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게 시작해서 아쉽게 마무리.

2021.11.08 21:36

thoma 조회 수:655

저녁에 잠깐 걸었는데 바람 불고 추워졌어요. 다행히 주머니에 모자가 있어서 꿋꿋하게 삼십 분 정도 걷긴 했습니다. 지금도 집 벽면으로 바람이 요동합니다. 

나무들 금방 잎을 다 떨굴 기세던데 비를 맞아 그런지 붉고 노란 색은 한결 짙어 있었어요. 얼마 안 갈 아름다움이고 쓸쓸한 계절입니다. 

듀게 여러분들도 요즘 가을타느라 글쓸 의욕이 안 생기시나요. 저의 재미없는 글이 너무 눈에 띕니다! 


'그린 나이트'를 봤습니다. 영화는 시청각적 영화적 체험의 즐거움을 주면서 전설이나 동화의 세계가 그런 것처럼 각자 자기 이야기로 만들 여지가 풍부한 내용이었어요.

감독의 '고스트스토리'도 저는 매우 낭만적이고 시적이라는 감상이 있었는데 데이빗 로워리 감독이 시를 좋아하나 봅니다. 서사시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상징이 가득하고 영상미가 뛰어납니다. 

영화를 보고 씨네21에 기사를 검색해서 어떤 평론가의 글을 하나 읽었어요. 영화를 다각도에서 보는데 도움이 되는 면도 있었지만 문장 사이에 비약이 많아서인지 좀 어렵게 느껴지고 동의가 힘든 해석도 있었어요. 영화 평론을 읽다가 영화 기법을 얘기하는 대목이 나오면 평범한 일개 관객으로선 영화와 가까와지지 않고 오히려 조금 멀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영화는 더 잘 보는데 반드시 필요할 때도 있고 더 깊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겐 큰 힌트가 되기도 하지만 대중 상대의 글은 그 경계에 민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쉬워야 되는지 혹은 얼마나 의식 않고 어려워도 되는지 딱 자를 수는 없죠. 글쓰는 사람의 중요한 고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는 많이 알면 더 보이는 것들이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아는만큼 나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가 다 그렇듯이요. 서사시의 세계에서 볼 수 있듯 이 영화 속 세계는 주인공 가웨인을 성장시키기 위해 모든 인물과 장소가 힘을 합해 존재하는 우주 같습니다. 성을 나선 이후의 여정이 꿈같기도 하고 엄마의 조작같기도 합니다.

다시 보고 글을 다시 써보고 싶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네요. 

The Green Knight, 2021

6412537036a7cae32ad200e1528bb20404f5a6fb  1dc8c0c6f12e5841580a57e427f48d4a76b155c0  6ecd25e23b0618740a2168793bf97b386e072310


이 영화에는 가만 있어도 왕좌에 오를 순번인 아들을, 후광이 되는 이야기를 얻게 하기 위해 위험으로 내모는 엄마가 등장하더군요. 

오늘 기사에 대통령의 독립한 자녀가 청와대에서 일 년 거주했다고. 탈 생길 일은 안 하면 좋을 건데 아쉬운 얘기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9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9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75
117690 냉장고 바지가 유행? [21] 데메킨 2014.07.27 4599
117689 이집트에서 쿠데타 났답니다. [25] 떼인돈받아드림 2013.07.04 4599
117688 이동욱, 신세경 새 드라마 포스터 수준 [10] 달빛처럼 2014.09.02 4599
117687 왜 한국에선 의료진을 미워할까요? [35] 한캐미남자간호사 2012.05.10 4599
117686 ...숨 막히는 옆 태 [21] 남자간호사 2012.02.04 4599
117685 캔커피는 왜 맛이 없을까? -추가 [18] 뚜루뚜르 2011.05.16 4599
117684 어느 날 홍대 따루주막에서 먹었던 과메기 [9] 01410 2010.12.29 4599
117683 나도 랍스타를 먹어보나..+ 예비군잡담 + 시계 [4] juni 2010.10.15 4599
117682 소녀시대의 유통기한 [28] 칼리토 2015.07.21 4598
117681 요즘 지하철 이용 시 가장 짜증나는것 [19] wonderyears 2012.11.13 4598
117680 아이폰5가 출시되는 이 시점에 갤3를 사면 바보일까요...? [19] ㅠㅠㅠㅠ 2012.09.09 4598
117679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 [15] 흐흐흐 2012.11.15 4598
117678 "기대만큼 돈 벌 자신 없다. 나에게 청혼하지 말라" + 18금. [5] 고인돌 2010.10.19 4598
117677 [오전에바낭] 오전엔 왜 일이 잘 안될까, 부적, 다리 부실, 취미생활, 가오가이가 [6] 가라 2010.10.12 4598
117676 아이고 빵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네요 [21] 마르타. 2010.09.26 4598
117675 구질구질한 전남친 [8] 푸른새벽 2012.03.21 4597
117674 오늘자 네이버의 공포 웹툰. [33] Hello, Starling? 2011.08.23 4597
117673 이런 남자 스타일 어때요.jpg [14] 루아™ 2011.08.12 4597
117672 선글라스 챙겨 쓰십니까 [33] 팔락펄럭 2013.08.01 4597
117671 [공지] [생각보다 맑은] 게시판 시사회 이벤트 DJUNA 2015.01.04 4596
XE Login