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시즌 2까지 나와 있고 내년 초에 시즌 3이 나옵니다. 시즌당 에피소드는 여덟개인데 편당 30분 밖에 안 해요. 제가 본 건 일단 시즌 1까지이고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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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플하기 그지 없는 포스터와 제목. 주인공 캐릭터가 그만큼 중요한 시리즈란 의미이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 클리블랜드에서 시작합니다. 세상에 친구 하나 없는 왕따 젊은이 '배리'의 직업은 당연히 프로페셔널 킬러. 매우 좋은 실력을 갖고 있어서 돈도 잘 벌어요. 다만 지금 하는 일과 본인 인생에 지겨움을 느끼고 있네요. 그래서 이제 좀 쉬고 싶다... 고 하니 매니저(...) 겸 삼촌이 당연히 펄쩍 뛰겠죠. 그래서 배리를 달래기 위해 제안을 합니다. 니가 이 공단 밖에 없는 겁나 춥고 칙칙한 동네(클리블랜드야 미안해...)에 짱박혀 살아서 그런 거야. 그러니 이번엔 화창 따사로운 LA로 가서 기분 전화도 하고 큰 건수도 한 번만 하자. 응? 


 대략 말도 안 되는 설득이지만 맘 약한 배리는 LA로 가고. 체첸 마피아의 주문으로 타겟을 노리다가... 그만 목표물이 다니는 연기 학원에 얼떨결에 딸려들어가 연기의 매력을 깨닫습니다!! 맘에 드는 여성도 발견합니다!!! 그리고 목표물과 친구가 되어 버립니다!!!! 과연 배리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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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도시에 사는 남자 배리!)



 - 살인 청부업자들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은 정말 끊임 없이 나오죠. 이런 식의 코미디물도 아마 제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겁니다. 늘 다 비슷하죠. 사람은 잘 죽이는데 그 외의 거의 모든 쪽으로 어리버리 모자란 킬러가 나와서 어쩌다 평범한 삶 & 사람들에 이끌리고, 그래서 좌충우돌 개그를 하다가 막판에 상황이 살벌해지면 타고난 본인 특기 활용해서 싹 다 정리해버리고 해피엔딩. 다들 이런 거 몇 편씩은 보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이 '배리'의 특별한 점은 뭐냐면...

 정말 놀랍도록 완벽하게 전형적이라는 겁니다? ㅋㅋㅋㅋ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지적하기가 귀찮을 정도로 그냥 저 전형적인 플롯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에요. 하도 전형적이어서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걸 직접 쓰고, 제작하고, 연출하고, 주연까지 한 빌 헤이더란 양반의 담력(?)에 감탄했죠. 정말 어지간히 자신감이 넘친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이야기로 요즘 세상에 티비 시리즈를 만들 생각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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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실상은 개그 드라마 주인공인 배리!!)



 - ...까지만 적는 게 맞나, 이후에 대해서도 적는 게 맞나 잠시 고민했지만 뭐 스포일러도 아니고 시리즈 성격에 대한 이야기니까 그냥 적는 게 맞겠다 싶어서 하는 얘긴데요. 그게 사실 후반부, 정확히는 마지막 두 에피소드 쯤까지 가면 은근슬쩍 변합니다. 굉장히 다크한 드라마가 되어 버리죠. 여전히 '이거 시트콤 아냐?' 싶을 정도로 코믹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결국엔 아주 어두침침하게 마무리가 돼요. 사실 이 정도 엔딩이면 거의 '시간이 멈춰버렸으면!'에 필적할만한 마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다만 그렇게 갈 수 있다는 걸 처음부터 내내 충분히 밑밥을 깔아줘서 '시간이...' 급으로 벙 찌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그 '밑밥 깔기'가 이 드라마의 나름 개성이라면 개성이라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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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질도 잘 하는 액션 스타 배리!!!)



 - 그러니까 이런 식입니다. 

 배리 본인을 비롯해서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은 다 얄팍한 캐리커쳐 개그캐... 이지만 문득문득 현실 세계의 인간 같은 모습이 불현듯 튀어나와요. 예를 들어 배리에게 기생하는 그 삼촌 캐릭터가 그래요. 아예 순수한 개그 드라마라면 그냥 내내 악의 없는 바보처럼만 묘사되겠지만, 그런 묘사의 와중에 살짝씩 '조카를 파렴치하게 이용해 먹는 불한당'스런 행동들이 섞여들구요. 배리가 짝사랑하는 여자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천진난만 순수한 백치 캐릭터로 보이지만 중간부터 자기 중심적,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이 툭툭 튀어나오고 그럴 때마다 연출도 살짝 다크해집니다. 배리 눈에만 안 보일 뿐 관객들 눈엔 빤히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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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니다. 제가 그 이기적인 여자에요.)



