 기준으로 생각해야겠지만, 지금 보긴 그렇다구요.
그리고 그 프로파일링을 기반으로 스털링이 범인을 찾아내고 잡는 과정도 그렇습니다. 도대체 그 지역 경찰들은 뭐 한 거야? 라는 생각만 들어요. ㅋㅋㅋ 사람 죽여서 가죽 뜯어내는 일을 하는 연쇄 살인마가 설치고 있는 상황인데. 희생자 직장 동료들도 한 번 제대로 안 털어보고 뭐 하고 있었던 건데요.
또한 그 유명한 렉터 박사의 탈출 작전도 그렇죠. 우글거리는 경찰 숫자로 분위기만 그럴싸하게 잡았을 뿐 보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하고, 또 탈출 과정도 지나치게 운이 좋아요. 현시점에서 평가하자면 '우왕 아이디어 고풍스러워서 좋고 어쨌든 연출은 잘 했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무관심 속에 싸늘히 식어가는 그 분... 버팔로 빌. ㅠㅜ)
-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재밌는 영화에요. 네 즐겁게 봤습니다.
일단 앞서 말했듯이 <<<<<<<원조>>>>>>>의 품격이 있습니다. ㅋㅋ 한니발 렉터의 따라쟁이들이 수백명이 나왔다고 한들 그것 때문에 한니발 렉터의 가치를 깎아 내릴 필요는 없는 것이구요. 요즘들어 똑똑하고 당차며 일만 열심히하는 여성 수사관 캐릭터가 매년 한 트럭씩 튀어나온다고 한들 역시 클라리스 스털링의 가치를 낮출 필욘 없겠죠.
(이렇게 생긴 감옥도 내가 원조라고!!!)
게다가 두 배우가 정말 좋습니다. 제가 워낙 장르물 위주로 영활 보다 보니 이젠 정말 '카리스마 천재 살인마' 캐릭터 같은 건 등장하는 순간 학을 떼는 사람인데요. 안소니 홉킨스의 렉터 연기는 지금 봐도 좋아요. 위험하면서 근사하고. 또 정말로 머리가 좋아 보입니다. ㅋㅋ 풋풋하기 그지 없는 모습의 조디 포스터 역시 일밖에 모르는 열정 바보 캐릭터로 딱이구요. 또 둘이 서로 거리를 두고 선문답을 주고 받으며 조용히 벌이는 심리적 공방전 같은 것도 상당히 절묘하게 표현이 됩니다.
또한 리즈 시절 조나단 드미의 연출도 상당히 좋습니다. 뭐 '세븐'의 데이빗 핀처나 훗날 이 영화의 속편을 만든 리들리 스콧처럼 간지 터지고 세련된 비주얼 같은 걸 보여주진 못합니다만. 뭔가 좀 투박한 듯 하면서도 상당히 효율적으로 관객들 신경을 긁더라구요. ㅋㅋ 또 주인공들, 특히 스털링의 심리 묘사 같은 것도 좋았구요.
(무려 잔소리 하나만으로 옆방 사람을 자살 시킬 정도의 신경 긁기 능력자 렉터옹!)
- 뭐 더 얘기할 게 있겠습니까. ㅋ
재밌게 봤습니다. 세상 모든 '원조'가 다 그런 건 아닌데, 이 영화는 '원조의 품격'이라는 말을 붙여줘도 아깝지 않을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혹시라도 아직 안 보신 분들. 혹은 봤지만 저처럼 내용 거의 다 까먹으신 분들은 특별히 볼 것 없을 때 다시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만 해도 두 시간 다시 투자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진짜로 그냥 둘이 대화하는 것만 보고 있어도 긴장되고 재밌어요. 이런 영화 흔치 않죠.
+ 극중에서 클라리스가 웃고 떠들며 다정하게 지내는 휴먼이 딱 하나 있는데 룸메이트인 여성 캐릭터죠. 당시에 전 어려서 아무 생각 없었지만 많이들 커플링하며 즐거워했겠다... 는 생각을 하고 보니 조디 포스터는 당시에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동성애자였고 그렇군요. 물론 전 몰랐습니다만. ㅋㅋ
++ 더 이상 덧붙일 건 없고 사진이나 몇 장.
