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5 09:26
- 2003년 영화였네요. 넷플릭스 버전은 2시간 14분이구요. 스포일러... 랄 게 있겠습니까 이 영화에? 듀게에 10대, 20대 초반 유저분이 계신 게 아니라면야... ㅋㅋㅋ
(포스터부터 아주 그냥 노리고 만든 크.리.스.마.스.영.화. 되겠습니다. ㅋㅋ)
- 다들 아시다시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커플들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죠. 뭐 스토리 소개 같은 건 당연한 듯이 생략합니다. 평소의 영화 소감글과 좀 다른 그냥 잡담 글이에요 말 그대로.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제대로' 본 게 언제인지는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개봉 당시 극장이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으니 2003년에 신촌에 있었던 극장에서 봤죠. 대학 친구 후배들과 너댓명이 남녀 혼성으로 우루루 몰려가서 봤구요. 모두 다 솔로였습니다(...) 일단 뜬금 없이 엮여서 떠오르는 기억은 영화가 끝난 후에 파스쿠찌에 가서 마셨던 따뜻한 라떼가 굉장히 맛이 없었다는 거. 생각난 김에 검색을 해 보니 지금도 신촌에 파스쿠찌가 있긴 있는데 예전에 제가 갔던 매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땐 신촌역 앞 대로변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뭐 신촌에서 한 자리에 18년간 버티는 가게란 게 거의 없다 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습니다만. 혹시 제 기억이 잘못된 것이어도 뭐...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ㅋㅋㅋ
(개봉 직후와 이듬해에 싸이월드를 지배했던 이 전설의 짤.)
- 근데 당시에 전 이 영화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뭐랄까... 재미는 있었는데 제가 예상했던 거랑 뭔가 결이 많이 다른 영화였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기대와 결이 다른 에피소드들이 많은 영화였다고 해야겠죠. 그 많은 커플들 중 대충 기대에 부응하는 커플들도 당연히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커플들도 있었어서.
한 번 꼽아보자면...
일단 그 전설의 스케치북 고백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불륜 요소(...)에도 불구하고 뭐 '크리스마스 연애'물로선 기대에 맞는 이야기였다고 봐야겠구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인 리암 니슨 부자 스토리야 뭐 더할 나위 없는 크리스마스 연애물이었죠.
빌 나이히의 한물 간 락스타 이야기는 연애 요소는 1도 없는 할배들 우정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기대에는 어울렸구요. 또 제일 감동적이었죠.
콜린 퍼스의 외국어 학습 에피소드는 엄... 이야기 자체는 기대에 맞는데 뭔가 디테일이 이상했어요. 보고 나와서 다들 '뭐야 그럼 몸매에 반해서 그 집착을 한 거야?' 같은 드립을 치며 웃었던 걸로.
로라 린니 이야기는 분명 좋은 이야기였고 심금을 울렸지만 결말이 많이 튀었죠. 그래서 아아니 이게 뭐꼬!!! 라는 느낌이었고.
알란 릭맨과 엠마 톰슨 이야기 역시 엠마 톰슨의 절절한 연기와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가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이게 뭐꼬'.
휴 그랜트의 수상님 에피소드는 뭐 기승전영국뽕의 결말이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 시절 로맨틱 코미디 다운 전개로 영화엔 어울렸다고 생각하구요.
'영국 악센트가 미국에서 먹어준대!!!' 에피소드는 워낙 존재감도 분량도 적긴 하지만 그래도 귀엽게 웃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마틴 프리먼의 베드씬 대역 배우 에피소드는 그 당시엔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죠.
그러니까 제 입장에선 여덟개 이야기 중에 두 개는 그 다크함 때문에 당황스러웠고, 하나는 그냥 제 취향이 아니었고... 뭐 이랬던 거군요.
그래도 절반 넘게 좋게 봐 놓고도 소감이 거시기했던 건 아무래도 그 두 이야기의 다크함이 너무 그럴싸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필 배우들도 너무 잘 하는 분들이었고 이야기도 필요 이상으로 리얼해서 다른 이야기들의 무념무상 달콤함을 상당히 씹어 먹어 버렸던. ㅋㅋㅋ
(다크함의 절정을... 은 됐고 릭맨옹 그립습니다.)
- 암튼 그래서 이후로 제대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마지막 학예회 장면만 유튜브로 보고 보고 또 보고 그랬어요. '유~~~~~ 앤 유! 앤 유! 앤 유우우~' 장면의 웃김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가끔 생각나면 마지막 공항씬도 편집본으로 찾아서 돌려 보고 그랬네요. 달리는 소년의 해맑은 모습과 매우 크리스마스스럽게 감동적인 OST가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5년 뒤에 막 찾아내서 다 죽여버리는 살인 기계가 되실 리암 니슨 아저씨의 사람 좋은 아빠 연기도 좋았구요. 그렇게 좋아하는 장면만 반복 감상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기억과 인상도 많이 흐릿해진 상태였는데...
