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5 10:35
저는 얼.죽.코 열성당원이라 늘 코트만 입고 다니다가 작년에서야 롱패딩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구매했었습니다. 상품 질이 싼만큼 비지떡만큼의 맛만 내긴 했지만 그래도 좋더군요. 이불을 늘 걸치고 다니는 느낌? 어차피 싸게 산 거고 출퇴근용이라 막 입기에도 부담이 없고요. 슬슬 털이 빠지고 있는데 큰 생각은 없습니다. 딱 봐도 디자인부터가 금새 헤지고 깃털도 날리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니까요.
올해 여름에 역시즌 세일로 저렴하게 새로운 롱패딩을 하나 샀는데 이게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색깔이 베이지라 뭔가 좀 까리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패딩의 울룩불룩 부분들이 훨씬 더 빵빵합니다. 사고 나니 저의 못된 자본주의 노예마인드가 발동해서 회색도 하나 더 지를까 했지만... 지금은 이미 제값으로 롱패딩을 파는 겨울이고 저는 특정 브랜드의 그레이 모델을 점찍어놓았습니다. 올해 여름이나 되어야 새로 살 수 있겠죠. 그 때는 큰마음 먹고 다른 색도 하나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검은색은 뭔가 칙칙하고 현대사회의 몰개성한 머릿수 1이 된 것 같으니까요.
새로 산 롱패딩을 입고 어딘가에 앉으면 롱패딩 꼬리에 뭉쳐있던 바람 같은 게 푸슝 하고 빠집니다. 그게 뭔가 웃겨요. 지하철 같은 데에서는 주섬주섬 롱패딩 옆을 끌어모으고 조신하게 앉으려고 하는데 그렇게 엉기여차 앉으면 푸슝, 하고 둔부에 신호가 옵니다. 이게 뭔가 착륙하는 느낌도 들고 우주복을 입고 우주에서 헤엄치다 앉은 느낌이라 혼자 웃깁니다. 좀 엉뚱한 상상도 하게 됩니다. 미쉘린의 그 마쉬멜로우 몬스터처럼 어딘가를 둥둥거리며 굴러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처음에는 롱패딩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식겁하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서면 금새 원상복구가 되니 그런 걱정은 별로 안하게 되었네요.
이제부터 날이 더 추워진다고 하네요. 저는 또 빵빵한 근육맨 옷을 입고 데엥~하고 살짝씩 부딪히거나 푸슝 하며 어딘가를 앉아야겠습니다. 다들 추위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