장난꾸러기 홉킨스옹.
...근데 사실 홉킨스옹은 그때도 이미 나이가 많아 보여서 아직 살아 계신 게 놀랍... ㅋㅋㅋ 확인해보니 당시 한국 나이로 55세셨네요.
그리고 당시 30세였던 조디 포스터. 그러고보니 당시 기준 본인 나이보다도 많이 어려 보이는 외모였네요. 영화 보면서는 20대 초중반 정도로 생각했어요.
2022.01.09 17:27
2022.01.09 18:21
전 속편들은 하나도 안 봤는데요. 속편들보단 오히려 이 영화랑 별개로 먼저 나왔던 '맨헌터'가 더 보고 싶은데 그건 뭐 vod로는 볼 수 있는 곳이 아예 없나봐요. 아무리 검색해봐도 안 나오네요. ㅋㅋ 나중에 심심하면 볼 수 있는 속편들이라도 볼까 합니다. 평가가 마구 좋진 않아도 동시에 되게 나쁘지도 않더라구요.
클라리스 캐릭터는 뭐 시리즈로 만들려면 당시에 나왔어야 했을 것 같아요. 이젠 비슷하게 빠릿 성실 똑똑하고 연애 안 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워낙 많아서 딱히 차별화할만한 부분이 없죠.
2022.01.09 19:21
[맨헌터] 권해 드리고 싶었는데 역시 한국에서는 볼 수 있는 곳이 없었군요. 저도 안 보기는 했는데 나중에 ([맨헌터]를 지워 버릴 심산으로?) 나온 [레드 드래곤]이 개성은 좀 없어도 수사물로서 괜찮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앤소니 홉킨스 외에도 에드워드 노튼, 레이프 파인즈, 하비 카이텔, 에밀리 왓슨, 메리-루이즈 파커, 필립 시모어 호프먼, 빌 듀크… 라는 말도 안 되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라서 결국 한 번은 볼 것 같습니다.
2022.01.09 20:34
듀나님께선 그 화려 캐스팅을 '영화를 A급처럼 보이게 하는 게 목적' 이라고 단호하게 잘라 평하셨더라구요. ㅋㅋ 그래도 배우들 연기를 폄하하진 않으셨지만요. 근데 정말 그냥 구경만해도 흡족할만한 배우 라인업이라 저도 보긴 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기대치는 낮을만큼 낮으니까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2022.01.09 21:11
2022.01.09 21:27
그쵸 레드드래곤은 무개성...에 어쩜 그 플롯을 가지고 그렇게 밍밍하게 만들었나 싶죠ㅎ
원작소설 보면 양들의 침묵 만큼이나 파격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텐데.. A급 배우들 캐스팅하고 안전하게 가려다보니 너어무 무난한 스릴러 수사물로...
티비 시리즈 "한니발"이 한니발 - 윌그레이엄을 주역으로 스타일과 플롯 면에서 훨씬 나은 이야기를 보여주긴 했죠.
그래도 전 러시아워 시리즈 같은 영화 찍던 브렛 레트너 데려다 놓고 만들었는데 이정도가 어디야 싶었습니다ㅎ 오히려 기대를 엄청 한 리들리 스콧옹이..ㅠㅠ
마이클만의 맨헌터는 주기적으로 VOD 검색하는데 어느 곳에도 안올라오더군요.
DVD는 있던데 이참에 장바구니에..
2022.01.10 18:04
2022.01.09 18:20
2022.01.09 18:22
그래서 로키 아빠로 나오셨나봅니다. ㅋㅋ 정말 마블 영화 한 번 안 나온 배우 찾기 힘들죠...