(이 얼굴 그대로 자라서 수염만 달고 '퀸스 갬빗'에 나온 듯한 토마스 생스터군.)
- 이걸 굳이 다시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일단 뭐 당연히 넷플릭스에 있어서 = 공짜니까. 겠습니다만. 아름답지 못한 사연이 조금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크리스마스에 신경을 쓰고 산지 참 오래됐어요. 설레고 신나고 기대되지 않는다... 는 차원을 넘어서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진지 오래됐습니다. 아마도 자식들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진행된 일인 것 같은데. 이제 첫째가 일주일 뒤면 나이가 두 자릿수가 되는 판국이니 벌써 한 세월인 거죠.
뭐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신경 안 쓰게된 것... 에 대해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이런 기분조차 안 들게된지도 오래입니다만. ㅋㅋㅋ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옛날엔 안 그랬는데.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 영화와, 이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떠오른 거죠.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요. 그게 어제 수업 중에 어느 반 애들이 크리스마스에 할 일이 없다. 티비에서도 맨날 똑같은 영화만 한다. 뭐 재밌는 거 없겠냐. 이런 얘길 하길래 '그럼 이시국에 어디 헤매지 말고 집에서 넷플릭스나 봐?' 이런 식으로 대꾸하다가 이 영화가 생각나서 슬쩍 추천을 해버렸거든요. 그러고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퇴근해서 넷플릭스를 켰다가, 퍼뜩 이 생각이 든 겁니다. 아 설마 이거 무삭제판 아냐? 하고 확인해보니... 아악 마틴 프리먼 너 왜 나오는데!!! ㅠㅜ 왜 때문에 무삭제 버전인 건데??? 아시아권 관객들 갬성 무시하는 나쁜 넷플릭스!!!!!
그나마 다행인 건 어쨌거나 등급은 15세로 되어 있다는 겁니다만. 늙다리 선생의 영화 추천 따위 살포시 씹고 다들 각자 다른 재밌는 거 보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엉엉엉.
(왜 나오냐고... ㅠㅜ)
- 그리고 내친 김에 저도 다시 봤어요.
근데 이게 보게 된 사연 때문인지... 계속 신경 쓰이는 장면들이 튀어나오네요. 아니 이건 뭐 스케치북 커플이랑 리암 니슨 부자 에피소드 빼면 다들 남사스런 장면이 한 두 번씩은 다 들어가 있어요. 아아악. 아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에 극장에서 볼 땐 뭐 그냥 성인들끼리 가서 본 거였으니 전혀 신경 안 쓰였는데. 이제와서 보니 이거 굉장히 성인 취향 로맨스물이었네요. 허허허허허허허. 18년만에 처음 보는 마틴 프리먼 에피소드는 이야기 자체는 괜찮지만 첫 장면 임팩트가 좀 강하구요. 으음.......;;
암튼 이 얘긴 그만하고.
(성인 취향 (브)로맨스)
- 다시 본 소감은 예전과 비슷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재치있게 잘 만든 영화였구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보기 딱 좋은 영화라는 사실도 변함 없고. 역시 뭐 잊었던 크리스마스 뽕이 다시 차오르는 기적적인 체험 같은 건 없었습니다만, 괜찮았어요.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귀찮은 스타 배우들의 젊은 시절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알란 릭맨 아저씨 보면서 감상에 젖기도 했고. 지금 와서 가장 잘 나가는 게 한국에선 통삭제 당했던 마틴 프리먼이네... 하고 웃기도 했구요.
첫 관람 때 이후로 사람이 특별히 철들거나 특별히 변한 게 없어서 그런지 에피소드들 소감도 비슷했습니다. 특히 콜린 퍼스 아저씨 에피소드는 정말, 영화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고백 장면은 여전히 참 귀엽고 분위기 있습니다만. '저럴 정도로 사랑하나?'라는 생각이 다시 봐도 여전히 드는 걸로 봐서 그 과정의 설득력은 제겐 별로였던 걸로. ㅋㅋ
그리고 역시 다크한 에피소드들의 포스가 너무 강해요. 뭐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달착지근한 분위기로만 달리는 걸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화를 넘어 그 반대편의 느낌으로 전체적 인상을 몰고 가버리더라구요. 뭐 그냥 제겐 그랬다는 이야기.
