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딸리는지 한 시간 동안 티비에 집중하지 못한 지 오래입니다. 영화관에나 들어가야 집중해요.
출근길에 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요새 출근을 잘 안 하는지라 진도가 늦군요.

'구경이' 는 그다지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고, 무엇보다 저는 이영애의 연기력을 믿지 못 합니다.
초반의 산만함을 이영애 쇼로 극복해야 하는데 딱 맞는 옷을 입은 건 아니었어요.
얼굴만 봐도 헛하고 넋 나가는 순간이 있긴 하지만 극초반부에는 특유의 몽환적인 표정을 지을 만한 씬이 없어요.
이영애가 거지꼴을 하든 전지현이 추녀로 나오든 전 관심이 없단 말이죠.

초반에는 나사를 한 바퀴 정도 돌려놓은 것처럼 느슨하게 덜컹거리면서 흘러가는데 이 부분만 넘어가면 술술 넘어갑니다. 재미있어요.

주요인물 중 여성은 희생자이거나 적극적인 구원자입니다. 남성은 범죄자이거나 감초 정도에 머무는 조력자죠. 조력자로 젊고 잘생긴 남자와 무능해 보이는 남성이라니.

저도 다음 시즌이 보고 싶고, 마무리에서도 다음 시즌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보이는데 OTT 에서라도 잘 팔리면 좋겠습니다.

예전 생각이 나서 이영애의 마몽드 광고를 찾아봤습니다. 이때 아모레가 광고를 참 잘 만들었던 데다 정석 미인들만 모델로 썼죠.
때는 90년대 초반. 아직 '군필 또는 면제자' 만 뽑는다고 대기업 구인 공고에 떡하니 써있던 때기도 했지만 경찰대와 사관학교에서 여학생을 받기 시작하던 시절이기도 했죠.
이런 때에 굉장히 차갑게 생긴 미녀가 광고에 등장해서 ' 세상은 지금 나를 필요로 한다' 라고 말합니다.
저는 도저히 이 맥락을 떠나서 이영애를 바라볼 수가 없어요.  삼십 년 전 막 세상에 나가려던 사람들이 상상하던 ' 일하는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의 몇십 년 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영애가 장금이이고 누군가에게는 도도희겠지만 말입니다.


아, 이 드라마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점은 등장인물 사는 집이 비교적 현실적이라는 거예요.  드라마 내적으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저는 다른 무엇보다 좋더군요.




' 술꾼 도시 여자들' 은 중간쯤 갔어요.
안타깝게도 저는 여자든 남자든간에 사회인이 정신 나갈 정도로 술을 마셔대는 걸 싫어합니다. 이 작품의 세 여자는 누가 마시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본인들이 좋아서 인사불성 될 때까지 마셔대는 그야말로 술꾼들이에요.
나이는 서른쯤. 아직 충분히 젊지만 어리진 않죠. 이 나이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성별 불문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많더군요.

게다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무거운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짱친 절친이 그저 좋고 편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건 다들 알잖습니까. 오히려 자기가 들인 시간 만큼 조심스럽고 어려워지는 사람들이기도 하죠. 툭하면 인사불성이 되는 사람들이라면 선을 넘기가 쉽고요.

구경이가,'익숙하지만 그렇다고 일상에 널리진 않은' 범죄를 다룬다면 술꾼 도시여자들은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깊은 흉터를 남기는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꽤 웃기고 경쾌하게 다뤄서 술술 넘어가긴 하지만 보다가 먹먹해지는 때가 있어요.
어찌 보면 현진건이 이미 썼던 그 말과 비슷하죠. 사회란 것이 무엇인데 이렇게 자꾸 술을 권한단 말인가.
재밌는 건 이 드라마의 '사회' 가 가족을 포함한다는 겁니다.

여성주의적이면서 또 여성혐오가 보이는,
좀 묘하고 재미난 드라마예요.
작가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리면 어려서, 나이 든 사람은 나이들어서 싫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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