2022.01.09 18:24
엄. 죄송하지만 저 빨간폴로티 남자들사이에 조디포스터가 혼자 땀에 젖은 맨투맨티 입은게 어떤 상징인거죠? 가르쳐주신다면(굽신굽신)
2022.01.09 18:56
옷 자체가 뭘 '상징'하는 건 아니고요, 저렇게 스틸 사진으로만 보면 확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실제 영화에서 보면 기골이 장대한 남자들로만 가득 들어찬 엘리베이터에 클라리스가 탑승하면서 왜소한 체격이 큰 대비를 이룹니다. 이게 FBI 연수원 내부 장면인데, 그런 식으로 클라리스가 흉악범들과 맞서기 전부터, 이론적으로는 '자기 편'인 곳에서조차, 남자들의 사회 안에 갇히고 고립된 존재라는 게 영화 내내 시각적으로 수차례 강조돼요.
2022.01.09 19:05
앗. 이런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전 그냥 '남자들 사이에서 고립됐다는 거죠' 이상으론 설명해드릴 능력이 없었는데요. 하하.
2022.01.10 18:09
2022.01.09 18:25
이 영화라면 너무 많이 봤는데, 신이 나서 할 말이 많아지네요 ㅎㅎ 저는 한니발보다도 클라리스 캐릭터에 푹 빠졌었어요. 조디 포스터 팬이 된 것도 이때부터였죠. 피고인도 챙겨봤는 걸요. 디테일한 묘사때문에 좀 괴로운 영화이긴 했습니다만. 후에 평론가들이 짚어줘서가 아니라 어린 마음에도 저 엘리베이터에서의 씬은 굉장히 강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이 외 창살 사이로 클라리스가 렉터에게 서류를 건네주면서 슬쩍 둘의 손가락이 닿던 장면도 기억합니다. 후에 누군가 '손가락 통정'이라 표현하길래 하, 내 말이! 싶었죠. 한니발이 탈출할 적의 시체 전시도 강렬했구요. 지금 생각해봐도 구석구석 연출이나 미장센이 참 좋습니다. 한니발이 카리스마 살인마 시조새 캐릭터이긴 해도 그런만큼 장르물에서 새 장을 연 캐릭터 아니겠습니까. 우선, 카리스마와 통찰력이라는 환타지가 부여되려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하는데, 안소니 홉킨스의 지적인 외모나 적당한 나이가 이에 찰떡으로 부합하죠. (첨언하자면, 얼터드 카본에서 영생을 거듭하는 남성 빌런 캐릭터가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본인이 젊은 남성의 육체를 취하지 않고 중년 남성으로 계속 사는 이유는 '중년 남성'이야말로 현실 세계에서 권위와 카리스마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뭐 이런 식의 얘기를 해요. 미래세계에서도 여전히 그런다니 좀 아쉬웠지만요.) 무엇보다 교양과 품위를 갖춘 빌런들은 보통 자기 손에 피는 안묻히는 최후 흑막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는데 르네상스가 어쩌니 프로이드가 저쩌니 하는 인물이 식인이며 온갖 해괴한 짓을 해대니 참으로 유니크했죠.
원작 소설 3부작도 읽어 보았지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만큼 영화는 원작 초월이에요. 그리고 소설 3부인 한니발은 중년 아재의 환타지가 더 집약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조디 포스터로서는 출연을 고사할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영화 결말이 달라지긴 했지만요. 한니발도 보긴 했는데 노잼이었고, 줄리언 무어라는 배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죠.
그 시절 정말 재밌게 보았던 영화로(+배우 쇼크: 니콜 키드만 리스펙하게 됨) 이거랑 투다이포가 기억에 남습니다. 심지어 투다이포 감독을 조나단 드미로 착각해서 기억하고 있었네요.