(여기까지만 해도 참 발랄 깜찍하고 좋았죠.)
- 암튼 이제 얼마 안 있음 20주년을 찍을 영화인데. 이후로 이것보다 인기 많은 크리스마스 영화가 나온 게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명성과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학생들 앞에선 이 영화에 대해선 입도 뻥끗 안 하겠다는 결심을... ㅋㅋㅋㅋ 뭐 집에서 엄마 아빠랑 '오징어 게임'도 보고 '지옥'도 봤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놈들이 대부분이라 별 걱정은 안 합니다만. 그래도 민망하네요. ㅠㅜ
- 그래서 결론은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여러분.
개판 난리난 정치 뉴스 같은 건 잠깐 잊고 그냥 크리스마스를 즐기... 시라고 말씀드려고 했는데 왜 또 공휴일이 토요일인 것이고. ㅋㅋㅋㅋ
아무튼! 메리크리스마스!!!!!!!
+ 위 영상 올린 김에 덤으로 오리지널도 한 번.
영화가 18년이나 묵었다고 투덜거렸지만, 이 노래는 나온지 27년입니다 여러분. 으하하하하(...)
머가수님께서 이 곡으로 벌어들인 저작권료가 2017년 기준 750억 정도 된다는군요. 세상 떠나시기 전에 1000억 찍을 듯?
자식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서 평생 동안 캐롤만 작곡하라고 시켜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한 곡 얻어 걸릴 때까지!!!
++ 그러고보면 휴 그랜트는 당시에 그냥 로맨스물 스타... 정도가 아니라 '영국산 로맨스 그 자체'였죠.
그리고 그 시기에 딱 워킹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 전성기가 맞물려 지구를 호령하셨구요. 역시 성공은 본인 능력 + 때가 맞아야 하는 법.
+++ 이 많은 배우들 중에
(빌리 밥 손튼은 왜 안 끼워주나요!)
미국 배우는 로라 린니 한 명 뿐이네요. 미국 영화가 아니니 당연하겠습니다만. 그럼 왜 얘만 미국인이지? 했는데 18년만에 검색으로 궁금증을 풀었네요.
감독이 '로라 린니 같은 배우를 쓰고 싶은데 왜 없는 거야!!!' 라고 짜증부리는 걸 보고 누가 옆에서 '그럼 갸를 그냥 캐스팅 하면 되잖음?'이라고 한 마디 했다고. ㅋㅋ
2021.12.25 10:27
2021.12.25 11:10
아뇨 벌써 18년인데 합리화가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ㅋㅋㅋ)
할배들 이야기가 가장 찡하고 좋았죠. 빌 나이히 캐릭터의 독설도 재밌었고요.
산타 선물 기대하는 존재와 살아보니... 그 분위기에 잘 동화되지는 않으면서 오히려 업무(?)만 생기더라구요. 하하.
차라리 직장 사람들끼리 기분 내는 게 훨 효과적인 것 같아요. 어젠 출근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삼아 같이 근무하는 분들 커피를 사갔는데, 다른 분이 예고 없이 커피와 함께할 빵을 사와서 돌리시고 다 같이 즐거워하니 살짝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썩들썩한 가운데 나 혼자 별 거 없는 모드인 것도 크리스마스 기분 내기의 일종' <- 와 이거 정말 엄청 공감하구요. ㅋㅋㅋㅋ 이런 거라도 하려면 크리스마스 분위기 팡팡 터지는 번화가로 나가야 하는데,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그것도 어렵네요.
이오이오님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2021.12.25 11:42
방금전까지 ocn movies에서 보다가 ocn으로는 해리 포터를 보다가....저 영화가 2008년쯤이었지 했는데 2003년이라고요? ...여하튼 릭맨 선생 그립습니다. 아니 그리고 리엄 니슨 저 장면은 뭐랄까 "아나킨, 너는 앞으로 자라서 훌륭한 로맨티시스트가 될거야.."인지 아니면 "아들아 너는 절대 아나킨처럼 연애하지는 말아라" 인지 묘한 감정이 드는군요
2021.12.25 12:09
전 극장에 보러 갔던 정황이 비교적 또렷하기 기억에 남아서 연도는 안 헷갈렸는데, 올해 기준으로 몇 년 묵었나... 를 확인해보곤 비슷하게 놀랐습니다. ㅋㅋ 하긴 휴 그랜트 당시 얼굴과 요즘 얼굴만 비교해봐도 그 정도 세월 흐르고도 남았죠. 당시에 이미 '늙은 퇴물 락커'로 나왔던 빌 나이히가 지금 와서 보면 어찌나 젊은지(...)