 그리고 당연히 주인공 배리도 마찬가지에요. 분명히 배리는 킬러 조크 이야기들에 흔히 나오는 전형적인 주인공이 맞아요. 임무 수행도 코믹하게 그려질 때가 많구요.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배리에게 문득문득 '선택'의 기로가 찾아옵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얘를 죽여 버리는 게 나은데, 그럼 너무 냉혈한 킬러가 되어 버리는데... 이런 식의 선택지 앞에 놓이죠. 그리고 초중반엔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 불살을 택합니다만. 후반부에 가면 그러기엔 너무 대놓고 위험이 커져 버리는 상황이 찾아와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엔 더 이상 '개그 캐릭터 배리'로선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 드라마는 시트콤에서 어두컴컴한 스릴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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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컴컴한 스릴러의 주인공... 느낌은 좀 애매한가요.)



 - 매우 식상한 얘기지만 배우들이 좋고, 특히 주인공을 연기한 빌 헤이더가 좋습니다.

 일단 그냥 생김새와 디폴트 표정 몇 가지만으로도 얼빵 순수한 킬러 '배리' 캐릭터가 완성이 돼요. 찾아보니 SNL 출신이라던데 아마 거기서 갈고 닦은 개인 기량이겠죠.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서 그 큰 눈망울을 굴리며 진지하게 고뇌하는 모습도, 결국 원치 않았던 일을 저지르고 나서 현실을 도피하려 몸부림치는 모습도 다들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막판에 울먹이며 본의 아니게 진심을 담아 연기하는 부분에선 정말 깊은 짠함까지 느꼈어요. 드라마 제목을 당당하게 주인공 이름으로 지을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구요.


 당연히 조연들도 다 좋아요. 다 좋았지만 전 특히 배리의 짝사랑녀로 등장해서 발연기를 연기하는 사라 골드버그의 백치미와 이기적인 못된 것을 오가는 연기, 그리고 야바위 (근데 은근히 능력은 있는?) 연기 선생으로 나오는 헨리 윙클러 할배의 연기가 참 맘에 들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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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보면 '내가 너 그런 놈일 줄 알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입니다. ㅋㅋ)



 - 다만 다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은 드네요. 시트콤으로 시작해서 스릴러로 끝나는 건 좋은데. 시즌 2가 나오면 이 상황에서 다시 시트콤으로 출발할 텐데 어색하진 않으려나... 하는 거요. 뭐 그거야 곧 직접 봐서 확인하게 될 테니 미리 걱정할 필욘 없겠죠.



 -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전형적인 킬러 조크 코미디로 시작해서 스물스물 다크한 스릴러이자 주인공 '배리'의 어두운 내면을 파고 들어가는 진지한 드라마로 변신을 하는 좀 특이한 작품이에요.

 하지만 일단은 코미디가 좋아서 즐겁게 볼 수 있구요. 또 그렇게 재밌다고 보다보면 주인공에게 정들어서 후반부의 어두운 드라마도 충분히 감당할만한 맘이 들게 합니다. 또 그 컴컴 드라마 자체도 잘 짜여졌구요.

 그냥 막 밝고 즐거운 걸 원하시는 분이라면 다른 걸 보는 편이 낫긴 할 텐데요. 하지만 이것도 꽤 재미있으니 이미 웨이브 쓰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재생해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전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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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귀여운 악당들도 나옵니다. 체첸 사람들이라는 설정인데 왜때문에 모두 모발 상태가...)



 + 각본 쓰고 연출한 양반이 SNL 출신이라 그런가... 체첸과 알바니아 사람들에 대한 가차 없는 디스가 당혹스럽게 웃깁니다. ㅋㅋ 왜죠. 어째서 체첸과 알바니아인 거죠.



 ++ 시즌 3이 신년 벽두에 튀어나올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힘내라 웨이브! 바로 수입해버렷!!!



 +++ 이게 올해의 마지막 잡담글이 되겠네요. 사실 이미 보고 글은 못 적은 영화가 하나 남아 있긴 하지만 그 글은 내년을 기약하는 걸로. ㅋㅋ  알맹이 없고 매번 길기만 한 뻘글 꾸준히 읽고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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