2022.01.09 18:43
2022.01.09 19:00
소설에서는 금발이었군요. 그 전 영화인 피고인이나 뒤로가는 남과여에서는 본인 머리색인 금발로 출연했던데 머리색을 바꾼 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더 똘똘해 보이긴 하더군요. '덤블론드'라는 스테레오 타입에 구애받지 않는 한국인이지만요. 저는 소설 3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영화로 처음 접해서인지 저 남성들로 가득찬 엘레베이터에 들어가 고군분투한 결과가 이거야? 라는 실망감이 ㅠ 건 그렇고, 넬같은 영화가 조디 포스터에 어울리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ㅎㅎ 줄리앤 무어는 꼭히 한니발 때문이라기보다 제가 즐겨 본 영화가운데 줄리언 무어의 매력을 캐치할만한 작품이 하나도 없었어요. 킹스맨2에서 출연했던 것도 기억에 남지만 그것도 그냥 그랬고, 걍 개인 성향 상 배우 자체에 흥미를 못느낀 탓이 큽니다.
2022.01.09 19:31
2022.01.09 19:07
"손가락 통정"은 박찬욱 감독이 평론가 시절에 썼던 표현일 거예요. [비디오드롬/영화 보기의 은밀한 매력]에서 읽었던 기억입니다. 지금은 [박찬욱의 오마주]에서 읽을 수 있겠지요.
저도 원작 초월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를 쓴 마리오 푸조와 마찬가지로 그냥 베스트셀러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썼을 뿐인데(물론 그것도 결코 무시할 일은 아니지만요) 영화가 지나치게 훌륭하게 나오는 바람에 역으로 원작도 무심코 불후의 걸작처럼 여겨지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평생 소설을 여섯 권밖에 쓰지 않았는데 뛰어나다고 할 만한 영화가 셋이나 나왔으니 그것도 참 큰 복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다른 두 편은 존 프랑켄하이머가 연출한 미식축구 경기장 테러 스릴러 [검은 일요일], 그리고 마이클 만이 [레드 드래곤]을 영화화 한 [맨헌터]입니다.)
2022.01.09 19:25
2022.01.09 20:44
영화 개봉 당시엔 제가 어렸어서 어른들(?) 평을 알 길이 없었는데. 또 당시엔 인터넷도 없었고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스크린, 로드쇼가 거의 유일한 정보 창구였으니 클라리스 캐릭터에 대한 그런 평가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죠. 저도 사실 걍 우왕 렉터 짱! 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클라리스 캐릭터 설정이나 그가 겪는 소소한 일들이 넘나 선명하게 중요 스토리라인을 형성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역시 뭘 알아야 영화를 봐도 이해를(...)
그 손가락 장면 때문에 별의 별 말이 다 나왔었죠. 첨엔 아빠-딸 같은 관계 같다가 그냥 스승-제자 같기도 하고. 그 장면을 보면 렉터가 노골적으로 흑심을 품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이러나 저러나 클라리스만 기구해지는... ㅋㅋㅋ
맞아요. 나중에 나오는 엘리강스 살인마들은 오히려 엘레강스에 집중하느라 손에 직접 피를 잘 안 묻히고 그랬는데. 우리 렉터 사마께선 걍 산채로 살점을 물어 뜯어 버리시니 임팩트가 쩔었어요. 그 장면 연출을 위해 일부러 전부터 입마개에 시선을 집중시켰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투 다이 포'는 신촌의 극장에 선배랑 보러갔던 게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그런데... 영화 내용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니콜 키드만 예쁨!!!은 선명. ㅋㅋ) 마지막 장면은 되게 분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얼음 위로 샤악 샤악 경쾌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그 장면. ㅋㅋㅋ 지금 확인해보니 그 양아치가 호아퀸 피닉스였고 별 비중 없는 역으로 케이시 애플렉(...)도 나왔군요. 세월 흘러 호화 캐스팅화 된 케이스 중 하나인 듯.
2022.01.09 21:20
조디 포스터와 니콜 키드만을 함께 엮어서 기억하는 이유는, 이 둘이 각각의 영화에서 새로운 여성 캐릭터와 쓰임새를 보여줬기 때문일 거에요. 니콜 키드만의 경우는 남성들의 음모에 휩싸인 단순화된 팜므 파탈이 아니라 굉장한 연기와 함께 음모의 주체로서 영화를 리드하고 장악했으니까요. 나를 찾아줘의 로저먼드 파이크도 투다이포에서의 니콜 키드만 캐릭터를 참조했다고 하죠. 머릿 속에서 두 영화를 견주어봐도 여전히 니콜 키드만이 너무 빛나네요. 투다이포는 다른 영화 버전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거기선 어떻게 표현됐는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구스 반 산트의 게이 정체성이 어떤 식으로든 영화에 영화를 주었는지 새삼 궁금해지는군요.