그래도 리암 니슨을 보면서 스타워즈 드립을 떠올리시다니 신선한 편이시군요. 전 자꾸 테이큰 드립만 떠올라서... 하하.
2021.12.25 12:18
직업이 선생님이라시니 덧붙이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장면이거든요. "재단" 이사장들의 반대에 정색을 하며 면전에서 울컥하는 콰이곤 선생. 잔뜩 위축된 어린 아나킨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내 옆에만 있어라. 그러면 안전할거야"라고 토닥이는 콰이곤 선생.
2021.12.25 14:27
충격적인 사실은 제가 에피소드 2, 3을 아직도 안 봤다는 겁니다. 에피소드 1 보고 경악해서 2, 3은 스킵했는데... 언젠간 보긴 봐야겠... 죠? ㅋㅋ 시퀄 시리즈 완료 후론 프리퀄들 평가가 많이 올라갔고, 특히 에피소드3은 이제와선 거의 수작급으로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2021.12.25 13:21
지금 돌이켜보면 주인공들이 워낙 많은 앙상블 영화라서 그런지 평소 워킹타이틀표 롬콤에 비해서 나름 주제나 전개면에서 다양하게 다루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다양하게 가려다가 아무리 마지막에 훈훈하게 마무리해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뒷맛이 찝찝한 플롯이 한두개가 아니죠 ㅋㅋㅋ 저 스케치북 고백 스토리도 막 결혼한 유부녀한테 마구 들이대는 건데.. 분명히 완성도는 상당한 작품이지만 이렇게 연말에 훈훈하고 로맨틱한 영화의 대표격으로 남녀노소 사랑받을 내용은 절대 아닌 것 같은데 또 생각해보면 그만큼 별 생각없이 보면 마지막에 다 좋게 느껴질만큼 마무리에서 포장을 잘했다는 평가도 할 수 있겠네요.
워킹 타이틀표 롬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리차드 커티스가 쓴 작품들을 참 좋아라합니다만 중간 중간 섞여있는 다소 불쾌한 유머들은 억지로 눈감아줘야하는 수준인데(어바웃 타임에서 창녀 비유 드립을 치며 서로 가까워지는 남녀 주인공이라던가) 특히 이 작품에서는 영국여자들은 나의 매력을 몰라주지만 미국에 가면 영국남자인 나의 매력이 통한다~하면서 막무가내로 떠나더니 진짜 할렘을 즐겨버리는 캐릭터 관련 스토리가 다 그래요. 리차드 커티스 본인의 판타지인가 싶은데 그러고보면 이사람의 작품은 거의 영국인 남주에 미국인 여주를 커플로 붙여주더라구요.
휴 그랜트는 90년대 중후반까지 그야말로 로맨틱의 아이콘이다가 망신스러웠던 그 사건 이후로 무너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본인의 대표 캐릭터를 적당히 얄미운 컨셉으로 바꿔가면서 다시 오래 롱런한게 참 영리하기도 하면서 낯짝이 두껍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ㅋㅋ 그만큼 본인의 재능과 스타성이 압도적이긴 했지만요. 로라 린니 캐스팅 얘기는 저도 IMDb 트리비아에서 보면서 피식했던 기억이 나네요. 끝이 영 씁쓸하지만 그래도 제일 뭉클했던 스토리 같습니다. 조니 미첼의 노래를 들으며 홀로 쓴 눈물을 삼키는 엠마 톰슨의 명연기도 생각나구요.
p.s. 참 영국의 레드 노즈 데이 스페셜로 몇년 전에 이 영화 후일담이 나온 건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주요 배우들이 대부분 재출연했고 그냥 가볍게 볼만합니다. 영국 TV에서 방영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볼 경로는 없지만 구글에서 Love Actually Red Nose Day로 검색하면 데일리모션이라는 사이트에 풀버젼이 올라와있습니다. 추가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도 비슷한 컨셉으로 후일담이 방영됐어요. 역시 검색하면 나오구요.
2021.12.25 14:31
네 다양한 건 좋은데 명색이 '크리스마스용 영화'라면 톤은 좀 맞춰줘야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에요. ㅋㅋㅋ 전 그 스케치북 장면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서양 영화들 보면 진짜 크리스마스 과몰입이랄까, '괜찮아요,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요' 뭐 이런 납득 안 가는 전개들이 많던데. 그 장면도 그런 맥락 같아서 이 놈들 진짜 크리스마스에 목숨 거는구나... 하구요.
