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4 21:35
아니 만달로리안을 안보셨더라도 특수효과나 영화제작기술들에 관심이 있는분이라면 "디즈니 갤러리: 더 만달로리안"을 꼭 보셔야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비하인드 쇼는 처음봤어요. 어찌보면 본편보다도 더 재밌게 본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시리즈 전체를 지휘한 존 패브로를 중심으로 각각 에피소드를 감독한 데이브 필로니,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맞습니다. 그분이에요.), 타이카 와이티티, 데브라 차우 및 주요 출연진인 페드로파스칼, 지나카라노(왜 그랬니 지나...아아), 칼 웨더스, 주요 기술진인 ILM 친구들, 음악을 맡은 루드비히 고란손 거기에 일부팬덤에게 마녀취급당하는 "디즈니쪽 사람" 캐슬린 케네디까지 아주 알차기 짝이없는 패널들이 8개의 에피에 골고루 분배되어 너무나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줍니다.
루카스가 창조한 세계에대해 제작진들이 엄청 경외심을 품고 있더군요. 사실 본편시리즈만 봐도 느낄수 있는 점이긴했지만 개중에 데이브 필로니의 덕력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나같은 미적지근한 것은 덕후라고 말할 자격도 없어...구석구석 꼼꼼하게 오마주하고 인용하고 성실한 스타워즈 이야기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이것이 아동영화 시리즈라는 것도 아주 잘 신경쓰고 있었고요. 그런 꼼꼼함에 감탄하는 한편 또 만달로리안이 왜 그렇게 테마파크처럼 연출되었는지 아주 잘 납득이 갔습니다. 이친구들은 루카스의 세계에서 액션피겨를 가지고 논다는 마음가짐으로 이시리즈를 만든겁니다. 애초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어요.
배우들 이야기들도 대단히 재밌었어요. 페드로 파스칼은 사실상 성우로 영화에 참여했더군요. ㅋㅋ 지나 카라노는 다시 시리즈에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만큼 매력적이고요. 제국군 악당으로 나온 베르너 헤어초크가 그 요다베이비 인형에다대고 살아있는 아역에게 하듯이 연기지도를 했다는 일화가 특히 재밌었어요 ㅋㅋ 은근히 귀여운 영감탱이라니까요. 스톰트루퍼들 모자라서 코스프레팀들 동원한 이야기도 재밌었고요.
가장 인상깊었던 파트는 제작기술 에피소드였어요. 볼륨은 정말 획기적인 제작환경이더군요. 커다란 창고의 벽과 천장 전체가 LED스크린이고 미리 제작된 배경을 쏴서 인공적인 로케이션을 만듭니다. 그 멋진 장면들이 죄다 세트촬영이었어요 ㅋㅋ 익히 알고있던 그린스크린도 여전히 활용은합니다만 그 비중이 많이 줄었더라고요. 이제는 게임엔진과 VR로 미리 샷바이샷 일종의 "디지털 콘티"를 다 짜놓고 실사 촬영에 돌입합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컷신같은 장면을 카메라 워크 편집까지 고려해 다 미리 만들고 그 지도에 따라 실사연기를 뜨는 방식이에요. (저같은 문외한의 설명보다는 직접 보시는 편이 좋을겁니다. ㅋㅋ) 존 패브로는 엘프 때부터 이미 시각효과에대한 깊은 관심과 소신을 가진 감독이었죠. 특히 스탑모션이나 특수분장 인형같은 고전적 방식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고요. 아이언맨이나 정글북등을 거치면서 그러한 시각효과를 활용하는 능력이 엄청 업그레이드되었더라고요. 물론 기술적 성취야 전문가들이 이룬것이고 재정적인 뒷받침은 캐슬린 케네디같은 "디즈니가이"들이 해준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존 패브로의 결정이었을테니 상당한 공로를 인정되어야 마땅할겁니다.
만달로리안을 정말 즐겁게 본 사람이지만 이 비하인드 쇼를 보고나서 이 시리즈의 역할과 한계도 명확하게 느껴졌어요. 훌륭한 스타워즈 테마파크이자 기타 후속 시리즈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시리즈이지만 결국은 보수적인 팬픽에서 그칠수 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스핀오프들이 적어도 3개 이상 준비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타워즈사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만큼 기대가 큽니다만 소위 라이언존슨3부작으로 알려진 미지의 시리즈 역시 저는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게 있든 없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맡든간에 이제는 좀 새로운 이야기들을 보고싶어요. 이미 게임을 통해 다루어졌던 더 먼 옛날 구공화국이야기도 좋고 스카이워커가 아련한 전설로 남은 미래도 좋겠고요.