2022.01.10 21:47
다른 영화 버전이 혹시 헬렌 헌트가 나온 영화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냥 90년대 스타일의 평범한 TV용 영화입니다
2022.01.09 19:17
로이배티 님께서 본문에도 쓰셨고 노리 님께서도 언급하셨지만, 역시 클라리스 스털링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말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지난 20여 년 동안 한니발 렉터가 지나치게 부각됐으니까요. 그럴 만한 임팩트를 남긴 캐릭터이기는 합니다만, 남자들의 사회 안에서 고립된 채 분투하는 용감하고 지적인 사회 초년생 여성의 이야기라는 명백한 사실이 종종 잊힐 만큼 중년 남성 식인 연쇄 살인마 중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심지어 확장돼 왔다는 건 역시 문제가 있어요. 저는 2018년에 미국에서 새로 나온 블루레이를 갖고 있는데 거기 수록된 소책자에 조디 포스터가 새로 서문을 썼어요. 조디 포스터도 역시나 그런 상황이 못마땅했는지 '한니발 렉터 인상적인 거 나도 아는데 이거 클라리스 스털링 이야기라는 거 잊지 맙시다'라고 썼더군요.
2022.01.09 19:27
2022.01.09 20:47
아무래도 1991년에 나온 영화니까요. 당시 기준과 요즘 기준이 전혀 다르니 이제는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 당시 기준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구요. 진짜로 마지막에 남자에게 구출되어 키스 한 번 멋지게 해주는 게 장르물 속 여성 캐릭터의 본업(?)이었던 시절이니까... ㅋㅋ
2022.01.09 20:48
클라리스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리려 노력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특히 마지막에 버팔로 빌과 대치하는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서 나왔던 훈련 장면의 교훈대로 열심히 대처하려 하는데 긴장해서 벌벌 떨고 동작도 각이 안 나오고... 그런데도 어떻게든 애를 써서 결국 이겨내는 식이더라구요. '장르물 클라이막스니까!' 하고 갑자기 성장 끝내고 각잡힌 대처로 처단하는 게 예측 가능한 루트였는데, 감독이 생각보다도 더욱 진심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2022.01.09 21:30
제게 양들의 침묵은 클라리스의 서사로 우선 읽혔기 때문에 소설 3부에서 클라리스가 아델리아에게 우정 반지를 돌려주는 거 보고 얼마나 빡이 쳤는지요.. ㅎㅎ
2022.01.09 20:55
이 영화에서 클라리스가 제 이상형(?)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제 처음 여자 친구 이미지가 클라리스랑 비슷했고 친구들이 늘 '조디 포스터'라고 부르기도 했었네요. :) 이제는 서로 다 다른 길을 걷고 헤어진 이후에는 만난 적도 없었지만 가끔 동창회에서 친구들이 술 먹으면서 저를 놀릴 때 이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간만에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숨은 팬 중 하나입니다, 로이베티님. :)
2022.01.09 22:34
그냥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해서 미녀 배우 이름을 별명으로 붙이진 않는 것인데요!! ㅋㅋㅋ 그리고 말씀 감사합니다. ㅠㅜ
2022.01.09 21:27
2022.01.09 22:37
맞아요 유명한 에피소드였죠. 무슨 무협 세계의 젊은 능력자와 절세 고수의 만남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밌고 기억에 남더라구요.
하지만 뭐라 해도 결국 이 영화의 서사 주인공이 클라리스이고, 그게 또 상당히 공들여 빚어진 좋은 캐릭터라는 사실은 어디 안 가니까요. ㅋㅋ 특히나 당시 시대를 감안할 때 클라리스도 충분히 기억될 자격이 있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합니다.