작가 본인 판타지 중엔 국뽕(...)도 좀 있는 것 같구요. 그 영어 악센트 에피소드도 그렇고 북치는 소년 이야기도 보면 아마 노래 잘 하는 여자애가 미국 애였죠? 그래서 로라 린니 캐스팅을 최대한 미뤘던 것인가!!! 라는 뻘생각도 해보구요.
레드 노즈 데이 스페셜은 알고는 있었는데 보지는 않았어요. 글에도 적었듯이 영화에 대한 인상이 좀 애매해서 굳이 뭐... 이런 생각이었는데. 본편도 다시 봤으니 내친 김에 한 번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보는 경로 정보 감사합니다. ㅋㅋ
2021.12.25 17:30
어렸을 때는 휴그랜트 에피, 콜린퍼스 에피하고 워킹데드가이 에피소드를 좋아했는데 나이먹고서는 리암니슨 에피하고 로라리니에피 빌나이 에피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마 나이먹고 로맨티시즘이 메말라서 그런거겠죠. ㅋㅋ
명곡들 편곡한 ost를 비롯해서 삽입곡들이 참 뻔하다 싶으면서 좋은 모음집이었죠. 목소리 톤만 듣고 한동안 여성팀인줄 알았던 베이시티롤러스의 바이바이 베이비라든가 노라존스 턴미온 너무빨리 세상을 뜬 린든 데이비드 홀의 아이코닉한 비틀즈 커버까지. 전 이영화에서 노라존스 처음알았는데 너무 좋아서 한동안 푹 빠지기도했었어요.ㅎ 레이첼 야마가타 페이즈로 넘어가지 전까지요. ㅎㅎ
2021.12.25 18:58
그렇게 말씀하시면 처음부터 리암 니슨하고 빌 나이히 에피소드 좋아했던 저는 뭐가 됩니꽈!!!! ㅋㅋㅋㅋ
선곡들 참 잘 했죠. 영국인들 자부심 중 하나가 또 팝음악 쪽이다 보니 뻔한 듯 하면서도 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배리' 시즌 2 올라온 건 알고 계시죠? 모르셨으면 어서 웨이브로 달려가시죠. ㅋㅋㅋ 저도 조만간 보려는데 보다 중간에 멈춘 게 많아서 좀 뒤로 밀리는 중이네요;
2021.12.25 19:33
2021.12.25 21:24
2021.12.26 09:52
2023년 크리스마스에 재개봉하겠죠 아마. 20주년!! 이러면서... ㅋㅋ
맞아요. 아마 여기 유저분들 대부분 환갑 될 때까지도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하면 한쪽 손가락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어요. 벌써 18년째 사실상 1위나 마찬가지이니.
2021.12.25 23:09
딱 제 취향이라 몇 번이고 돌려볼 만한데 안타깝게도 저만의 괴로움때문에 못 봅니다
총리와 인턴(...이던가요) 에피소드에서 자꾸만 클린턴 르윈스키 스캔들이 떠올라서요. ㅜㅜ
개봉 당시 말 많았던 스케치북 씬도 그렇지만 한 번 시니컬해지니까 전달하려던 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더군요 .
2021.12.26 09:54
맞아요 당시에도 르윈스키 이야기하는 사람들 많았던 기억 나요. 건전한 방향으로 잘 풀린 르윈스키... 생각해보면 미국 대통령(캐릭터지만)을 소환해다가 악역을 시킨 패기 넘치는 영화였네요.
스케치북씬은 그래도 서양식 크리스마스 갬성으로 '어차피 가망 없는 거 크리스마스 핑계로 못 해 본 고백이라도 해 보자' & '크리스마스니까 저 짠한 놈 뽀뽀나 한 번 해 주자' 정도로 이해 해주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게 자기 일이라면 절대 용서 못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ㅋㅋㅋ
분명 당시에 봤는데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네요(오래됐으니 그렇다고 합리화) 무삭제판이 따로 있다는 것도 덕분에 알았어요 다시 봐도 몹시 화려한 캐스팅! 싸이월드 점령짤 에피소드는 저도 취향이 아니었고 브로맨스 에피소드가 제일 자연스럽게 와 닿았어요 어두운 사연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밝고 밝은 크리스마스 상징용 영화로 저장되어 있지요
산타에게 선물을 기대할만한 존재와 함께산다면 크리스마스 기분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생각한 건 제 오판이었나 봅니다
길에서 캐롤도 듣기 힘들고 밖에는 더더욱 잘 안 나가고 슴슴한 크리스마스에요
온 세상이 밋밋한 크리스마스 보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썩들썩한 가운데
나 혼자 별 거 없는 모드인 것도 크리스마스 기분 내기의 일종인데 이 정도의 흥도
안 나니 아쉽긴 해요
해피해피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