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팀장 짤리고 인사이동 당했습니다. ㅠ.ㅠ

이게 좌천이냐 피신이냐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네요.


3주전쯤 고참 부장이 우리팀으로 올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분도 좀 사연이 있는데, 하여튼 제 입장에서는 고참 부장이 팀원으로 올리도 없을뿐더러 팀원으로 오면 더 힘들어질테니 내가 팀원으로 강등당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연말에 본사 갔더니 이미 소문이 났더군요.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건 직속상사인 부사장이 워낙에 괴팍한 사람이라 '야.. 가팀장이 뭘 잘못했다고 팀장을 갈아치우냐' 라는 소리들을 들었다는거.. 


그런데, 인사발령이 떴는데.. 제가 아에 다른 팀으로 이동이더군요. 

5년전에 하던 업무로 복귀입니다. 웃기는건 저는 전혀 들은적이 없는데, 공장의 몇몇은 제가 복귀할걸 미리 들었다고 하더군요.

1월 1일부 발령인데 31일에 인사발령이 떴고, 뜨자마자 주말 지나고 회의 하자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원래 회사에서 스페셜리스트 취급을 받는 업무를 오래 오래 했었고, 이 업무가 회사의 철저한 비주류라 승진도 잘 안되고 고과도 평범하게 중간만 주는... 얇고 길게 가는 포지션이었습니다. 사실 뜯어보면 별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저 업무는 어려운거야. 난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라는 생각을 하는지라... 평가를 하는 관리자들도 '얘가 무슨 일을 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이 일을 잘하는지도 모르겠는데, 하여튼 빵꾸는 안내는 것 같네' 정도 밖에 평가를 못했었습니다.

이 업무를 벗어나려고 7년을 노력을 해도 못 벗어나다가 우연히 기회가 되었을때 탈출했지요. 

제가 팀 이동을 한다고 회사바낭글을 썼을때도 댓글에 '이동하는 부서도 주류가 아닌것 같은데, 이동하지 말고 거기서 길게 가는게 낫지 않냐..' 라고 달렸던게 기억 납니다.


제가 부서이동을 한 사이에 '그분'이 퇴사를 했고, 업무를 이어 받았던 후배도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해버려서 공장에 이 업무를 하는 사람이 없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가끔 공장 후배들이 업무 물어보려 오기도 했었습니다만.. 


대충 돌아가는 상황 보니, 부사장이 저를 맘에 안들어서 방출시켰고, 제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자 공장에서 옳타쿠나 하고 채왔구나 싶습니다. 

공장 입장에서는 공장장보다 고참인 정년 몇년 안남아 일 벌리고 싶지 않아 하는 팀장을 제가 이전에 일하던 팀으로 보내고, 공장에서 할줄 아는 사람이 없는 업무 '전문가(라고 그들은 생각하는)' 저를 데려왔으니 남는 장사였나 봅니다. 정작 저는 방출당하고 트레이드 시장에 올라갔다가 팔렸다는걸 전혀 몰랐.... (...)


하여튼, 저는 1월 1일 시무식 끝나자마자 현업 여기저기서 기다렸다고 검토해달라, 해달라 하는 업무를 들고 옵니다. 하....  이것들이 나 5년만에 복귀라고..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확인을 좀 해야 일을 하지 않겠니..?


아니 발령은 1월 1일자인데 31일에 인사발령 뜨자마자 팀장이 전화해서 업무분장하게 잠깐 보자고 하더니 이 업무를 할줄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애들한테 나눠줬는데 애들이 할줄을 모르더라 라고 하소연을 합니까..  다들 제가 기분이 안 좋을거라는건 안중에 없는 듯.. 바라는 건 많고..




뭐... 제가 이렇게 강등/이동 당한 상황을 보는 관점이 다양합니다.

이전 부서에 옮겨온 차장은 속마음은 어떻든 겉으로는 '하.. 왜 나를 부사장 밑으로 끌어들이고 전)팀장님은 탈출해요~~ 너무해요요~ ' 하고 있고요.

예전 제가 신입시절 지도사원이었던 선배 부장님은 '잘왔어.. 지금 회사 분위기에서 그 부사장 밑에서 팀장 해봐야 욕만 먹고 스트레스만 받지.. 여기서 조용히 있는게 나을거야' 라고 위로를 해주시고..

연구소에서 스마트 팩토리, AI, 빅데이터 하는 후배들은 '아이고 부장님.. 지금까지 공장에 카운터파트가 없었는데 와주셔서 든든합니다.' 라고 하고요.. 

(아니 근데 내가 일에서 손뗀지가 5년인데 무슨 빅데이터고 AI야... 그게 뭐니..?)

제가 예전에 썼던, 폭탄같은 팀원은 '봐라.. 팀장이 그렇게 FM 대로 하려다가 쫒겨났다. 회사는 FM 보다는 나처럼 불법/탈법을 저지르더라도 결과를 빨리 내는 것을 원한다' 라고 받아들이네요. 하하하... 사실 이 친구 말이 맞습니다. 저는 인사팀이랑 부사장한테 "얘 여기 있다가 큰 사고 친다. 다른 업무로 빼던가, 이 친구가 하는 업무방식이 옳다고 보면 제가 여기에 관리자로 있으면 안된다' 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저를 뺏으니 이 친구말이 맞는거 아니겠습니까? 언젠가 큰 사고 터트릴 것 같은데, 사고 터지기 전에 탈출해서 다행일지도.....



이틀 지났는데 기분은 참 X 같은데...

복귀하고 보니 담당자가 없어 업무 프로세스가 완전히 무너져 있어서 이거 다시 세우는 것도 일이다 싶고..

폭탄같은 팀원과 괴팍한 부사장에게서 이제 스트레스 안 받겠구나...  라는 장점이 있겠지만.

이전에는 기획업무라 업무 스케줄을 제가 조정할 수 있었고, 퇴근하면 연락 안왔지만 지금은 공장에서 24시간 365일 전화 오겠구나... 라는 단점이 생겼네요.


자리 옮기자 마다 이틀간 정신없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다가.. '에잇 나 내일 쉴래!' 하고 연차 냈는데...

내일은 오랫만에 구직사이트 이력서나 업데이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이가 내일 아빠 쉰다고 좋아해서 틈이 날까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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