2022.01.09 23:07
2022.01.09 23:32
격공이요. 저 MSG 가득한 일화아닌 일화가 웹상에 떠돈지도 수년인데 올려치고 후려치고 하는 게 볼때마다 불쾌하더군요.
2022.01.09 23:44
조디 포스터는 영문학 전공자여서인지 모르지만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인물을 보고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준비를 잘 해 와서 진행을 빨리빨리 도와 준다는 평판이 있던 걸로 아는데 촬영 시작하고서야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본질을 알았다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간 것 같기는 합니다.
어릴 때부터 멜빈 더글라스, 엘렌 버스틴, 드 니로, 마틴 신,피터 오툴과 쭉 연기해 온 배우라 어디 가서 꿀리거나 주눅 들 배우고 아니었고요.
<한니발>을 거절한 것도 괴물의 눈으로 본 세상이라 꿈도 희망도 없어서 거절할 정도로 작품과 자신이 연기했던 클라리스 스탈링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서 그런 거죠.
이와 별도로 저는 <한니발> 좋아합니다. 피렌체의 풍경이라든가 세파에 찌들고 스트레스받고 예민해진 줄리앤 무어라든가 레이 리요타의 능글능글한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요.
2022.01.10 00:00
2022.01.10 00:50
해당씬에서 앤소니 홉킨스가 미리 합의하지 않았던 즉흥연기를 섞은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죄다 MSG 퐉퐉퐉 뿌린 썰이죠. 조디 포스터의 연기는 극중 클라리스가 한니발의 괴기스러운 행동에 반응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그대로 준비한대로 보여주는 것이 티가나죠. 배우가 당황한 티는 전혀...
지금처럼 IMDb 트리비아 같은 걸 찾아볼 수 없던 시절이라 평범한 국내관객들이 정보를 얻기 어려운 걸 이용해서 저런 만행을 저질렀네요. 뭐 소설을 잘 쓰긴 했습니다.
2022.01.10 09:42
저도 저 출처불명의 글 볼 때마다 너무 안소니 홉킨스를 올려치고 조디 포스터를 깎아내리는 것 같아서 어이가 없었는데 이런 글 올려주시니 참 반갑네요. 추천 버튼이 있으면 백만개 드리고 싶군요. 잘 읽었습니다.
2022.01.10 18:23
2022.01.10 18:29
이데올로기 어쩌고 하는 말씀은 도대체 뭔지 이해가 안되네요. 사회적 사실을 그 자체로 판단하라는 주장을 하시면서 과장과 뻥이 들어간 썰을 덧붙이신게 더 말이 안되죠.
2022.01.10 21:43
2022.01.09 22:14
2022.01.09 22:18
저도 무자막으로 봤네요
김기덕이 이 영화 보고 감독 되기로 결심했다는데 무자막으로 봤을 이 영화가 그에게 비춰졌는지가 궁금하긴 했어요
<안달루시아의 개>
2022.01.09 22:39
아니 이런 영어능력자분들... ㄷㄷㄷ 제가 AFKN에서 무자막으로 본 건 '로보텍' 아니면 '케빈은 열두살'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내용 이해를 떠나 그냥 '보고 싶어서' 봤죠. 하하.
2022.01.09 22:14
2022.01.09 22:45
오히려 90년대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이나 개념 자체가 희박했다 보니 반감도 없어서 그런 내용을 다루면 그저 신선하다며 다들 칭찬하고 좋아했다는 느낌이죠. '델마와 루이스' 같은 영화가 지금 나왔음 반응이 어땠을지... ㅋㅋ
그러고보니 그렇게 좋은 해석이 가능하군요. 나이를 헛먹진 않았다!! 기억해두고 종종 자존감 부스트용으로 활용해보겠습니다. 하하.
2022.01.10 11:02
이경자 '절반의실패'
중고딩때 엄마책장에 꽂힌거 열심히 읽었습니다. 아직도 그 내용이 생각나는데 주먹이 저절로 쥐어집니다.
