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스포있어요)

2021.12.30 21:43

양자고양이 조회 수:603

월수가 등장하기 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림도 제법 예쁘게 뽑았고 배우들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월수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꼬이더니 막장으로 결말이...역시 K드라마는 막장 드라마이어야만 하는건가요?


SF에서 꼭 과학적 고증이 정확할 필요는 없고 때로는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해 어느 정도의 허술함은 너그럽게 넘어가는 편인데

'물은 물이다'라는 너무 기본적인 사실을 부정하고 시작하니 짜증이 치밀더군요. 

고분자 화합물처럼 엄청나게 복잡한 물질도 아니고 수소 원자 두 개에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한 단순하고 단순한 물질을 가지고 왜 저런 이야기를 만들었나 싶어요.

물은 달에서도 화성에서도 안드로메다에서도 그냥 물일 뿐입니다. 바이러스가 된다거나 증식한다거나 하면 그건 물이 아닌데 그걸 물이라고 우겨요. 

게다가 이 기본 전제가 사소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의 아주 중심축입니다.

지구에는 아주 흔해 빠진 것이고 달기지와 셔틀과 복제인간까지 마구 만들어제끼는 세상에서 바닷물 담수화는 왜 실패하는 건지...

물론 요즘도 가뭄이 들면 농사도 어렵고 절수하는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데 그건 바닷물을 담수화 하거나 현재의 수도 시스템을 리싸이클 하려면 인프라에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거죠. 저렇게 식수가 없어서 사람과 동물이 죽을 정도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인프라를 구축해야죠. 기술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더구나 사람을 죽이는 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그걸 뺏으려고 죽고 죽이는 것도 이상하고 그걸 독점하려는 것도 더 이상하죠. 사람이 죽으면 못 쓰는 거죠. 그걸 왜 뺏으려고 난리인건지?  


또 다른 짜증 지점은 '인체 실험을 하는 과학자' 이야기입니다.

미친 과학자는 만화나 영화의 소재로도 흔히 쓰이고 역사적으로도 없었던 일이 아닙니다만...

한국 드라마들은 은근히 이 주제를 꽤 즐기는 것 같아요. 왜일까요? 

과학자들은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 윤리적 문제를 껌같이 여긴다는 편견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장 똑똑한 청소년들은 모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는 현실에서 몹시 위안을 얻습니다. 


종종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면 작가는 과학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소설이고 영화이니 모든 것이 꼭 과학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데 괜히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음모론들에 힘을 실어주는 게 이런 이야기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물은 물이 아니고 바이러스인데 독점하려고 서로 싸우고 과학자들은 인체실험하고 정치인들은 은폐하고' 와 비슷한 음모론들이 지금도 한창이죠. '코로나는 5G 네트워크를 타고 퍼지고 과학자들은 백신으로 생체 실험을 하고 정치인들은 은폐한다.'와  별로 달라보이지가 않아서요.


그렇다고 우리나라 SF 물이 다 그렇게 허술한 건 아니예요.

사실 저는 시지프스를 꽤 재미있게 봤어요. 세간이 혹평이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흔하고 흔한 수 많은 시간 여행물 틈바구니에서 제법 개성있는 스토리를 써냈고 과학적 개연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액션까지 곁들여서 볼 거리도 쏠쏠했어요. 과학자는 미치광이가 아니고 정치인들은 음... 여기서도 은폐하는군요. (아, 정치인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요?) 그래도 고요의 바다에 비교하면 훨씬 칭찬을 받아야 하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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