2022.01.04 22:24
2022.01.05 13:26
디즈니 플러스가 들어오면서 한국도 새로운 스타워즈 팬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거같아요. 만달로리안의 공이 크지만 클론전쟁이나 반란군같은 애니도 쉽게 볼수 있게되어서 클래식은 그냥그렇게 봤던 새로운 세대들에게도 어필하는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워즈는 프리퀄까지여 하면서 시퀄은 없는셈치는 고인물팬덤(사실 이들의 정체도 의심스럽습니다. 언제들 그렇게 스타워즈를 좋아했다고.)의 사보타주가 팬덤확장을 방해하는 느낌도 들어요.
2022.01.04 23:03
명절에 "000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같은 방송을 보던 때가 아련히 기억이 나는 군요. 제작비를 줄여 제작사의 입김을 벗어나려고 했던 루카스의 노력이 이렇게 2022년까지 이어집니다
2022.01.05 13:30
조지 루카스가 언젠가 창고안에서 모든 영화를 만드는 시대가 올거라 말했다고 회상하면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그 거대한 볼륨 스튜디오를 "조지의 창고"라고 부르더라고요. ㅎㅎ
2022.01.05 03:09
카라노 캐릭터 좋아했는데 배신감이 큽니다 ㅠㅠ 근황을 찾아보진 않았지만 안티백신을 외치며 코로나 음모론을 밀고 있을 것만 같은데 비하인드쇼에는 어찌어찌 출연했나 보군요. 거대 팬덤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티비 쇼 중에서 요 근래 가장 창의적인 게 완다비전이었다면, 가장 영리한 쇼로는 만달로리안을 꼽고 싶네요. 패브르에 감탄했습니다. 엑스윙이니 스타 디스트로이어니 하는 것들에 열광하는 팬덤도 있지만 뭣보다 핵심은 제다이 아니겠습니까. 독고다이 무사!! 또다른 인기캐인 보바펫도 그렇고요. 팬심의 한 축을 정확히 꿰뚫었다고 보는데 이걸 서부극하고 결합시켰으니 정말 영리하기 짝이 없습니다. 거기다 귀여운 베이비까지.
이쯤에서 레이라는 캐릭터는 왜 실패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놈의 혈통놀음/포스만 없었어도 더 나았을까요? 시퀄 1부에서 레이를 너무나 일찍 그 사막행성에서 탈출시켰어요. 친구도, 가족도 없이 그저 주요 스토리에 빨리 편입시키기 위해 편리하게 고립시켜 놓았어요. 넝마주이라고 주장하는 옷을 입혀놓는다고 해서 인물의 구체성이 확보되는 건 아니죠. 막 화가 날라 그러네.. ㅠㅠ 아직도 시퀄은 다시 볼 생각이 안들어요.
시리즈에서 그가 등장하는 장면 보고선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몰랐답니다 ( 어쩔 수 없는 보수 팬덤.. 나란 사람;;) 피카드 선장이 엔터프라이즈 호에 앉아 " engage"라고 말하는 걸 보는 것 같았죠. 흑흑. 물론 올드보이뿐 아니라 아소카 타노도 좋았습니다.
2022.01.05 13:39
카라노는 2시즌 끝나고 짤렸고 이 비하인드쇼는 1시즌 끝나고 촬영된것 같더라고요. 근데 온갖 뻘소리에도 잠잠하던 디즈니가 "유태인" 언급 나오니 바로 짤라버리는 것도 좀 그랬어요. 제가 보기엔 문제된 지나카라노의 발언중 그발언이 제일 온건했거든요. ㅋ 그쪽 정서는 많이 다르겠습니다만.
레이는 결국 성전환된 루크일 수 밖에 없었죠. 그 과정에서 그 고리타분한 혈통주의는 빠졌어야했어요. 전 그래도 시퀄에 관대한 편입니다. 둘러싼 피곤한 잡음들의 잔상이 생생하던 시기에는 다시보기 싫었는데 막상 요즘 다시보니 그래도 재밌더라고요. 그냥 제가 제다이나와서 광선검만 휘둘러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거같아요. ㅋㅋ 심지어 그런것도 없는 한솔로마저 저는 재밌게봤으니까요.
그장면은 참... 야 이건 반칙이잖아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어쩔수없이 눈물을 흘리며 볼수밖에 없었지요 ㅋㅋ 전 시퀄의 루크가 최후의 결투를 벌이는 장면도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아소카타노도 독립시리즈가 곧 나오죠. 엄청 기대하고있어요.
만달로리안은 겉은 클래식 팬들에게 익숙한 외형에 속은 디즈니 에라의 영혼이라 기존 스타워즈와 신 스타워즈의 간극을 메꿔주는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아요.
그래도 역시 미지의 영역을 다룬 작품들이 더 나와줬으면 좋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