2022.01.10 00:03
2022.01.10 00:27
아니 이런 흥겨운(?) 음악이 어디서 나왔지? 했다가 생각해보니 버팔로 빌... ㅋㅋㅋㅋㅋ 영화 볼 땐 신경을 못 썼는데 지금 들어보니 곡 좋네요!
인터넷으로 확인해 볼 길이 없던 시절엔 자주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영화 보고 맘에 드는 곡 때문에 OST 구입했는데 원하던 곡이 없어서 좌절했던 경험이 많네요. 근데 이젠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그것도 걍 좋았던 기억으로(...)
2022.01.10 08:25
2022.01.10 19:08
아아니 이게 뭐죠. ㅋㅋㅋㅋ 양들의 침묵 뮤지컬? 게다가 코믹 버전이네요. 세상엔 참 신비로운 컨텐츠들이 많군요. 하하하하.
2022.01.10 16:02
다들 클라리스와 렉터 이야기만 하시니 전 딴얘기 할래요. 몽크 좋아하시는 분들, 우리의 듬직한 리랜드 스톨마이어 반장이 왕년에는 버팔로 빌이었다는 거 알고 대충격!! 이셨던 분들 많지 않았을까요?ㅋㅋ 에일리어니스트에서도 어쩐지 미워할 수가 없었지요. 그러고보니 묘하게도 연쇄살인마 캐릭터로 유명해져놓고 경찰역을 많이했군요.
2022.01.10 16:41
<히트>에서 연쇄 살인범 하라고 하니 싫다고 해서 경찰 역 했죠
2022.01.10 19:10
연쇄 살인마 캐릭터로 유명해진 게 싫어서 일부러 경찰역을 골랐을지도요. ㅋㅋㅋ
근데 정작 앤소니 홉킨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랩터 흉내 시키는 거 지겹지 않니?'라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그냥 즐겁게 해준다고 답을 했더라구요. '한니발'에 나왔던 결정에 대해 물어봐도 '뭐 좀 그렇긴 하지만 덕택에 울 어머니 병원비 냈으니까?' 라고. ㅋ
2022.01.10 21:59
2022.01.10 16:27
하루키 잡문집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운전하는 귀가길에 자칫 사고를 낼 뻔했다는 글이 있어요. 그만큼 영화가 안긴 후폭풍이 컸다는 뜻이었어요. 이 소설가가 '양'에 대해 특별한 이미지 부여를 한 소설이 몇 편 있는데 자신의 그 '양' 이미지와 연결된 점이 있었던지, 영화가 자신의 의식 깊은 곳을 건드렸다는 내용이었죠. 이 영화도, 책도 오래 전 본 거라서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읽으면서 이 영화가 그렇게 강렬했나...생각했던 기억은 나네요.
2022.01.10 19:12
책은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안 나요. 영화가 워낙 강렬해서 소설 내용이 묻혀 버린 걸 수도 있겠구요. 아무리 같은 캐릭터들이 거의 비슷하게 묘사된다고 해도 이렇게 명배우들을 적절하게 캐스팅해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임팩트를 이기긴 힘든 것 같아요. ㅋㅋ
2022.01.10 21:49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에 나온 거 얘기한 것이었어요. 소설 '양들의 침묵'은 안 읽었고요.
어제 오늘 댓글이 많이 달려 답글 다시느라 수고하십니다. ㅎㅎ
2022.01.10 18:29
2022.01.10 19:16
소설은 잘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지만 영화는 인정합니다. ㅋㅋㅋ
사실 댓글 달리는 거 보고 좀 당황했습니다. 이렇게나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 영화였군요. 어메이징...
무척 좋아하는 영화네요ㅎ
안소니홉킨스-한니발 시리즈 이후로도 챙겨봤지만 본편만한 카리스마가..ㅎ
FBI 여성요원 클라리스의 명맥(?)을 2년 뒤에 스컬리가 이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그 와중에 올해..아니 이젠 작년이 되었네요 여튼 클라리스 TV 시리즈 나온대서 은근 기대했는데 평이 별로더군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